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37살, 36개월 아들과 백일 되는 딸을 둔 아빠입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23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를 잊고 지냈는데..
제가 아빠가 되고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나고 눈물이 나네요..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살아보니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하셨구나. 정말 존경스럽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한 저희 아버지는 갖은 고생을 하셔서 조금 모은 돈을 가지고
20대 후반에 젖소 송아지 3마리?를 구입해서 고향 시골마을에서 목장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송아지를 키워 성우가 되면 젖을 짜서 팔아 돈을 모으고,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시켜 송아지를 얻고,
모은 돈으로 송아지를 구입하기도 해서 점차 젖소 수를 늘려갔죠.
제가 20살까지 30년 가까이 젖소 목장을 하셨는데..목장을 처분할 때 전체 젖소가 40여 마리,
그중에 젖을 짜는 성우의 수는 20여 마리 조금 넘었으니 목장을 불려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20살까지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보고 옆에서 도우면서 느꼈지만 젖소를 끼운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저희 집처럼 시골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없는 곳에선 더더욱...
아침, 저녁으로 젖을 짜줘야 하는데, 하루도 거르면 안돼서 매일 밤낮으로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고,
어디 여행한번 다녀오신 적 없으시고..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힘들어하셨어요.
어릴 때,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누우시면 눕자마자 코를 골면서 주무셨는데, 저는 그게 항상 신기했었죠.
어떻게 저렇게 빨리 순식간에 잠에 들지? 하면서요.
그렇게 쉬지 못하고 일만 하시니 몸에 계속 병이 들었나봅니다.
근육/관절통은 달고 사셨고, 허리디스크도 와서 시술도 몇 차례 받으셨는데 입원해야하는데도
목장 때문에 안정을 취하지도 못하시고 엄청 고통스러워 하시면서도 복대를 차고 참고 일을 하셨어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제가 디스크 수술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수술 후 2주를 쉬고 출근해서도 사무직이라 허리를 쓸 일도 없는데도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그 고통을 이기셨을까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고된 일로 간수치가 높아지셨죠.(아버지는 음주 안하셨어요. 가족력은 있구요..)
몸을 쉬어줘야 하는데 쉬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고 의사의 경고를 듣고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죠.
결국 제가 고등학교 때 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일을 하실 수 없어서 목장 일을 처분하고,
처분한 돈으로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도시에 아파트 구입해서 이사를 했죠.
이때부터 아버지가 일을 못하시니 생계수단이 없어 어머니가 개떡이나 송편을 빚어 시장에 파시고, 옥수수 삶아 파시고 하셨어요.
집에서는 부모님이 볼펜 조립 같은 일도 하셨었고요.
아버지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으셨지만 호전되지 않고 병이 악화되어 간암, 간경화로 제가 23살에 돌아가셨네요.
이제 더는 손을 쓸 수 없던 시기에 제가 아버지께 물었어요.
내꺼 간을 이식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나는 아빠한테 줄 수 있지 않겠냐고..조직검사 받아보자고요.
근데 아버지가..간 이식비용이 1억원이 넘는다. 우리 집을 팔아도 수술비가 안된다.
조직검사 비용도 몇 백만 원인데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수술 하지도 못하는 거 검사 비용이라도 아끼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그냥 바로 이해를 해버렸어요. 아빠 말이 맞다고..그래서 아무 대꾸도 못하고 조용히 있었어요.
지금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에요. 그냥 말이라도..집을 팔아서도 수술해야지..돈은 어떻게든 되겠지..아빠가 살고 봐야지..라고 말씀드릴 걸....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어도 아빠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을텐데요.
가족을 위해서 내가 그냥 이대로 수술 안받고 죽을 수 밖에 없겠구나. 라고 결심할 때,
그때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철이 없어선지 아버지가 편찮으신 상태로 계속 살아계실 것만 같았어요.
금방 그렇게 돌아가실지 몰랐어요.. 손 한번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했네요.
타지에서 대학 다니느라 아버지 임종 순간도 지키지 못했구요..
아빠로서 책임감을 부쩍 느끼는 요즘, 아버지가 더 자주 생각나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해가 됩니다..
직장에서 힘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야. 고생하는 것도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참아냅니다.
내가 힘들어서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빠도 그랬겠구나.
내가 한번이라도 아빠 힘들지? 힘내요. 라고 한마디라도 해드렸다면 좋았을텐데..
손도 잡아드리고 안아드리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얘기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
우리 아버지 정말 훌륭하다고..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얘기가 듣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훌륭하신 아버지 이십니다 가족을 위해
좋으신 아버지가 되어주십시요..!
아버지를 본보기로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움을 겪어보지 않아 쉬이 댓글 달기가 망설여지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에도 부자의 연으로 태어나셔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아버님께서 자랑스럽게 지켜보시고 계실거에요. 좋은밤되세요
그또한 부모님께 받은거겠죠
님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 합니다.
아버지를 닮고 싶습니다.
제 맘은 표현되었겠죠?..
감사합니다.
평소에도 이런 글 읽으면서 , 제가 앞 날을 상상해보면서 아버지가 되면 힘들겠지 .. 책임감이 막중하겠지 하면서도 아버지가 되고싶은건 어쩔수 없나봐요 ..
힘내세요 !! 모든 대한민국 아버지들도 ~~ 어머니들도 ~~
그 시대 아버지는 다들 그렇게 가족 만을 위해서 사셨습니다.
그래도 착한 아들을 두셔서 하늘에서 만이라도 행복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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