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용 산화물 촉매를 개발했다.
희귀 금속 대신 돌·모래를 이용해 신소재를 개발한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려 주목받고 있다.
조경재 미국 UT 댈러스(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7일 사이언스에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제목: Mixed-Phase Oxide Catalyst Based on Mn-Mullite (Sm, Gd)Mn₂O_5 for NO Oxidation in Diesel Exhaust)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와 환경기술(ET)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 기술에 관한 것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료 효율이 20∼40% 높지만 발암성 공해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백금(Pt)이나 팔라듐(Pd), 로듐(Rh) 등 희귀 금속 촉매가 사용돼 왔다.
연구팀은 돌이나 모래의 주성분 중 하나인 알루미늄-실리케이트(Al₂O₃-SiO₂)의 일종인 멀라이트(Mullite)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복합산화물을 설계하고, 이 산화물이 백금보다 45%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조경재 교수
이번 연구는 희귀 금속을 흔하디 흔한 물질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였을뿐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경험적 방법 대신 체계적 재료 설계(material design)를 통한 합리적 재료 개발 방법론을 이용했다는 점에서도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 교수는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교육과학기술부의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모교인 서울대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스탠포드대 조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UT 댈러스에 재직 중이다.
그는 2003년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를 받아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용 촉매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나노스텔라(Nanostellar)를 창업했으며, 작년에는 이 업체를 통해 팔라듐-금(PdAu) 합금 촉매를 상업화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WCU 사업인 멀티스케일 기계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재료 설계 방법론을 활용한 다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가솔린 엔진에서 로듐을 대체할 촉매, 그리고 리튬 이차전지에서 코발트 산화물을 대체할 실리케이트 양극재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solatid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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