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주말근무를 하게 되어 당산동 집에서 논현동의 ㅇ 편집실까지 가는데, 여느때처럼 힐끔거리거나 혀를 차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편집실이 세들어 있는 건물의 주차관리 아저씨도 물어보시더군요. "그러고 타면 안춥소?"
아마, 보는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럴 것 같습니다. 추운데 아주 생X를 한다. 자랑하려고 추위 참고 탑 열고 저러는거지. 여름에나 열고 달리던가, 이 추운 날씨에 왜 저러냐 등등...
그런데,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1. 히터와 히팅시트 켜고 옆유리를 올리고 달리면 실제로 차내는 따뜻합니다. 굳이 세밀하게 묘사하자면, 몸은 훈훈하고 머리 위쪽으로만 서늘한 바람이 닿으며 흐르는 느낌. 컨버터블들은 주행중 공기흐름이 이렇게 되도록 차체가 디자인됩니다. 그래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상쾌한 기분 정도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 옆유리를 내리고 달리면 바람을 직접 맞게 되고, 실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므로 추울 수 있습니다.
2. 여름이나, 봄가을의 햇살 따가운 날엔 오히려 탑을 열고 달리는 게 즐겁지 않습니다. 차종을 불문하고 컨버터블 운전자들이 탑을 열고 상쾌함을 만끽하며 달리기 좋은 날씨는 섭씨 0도에서 5도 전후의 차가운 날씨, 아니면 공기가 충분히 식은 밤시간입니다.
3. 과급 차량의 경우 날이 추워질수록 엔진 효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르는 체감 성능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대기가 차가울 때 탑을 열고 달리면 오히려 더 경쾌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길가에서 보는 분들의 생각과 달리 '남한테 으스대려고' 탑을 여는 컨버터블 운전자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우면 부담스러울까... 그럼 왜 열고 달리냐 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일반 세단의 선루프만 넓게 개방되도 기분이 상쾌하고 시원한데 차 뚜껑 전체가 열린 개방감은 어떻겠습니까? 단지 그 느낌을 위해서, 불편한 시선도 참고, 차량안전도에서의 손해도 감수하고, 더러운 공기도 감수하고 타는 거지요. 그리고 애초 컨버터블을 선택하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그런 불편한 시선과 매연의 손해보다는 개방감이 주는 만족을 더 우선으로 치는 걸테고요. 어느게 더 좋고 덜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5. 위 1번에서 춥지 않고 머리 위쪽이 서늘한 정도-라고 했는데, 그나마도 윈드 디플렉터를 달면 뒤쪽으로부터의 바람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윈드 디플렉터 없습니다 -_- )
결론(?)
추운 날인 것 같은데 길에서 탑 열고 달리는 컨버터블 보시더라도 "추운데 쑈한다" 뭐 이렇게 생각은 말아주세요. 안추우니 열고 가는 거고, 남들 눈 위해 쑈할 생각같은 거 할 리 없답니다. 그냥 힘들고 무료한 일상에서 잠깐씩 이런 상쾌함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세단엔 세단의 재미가, RV엔 RV의 재미가, 컨버터블엔 컨버터블의 재미가 있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