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절대 배틀기가 아니라 참관기및 주행기 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그리고 내용중에 속도는 모두 GPS 속도를 기준으로 합니다......이하 존칭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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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새벽 2시30분....... 벤츠 E350 을 이용해서 낮은 안개가 깔린 촉촉히 젖은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총총히 늦은 귀가를 재촉하는 길이였다. 텅빈 고속도로......평일 새벽녁의 경부 대전-서울 구간은 중간의 공사구간 일부를 제외하곤 달리기 아주 좋은 코스중에 하나이다. 그간 수많은 선형 개선공사와 노면복구를 통해 이젠 제법 고속도로 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혹자는 중부 내륙이나 대진 고속도로가 달리기 좋다고 평하지만 천만의 말씀.... 경부고속도로야 말로 3~4 차선에 아스팔트 100%로 이루어진 조용한 가운데 기분 좋게 달리기 좋은 곳이다.
주행속도는 시속 160~180Km/h...... 연료계는 불과 3분의 1 이 못미치는 정도가 남아 있음을 가르키고 있었고, 트립 컴퓨터상엔 앞으로 주행가능한 거리가 100km 남짓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속도를 좀 더 낼어볼까 망설였지만 경부상에 제대로 된 고급유를 주유할 수 있는 휴게소가 없음을 떠올리곤 남아있는 연료로 어떻게든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기로 마음 먹는다.
순간 뒷쪽 멀리서 심상치 않은 터보의 배기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약간의 카랑카랑하면서도 낮게 깔리는 전형적인 애프터마켓 터보의 소리이다. 어떤 차일지 문득 궁금해진다.......잠시후 E350 의 ECM 룸미러에 의해 톤이 죽은 푸른색의 조잡스런 HID 불빛이 시야에 들어온다........음 보나마나 투스카니 터보로군.......
시시각각 가까와져 오는 HID의 불빛이 순가 두개에서 내개로 갈라진다........이런, 두대다......더불어 배기음도 카랑카랑한음과 묵직한 두개의 음으로 색깔을 확실히 달리 한다. 한대는 NA로군.......
두대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져오자 본능적으로 오른발에 살짝 힘이들어간다......시속 180km/h........
이윽고 두 대의 투스카니가 2차선으로 빠지며 차례로 나를 추월하려한다. 200km를 오버하는 것 같다.......아니나 다를까 앞서가는 투스카니는 요란스런 에어댐과 머플러 그리고 잔뜩 낮춘 서스를 하고 있었으며 테일에는 모 동호회의 로고로 보이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뒤를 쫒는 NA 투스카니는......휠,써스 머플러를 제외하곤 순정에 가까운 외관을 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흡배기만을 손댄 엘리사 NA 튠임을 알아차린다.......
그렇다 두대는 배틀중이였다........지루한 고속도로 주행중 흥미거리를 발견한 나는 결과가 궁금해져 멀치감치서 따라가 보기로 한다........두 대를 500m 쯤 앞서 보낸 뒤 조용히 가스페달에 힘을 가했다......순간 7단 미션이 5단으로 킥 다운됨을 느끼면서 E350 이 가속을 시작한다........몇 초뒤 220km/h 의 속력으로 두 대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난 약간의 곡선 구간을 지나 1,2,3,4 차로가 모두 와이드 오픈된 직선 구간이 펼쳐진다. 얼핏보기에도 4km 이상의 직선 주로다. 기다렸다는 듯이 터보 투스카니가 요란하게 속력을 더한다...... 뒤를 이어 조금은 조용히...... NA튠 엘리사도 추격을 시작한다.......
230km/h....... 235km/h.............NA 엘리사가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한다........최고속의 한계인듯 싶다...........터보튠 투스카니는 풀 쓰로틀에서 조금도 늦추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이대로 가면 터보튠 2.0의 승리이다......... 점점 멀어지는 두 대의 거리........
이제 NA 엘리사는 내 바로 앞까지 밀리고 말았다......GPS상 240km/h를 약간 언더하는 속력........이윽고 엘리사가 GG를 선언하는 듯 2차로로 빠지며 브레이크 램프가 점등한다.......
오호라 터보 튠 투카의 승리로군........그리고 쓸쓸히 백미러 속으로 멀어져가는 NA튠 엘리사의 HID.......이게 배틀에서 패한 자의 모습이다...... 배틍의 승리와 패배를 모두 확인한 나도 슬슬 속력을 낮추기 시작한다........
그 떄 앞서가던 터보 투카의 브레이크등이 갑자기 점등하며 나와의 거리가 시시각각 좁혀져 온다. 300m.......200m.......100m........50m.......... 어쩔수없이 브레이크를 밟으니 자연스레 터보 투카의 뒤에 붙는 형국이 되었다........갑자기 왜 저럴까?......그때 갑자기 투카가 다시 요란스런 가속을 시작한다.......그리곤 다시 감속.......
