미세먼지가 문제다. 미세먼지는 직경이 2,5μm 이하로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입자가 작아 공기중에 떠다니게 되고, 사람의 폐에 깊숙이 침투해 가라앉아 페기능과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치료가 불가능한 수퍼결핵 같은 폐질환이 창궐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미세먼지가 중금속을 포함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미세먼지는 사람이 모인 도심지 어디서나 발생하는데 도로상에서 생기는 미세먼지의 약 45%가 자동차로부터 나온다. 대도시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도로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디젤차는 미세먼지가 배출돼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선진국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디젤엔진에 'DPF(매연여과장치, Diesel Partikel Filter)'라는 배출가스 필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다.
그런데 직분사방식의 휘발유엔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이 오히려 디젤엔진보다 많다는 조사결과가 속속 나와 휘발유엔진의 미세먼지 배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독일 환경도움(DUH: Deutschen Umwelthilfe e.V)과 독일 교통클럽( VCD: Verkehrsclub Deutschland)이 독일자동차클럽인 ADAC(Allgemeine Deutsche Automobil Club)에 의뢰해 실험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은 폭스바겐 골프 1.2 TSI 와 BMW 116i 휘발유직분사엔진. ADAC가 실시한 모든 주행모드에서 미세먼지 숫자는 지금의 디젤엔진 유로5 기준인 ㎞당 6x10¹¹을 훨씬 넘어섰고, BMW 116i은 아우토반 주행모드에서 PM의 무게도 ㎞당 5㎎인 규정치를 훨씬 넘어섰다.
DPF를 장착한 디젤엔진보다 직분사 방식의 휘발유엔진 미세먼지 배출이 많다는 것은 독일 내에서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엔진 전문가 사이에선 이미 몇 년전부터 대두된 문제지만 말이다.
결과에 따라 결국 2014년부터 적용되는 유로6는 휘발유엔진도 디젤엔진처럼 미세먼지필터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즉, 디젤 DPF에 이어 휘발유 'OPF(Otto Partikel Filter)'의 등장이 예고된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입단계는 6x10¹²/㎞로 정했고, 2017년부터는 6x10¹¹/㎞로 강화된다. 미국도 마일당 3㎎으로 미세먼지 배출 기준을 더욱 높였다.
DPF가 입자상 물질인 PM의 무게를 줄여준다면 OPF는 단위 ㎞당 미세먼지의 숫자를 줄이는 규정이다. 미세먼지는 너무 가벼워 양(量)이 아니라 ㎞당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숫자로 결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OPF의 측정방식도 달라진다. 그에 따라 엔진의 작동은 물론 OPF 기능을 감시하는 OBD(On Bord Diagnose) 시스템도 변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엔진, 특히 가솔린과 디젤엔진은 작동방식도 다르지만 배출가스도 다르다. 그동안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대신 검은색 입자상 물질의 배출이 심해 반드시 필터를 장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온실효과를 유발해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저감정책에 따라 각국의 자동차산업은 연료소비와 탄소저감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 결과 휘발유엔진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디젤엔진 연료분사방식을 차용해 개발된 것이 바로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가솔린 직분사기술이다. 직분사를 채택해 연료소비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발생이 높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는 셈이다.
디젤엔진 필터를 의무장착 법규를 정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선 휘발유엔진 필터는 디젤필터와 다르게 보다 신속히 결정될 전망이다. 배기가스 정화기술이 어느 정도 확보된 탓도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미세먼지 측정제어 기술개발 등 다른 유관 기술의 융합과 접목이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경향을 늘 뒤따라야 하는 후발업체다. 선진업체가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 놓으면 단시간에 후발업체가 따라잡는 편리함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토끼 걸음으로 쫒아오는 개발도상국의 추격에 부담을 느낀 선진국들이 같은 토끼 걸음으로 앞장서는 형국이다. 반면 이제는 뒤쫒는 거북이(후발업체) 앞에 자꾸 생각치도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 느린 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들고 있다.
미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예견한 지휘자 없는 연주가 가능한 교향악단처럼 각 연주자들의 융합과 협동의 역량이 커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더 이상 대동맥이 모세혈관을 조정하면서 순환계 전체를 장악하는 단세포 동물이 아닌 것처럼 대기업인 메이커가 앞장서 정교하고 세밀한 기술을 진두지휘하며 자동차산업 전체를 선도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미세하지만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는 결코 미세하지 않다. 직분사로 어렵게 도달한 휘발유엔진 자동차의 미래가 자칫 미세먼지로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경섭 기자 kslee@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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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커먼레인디젤 매연이 제일 위험하다고 했었는데.
이젠 개솔린 직분사도 같은 처지게 있게 되었네요.
차량실내랑 미세먼지로 뒤덮일테니깐요...가족까지 죽이는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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