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복학을 미루고 자동차 공장에서 계약직 생산직 알바를 했던 것이 벌써 6년전이군요.
gop생활을 하다 뛰어든 주야간 교대 공장생활 빠르게 적응은 했는데.
다니다가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전 엔진피스톤 조립을 했는데. 처음엔 FM대로 조립할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양서에 나오는대로 노란색엔 노란색 박스에서
피스톤을 파란색엔 파란색 박스에서 피스톤을 오일도 듬뿍듬뿍 뿌려주구. 조립하다 조그만 상처라도 생기면 바로
피스톤 교체. 할려고 했는데....^^:
근데 라인이 너무 빨리 움직이더군요. 그리고 라인에 사람이 너무 적더군요. 나 혼자서 4가지 공정을 했습니다.
결국 사양서는 개무시하게 되었습니다. 노란색이나 파란색이나 녹색이나 기통수만 같으면 생긴건 똑같다고
반장이 볼때만 제대로 하라고...(반정은 코 빼기도 안보임) 오일은 시간이 되면 뿌리고 피스톤에 스크레치 생겨도
뒷작업 밀리니까 그냥 조립. 써클립은 빛의 속도로 내가 꼈는지 안꼈는지 기억도 안나고...라인은 계속 돌고 심장은
벌렁벌렁하고 그렇게 서서 몇 시간씩 일하면 내가 로보트인지 사람인지...
한 석 달 일하니 모든 것이 다 보이더군요.
이 조립라인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기억을 더듬어 대충 요약하겠습니다.
-조립라인의 근무자들이 신분이 다릅니다.
정직원- 일 정말 안합니다.(진짜 놀랐습니다.) 근무시간은 같은데 휴식 시간이 틀립니다. 지네들끼리 로테이션으로
라인에 들어와서 노가리까면서 깔작대다 빠집니다. 일도 제일 쉬운거 맡아서 합니다. 근무시간의 거의
삼분의 일을 휴게실에서 장기나 웹서핑 노가리로(낚시마니아들 상당수) 때웁니다. 걔중엔 그렇게 근무시간중
밖에서 족구차다가 다리 다쳐서 산재로 입원하는 아저씨도 봤습니다.
도급- 정직원 되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거나 정직원은 포기하고 도급으로 만족하는 형님들. 라인의 주인공들입니다.
제일 열심히 일합니다. 정직들 눈치 보고 밑에 젊은애들 터치도 포기하고 묵묵히 라인에 서서 곪아가던 청년들...
계약직 알바생- 귀에는 이어폰(mp3),라인앞에는 심지어psp로 영화틀어놓고 일하는 놈도... 머리는 노랗게..
지각도 제일 많이 하고 무단 결근도 제일 많음. 라인 돌아가는데 정직하고 주먹다짐 해서 짤리는 것도 봄.
엔진에 침도 뱉음. 사양서는 개무시.(사양서안에 간단한 작업지시,영어단어도 이해못하는 경우도)
직군생- 노예. 휴게실 청소,쓰레기통 비우기,라인청소,간식챙겨오기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함. 반장의 개인비서,정직원들의
노리개. 그렇게 노예로 부려먹고 정직되는 건 극소수.
한 라인에 한 조립부서에 이들이 같이 일함. 서로 반목. 가뜩이나 인원이 모자란 라인에 정직들은 쳐놀고 알바생들은 의욕과
개념이 없고 라인은 미친듯이 빠르게 돌고 숙련된 조립공들이 있어야 되는데 이마저도 라인 이동이 잦아서 좀 숙련 된다
싶으면 딴데로 이동. 엔진 조립에 생초짜가 바로 투입. 땀뻘뻘 흘리며 라인 따라가기 바쁨.
똑 같은 곳에서 똑 같은 일 제일 적게하는 정직들은 월급은 제일 많이 받아가면서 비정규직 데모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정규직들이 데모라도 하는 날이면 가뜩이나 도움 안되는 정직들 데모라고 모두 휴무(그러면서 돈 쳐받음). 가뜩이나 인원 부족한 라인에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욕하면서 조립하다 빡쳐서 일부러 개같이 조립. 이 망할놈의 회사 X대라고.
정규직 노조 윗대가리들은 이상한 조끼 걸치고 라인 도는 시간에 라인 돌면서 정치하고 있고 ...
여기서 일하면서 제가 얻은 건 아 시바 역시 공부밖에 살 길이 없구나. 그래서 복학해서 장학금은 못 탔네요^^: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비오는 날. 다 조립된 엔진들이 야외 적재장소에서 비를 맞고 있던 걸. 일하면서 알바생들끼리
우리가 이래 조립해서 차가 나가는게 신기하다 하던 걸. 죽어도 이 회사 차는 안사야지 하던 걸.
한 번이라도 공장 라인에 서 있었던 분들은 아실겁니다.(전 이외에도 전자공장,식품공장라인에도 일해봤음)
아무리 자동화된 공장이라도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 조그만 불량에도 라인을 세우고 다시 조립하고
불량 부품은 바로 발견해서 빼버리고 상부에 알리고 공정중 개선사항은 없나 살피고 아무리 공장생산직이라도 인간적
대우를 받으면서 조그만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는 환경.
대한민국 자동차 공장에는 없습니다. 원가절감을 사람에게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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