그제서야 저 투카의 드라이버가 나를 도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오늘 밤 NA튠 된 엘리사를 한대 해치우고도 모자라 또 다른 재물로 조금 더 폼나는 나를 선택했음이니라.......
내가 도발에 응하지 않자...... 이번엔 2차선으로 빠져서 한동안 나의 옆에 붙어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짜증이 물밀듯 몰려온다....... 하지만 참는다....... 저 투카의 오너는 분명 "뭐야 할배야?" 라고 떠들며 동승자와 함께 나를 조롱하고 있을 것이다.......갑자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참고있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기 시작한다...... 그래 그럼 한번 달려볼까?.....
그와 동시에 조용히 손가락이 기어박스 뒤에 위치한 에어매틱 듀얼 컨트롤의 스위치로 향한다.....계기판 인디케이터가 Sport mode 2 를 알림과 동시에 차체가 약 5cm 정도 하강하며 에어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조절한다.......
바로 그때 나에 대한 도발을 포기한 듯.......터보튜카가 풀 액슬을 전개하며 빠르게 치고 나간다.......마치 달리진 않았지만 나의 승리이다.....라고 내게 보여 주려는 듯.......그러나 잠시뒤, 공교롭게도 기다렸다는 듯이.......나도 기어레버를 툭툭 쳐서 6단에서 4단으로 쉬프트다운함과 동시에 풀스로틀을 시도한다........투카 오너의 조금은 놀란 듯한...... 한편으론 뭐야 할배가......라며 깐죽대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
터보투카가 2차선에서 앞선 채로 배틀 아닌 배틀이 시작된다......가속 시작 속도 140Km/h........처음엔 투카의 가속이 빨랐다......투카와 거리가 조금씩 벌어져간다......그러나 그리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알다시피 벤츠란 브랜드의 특성상 초반 가속은 조금 모자르지만 중후반이후의 고속 펀치력은 타 브랜드의 동급차량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정말 순식간에 속도계를 200km/h를 넘어선다.........기어는 어느새 강제 5단 변속이 된뒤다........그리고 터보투카는 아직 나를 따돌리지 못했다.......그러나 이제 이구간 부터는 충분하다..........220........230........아까 엘리사가 떨어져 나간 속도에 다달았다.........혼자서 생각한다....... 진짜 배틀이라면 여기서 부터다.........
230km를 넘어서자 나의 가속력도 조금 더뎌진다..........계기판을 흘깃하자 아니나다를까 강제 6단이 들어갔다........그러나 조금 가속이 느려졌을 뿐.........아직 가속은 계속 된다.........2000rpm 에서서 6000rpm 까지 리니어 토크를 내는 3500cc 엔진과 7단 미션 덕분이리라........
일단 속도가 240km에 이르자...... 터보투카의 가속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이제 슬슬 한계를 보이는 듯 했다. 이쯤에서 치고 나가 배틀을 마칠까? 란 생각이 든다........그러나 그러기엔 한밤의 유흥이 너무 짧단 생각이 든다.......좀 더 이 배틀을 즐기고 싶다.........갑자기 못된 생각이 든다........그리곤 그냥 투카의 뒤에 더욱 바싹 따라 붙는다......
250km........이제 투카는 엔진이 터빈이 찢어질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다.....바로 몇 미터 뒤를 쫓는 나의 E350........이제 255km/h 부턴 메이커에서 걸어 놓은 리밋이 걸린다.......그러나 대부분의 독일 차들이 그렇듯.......이 리밋에도 여유가 있다......실제 리밋은 260km/h 오버 구간에서 시작된다......게다가 순정보다 한단계 인치업한 18인치 휠인탓에 GPS속도와 계기판 속도계의 오차는 불과 1-2km/h 남짓...... 내가 내본 최고속은 260km/h.......여기까지다......실제 리밋이 어디쯤에선 걸리는진 모른다. 아마 260km 중반 어디쯤이리라........
앞선 저 투카의 오너는 내가 뒤 쫒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투카가 배틀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자신을 따라 붙으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챘을까? ......아니...아니...... 속도를 늦추지 않는걸보니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어쩌면 이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달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터보투카의 배기온이 한계에 달하는 그 때만을 노리고 조금은 여유롭게, 하지만 타이트하게 투카 오너를 조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쯤이면 배기온이 900 도를 넘어섰을 법한데........저 투카는 자신의 한계속도로 이미 5분여를 주행했고........그전에 투카 엘리사와의 베틀로 한껏 달아 오른 뒤였을 터이다...... 그리곤 오히려 터보 투카의 뒤에 더욱 바짝 달려든다.......
제법 자존심이 강한 오너인 것 같다......지금 상황에서 속도를 늦춘다거나 2차선으로 빠진다는건 나의 비웃음 거리가 될거란걸 잘 아는 듯 했다......그도 그럴만 한듯 꼬리에 다른 차를 달고 가는 배틀의 경우 선행드라이버의 심리적 압박감이 더 큼은 만화책 한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지금 상황에서 선행차가 배틀을 포기한다는건 드라이버에겐 엄청난 굴욕임에 틀림이 없었다.......그러나 나는 지금 배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선 드라이버는 오늘 피스톤이 녹아내릴때까지 달릴 모양인가보다........
순간 긴 직선과 완만한 커브구간이 끝나고......다소 급한 코너가 나타난다...........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저 정도 코너라면 앞선 투카에게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뒬 듯 하다.......
투카의 브레이크등이 점등한다......동시에 나도 속력을 줄인다........220km/h........코너에 진입한다........액티브 다이나믹시트의 우측 날개가 풍선처럼 한껏 부풀어 오르며 내 몸이 원심력에 의해 우측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상쾌하다......
이제 투카가 코너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탈출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스펙은 모르겠지만 18인치 오버스펙 휠을 쓰는 것 같다......타이어 폭은 225나 230 정도 되는 듯...... 차체를 한껏 낮추고 단단한 써스와 오버스펙의 타이어가 아니였다면 FF 방식의 투스카니는 지금쯤 튕겨나가 4차선 가드레일 어딘가를 비비고 있을 터였다.......
코너의 불규칙한 노면이 나타나자 투스카니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노면이 안좋은 고속의 코너에선 단단한 하체가 오히려 쥐약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튜닝 좀 했다는 투카들은 모두 단단하다 못해 서킷세팅의 서스와 스프링. 한껏 낮춘 차체.....광폭타이어와 인치업한 휠, 어쩌다 스테빌라이져까지 같추곤..... 자신이 코너에서도 무적일거라 생각한다.......그러나 그건 착각일 뿐이다.......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라고나 할까......
............밸런스...........그렇다 고속도로는 써킷이 아니다. 중간중간의 미끄럼방지 요철과 여름에 대형차에의해 눌려버린 노면, 혹은 녹아버린 아스팔트 등등.......코너에 진입해 보기 전까진 전혀 알수 없는 변수와 위험물이 수도없이 존재한다.........이런 차들은 고속 코너링중 작은 요철이라도 밟으면..... 순간적으로 접지력을 잃고 원심력에 의해 한차선씩 날아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불안하다.......투카와의 거리를 좀 더 벌리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고속도로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몇번의 코너를 통과하자 다시 곧장 뻗은 직선 주로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엔........투스카니가...... 치고 나가지 못한다........
오히려 깜빡이도 없이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며 속력을 줄인다.......
..............오버히트..........
여기까지가 한계인듯 하다........그냥 모른채 지나칠까?.......아니다..... 그러기엔 아까 나를 도발하던 투카의 오너가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브레이크를 밟는다.........
............140km/h.........120km/h...........이제 투카와 1,2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아마 녹아내리기 직전의 터빈과 엔진을 식힐 심산인가보다........옳다구나란 생각이 든다........지금부터 저 투카는 더 이상 달리지도 그렇다고 맘대로 세우지도 못하는 발톱과 이빨빠진 늑대 였다.........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순진한 양들에게 행패를 부리면서 다녔을 터인가.......이대로 곱게 보내주고 싶지 않다........
투카가 연속해서 3차로로 4차로로 차선을 변경한다........나도 무작정 옆에 붙어서 차선을 변경한다.....그리고 계속 나란히 달리며 투카 오너를 쳐다 본다......비록 밤이고 짙은 썬팅이였지만 투카 오너는 애써 나의 시선을 왜면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아마 자신이 나를 도발하며 떨었던 시건방을 생각하곤 쪽팔림에 고개를 들지 못하리라.......
틀림없이..... 조금전 나와의 달리기가 그저 E350과의 동반 고속주행이 아닌 배틀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훗....... 혼자만의 배틀....... 넷상엔 이런 혼자만의 배틀기들이 얼마나 많이 넘쳐 나던가? 당분간 서울톨게이트 까지 이대로 나란히 달려줄 생각이다..... 아마 저 투카 오너는 목적지가 어디든간에 다음 톨게이트나 휴게소에서 나를 피하기 위해 나가버릴 것이 틀립없다.......
바로 그때........아뿔싸.......조금전의 고속주행으로 인해 연료가 바닥나기 직전이란 사실을 알았다.......투카와 달리기에 열중하느라 한참전에 주유램프가 들어온 사실을 미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했으면 투카가 오버히트 하기전에 내가 먼저 시동이 꺼질뻔했다.......
황급히 네비게이션을 확인해 본다..... 다행히 안성 휴게소를 못미친 지점이였다.......아쉽지만 이대로 투카와 작별을 해야 할 듯 하다........ 살짝 가속을 하고 치고 나가며......투카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미리 우측 깜밖이를 넣고 휴게소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다....... 투카는 차선을 변경하며 휴게소를 그냥 지나친다.........아마 내가 휴게소에 진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이상.......자신도 같은 휴게소에 들어올만한 얼굴 두께는 없는 듯 했다......하지만 이게 공공도로에서의 정글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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