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어떤 분이 올려주신 글 관련하여... 3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고 말씀하신 글이 있었는데요.
사실 완전히 새로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우에는 해당될 수 있겠죠.
어떤 듣보잡(?) 완성차 브랜드가 자기네들이 새로운 엔진을 독자개발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제 속 좁은 경험에 한정하여 말씀드리면요,
(제가 배운게 도둑질(?)이라서 그런지 제 경험에 한정하여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좀 전문적인 용어가
들어 있어서 읽기 좀 거북하시더라도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메이저 완성차 메이커들의 경우, 요즘 추세에서 3년 개발은 절대 아닙니다.
(기본적인 흐름(자동차 산업 추세를 반영, 예) 하이브리드 → 전기차 개발 정도?)은 그렇게 장기 계획으로
잡지만, 엔진의 설변이나 성능 보완은 최대한 빨리 완성해서 뽑아내려 한다는...)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경우, 대부분 어느정도의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죠.
눈에 띄는 새로운 엔진의 개발보다는 기존 엔진을 개량하는 경우가 더 많고요...
대부분의 경우 의장 쪽을 제외하면 구동이나 일부 섀시는 기존 부품의 설변 개념으로 많이 개발하고 있죠.
10년 전에 이미 기본 틀이 잡힌 부품 도면에서 일부 개량해서 개발하는 수순을 많이 밟고 있구요...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성능이 개량되는 만큼 부품도 대폭적인 설계변경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엔진이 경량화 되고 출력도 올라가지만, 그 기본이 되는 10년 전 원래부품의 설계도에서 부품의 설계변경은
눈에 띄게 바뀌지 못한다는 점이죠. 왜 그럴까요...? 그 부분은 참 복잡한 실타래처럼 엮여 있습니다.
(완성차 및 완성차 계열 슈퍼 1차 벤더와 1차 이하 벤더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들...)
첫째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죠... 예를 들어, 원래 10년 전 140마력짜리 가솔린 엔진에 여러가지 개량을 거쳐
현재는 200마력이 넘게 근 50% 가까이 출력 성능이 향상되었지만, 부품은 처음 140마력에서 기본적으로
바뀐게 거의 없죠 140, 150, 170마력으로 조금씩 성능이 개선되면서도 문제없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1차 벤더든 완성차(완성차 계열 슈퍼 1차 벤더 포함)든 크게 신경 안쓰는 분위기죠. 뭔가 대폭적 설계
변경이 필요한 경우, 이를 주장하는 1차 벤더에서 모든 소명자료와 심지어 문제가 될 경우 전적으로 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하지 않는 한 변경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국내 굴지의 완성차
메이커 검수 및 양산승인 담당자 왈 '신규 양산 후 1년 안에는 그 어떤 사유로도 4M 변경은 절대 불가...!'라고 할까요.
이는 사양관리의 어려움을 포함한 변경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일 듯 합니다. (사실 4M 변경이라는 약식의
절차가 있습니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를 거의 인정하지 않습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랄까요?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무조건 FM대로 도면의 설변 및 정식 양산품 승인 절차를 받기를 요구하고 있죠.)
둘째는 그 망할놈의 원가절감 타령이죠. 10년 정도 주요한 변경 없이 생산되면 당연히 부품의 여유율은
그야말로 깻잎 한장 차이의 여유밖에 없죠. 같은 사양의 엔진이라도 여러 바리에이션에 따라 출력과
토크 및 레이아웃은 천차만별일 터... 140~200마력의 다양한 출력대를 같은 부품으로 커버하기에는
리스크가 높아질 수 밖에 없구요... 그렇지만 그놈의 원가절감은 이러한 상황을 쉽게 벗어나게 하지 못하죠.
결국 보증기간만 간신히 버틸 수 밖에 없는 내구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구요...
셋째,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문제인 과도한 개발기간의 단축입니다. 가장 골때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앞에서도 언급드렸습니다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최소 국내 굴지의 완성차 업체 및
그 계열의 슈퍼 1차 벤더들은 1년 반~2년 안에 도면 → 양산까지 마무리 할 것을 1차 벤더에게 공공연히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대다수의 1차 벤더들을 압박하고 있죠.
특히 완성차 계열 슈퍼 1차 벤더는 마치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서 마름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편안함을 위해 나머지 1차 벤더들을 멱살잡고 흔들고 있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초 스피드로 확정되는 도면과 이해할 수 없는 개발사양 샘플발주 수량입니다.
시작품은 별개로 치더라도 P1, P2 단계 발주를 슈퍼 벤더들은 수천개씩 발주를 내고 있죠... 무슨 말이냐구요?
원래는 Proto품이 나와 사양이 확정되면 개발 단계별 P1, P2 제품을 통해 실제 운행(위장막 씌운 채 뭐 빠지게
돌아다니는 차량들이죠...)되면서 문제점을 잡고 필요한 경우 도면 변경을 포함한 개선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P1, P2 발주를 수 천개씩 낸다는 건... 그만큼 연구개발을 철저히 한다는 의미보다는 설계변경이 없다는 전제
하에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죠. 간혹 발생되는 문제점의 경우, 기술적,
설계적 검토를 통한 근본적 개선보다는 만만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땜질식 처방 위주의 보완활동이
이루어지게 되기도 하구요... 여기서 어김없이 힘의 논리, 갑을관계가 적용되죠. '이제와서 시스템을 다
고칠 수 없으니 너희 부품만 조금 바꾸면 해결되지 않겠냐?'라는 논리죠. 그 배경에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수천개의 P1, P2품의 엄청난 발주 수량이 만만한 1차 벤더들에게는 마치 강시부적처럼 데꿀멍 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거구요. ('이거 다 바꿀려면 그 비용이 아마 너희 회사 간판 한 두 세번 내려도 모자랄 껄...?')
제품 승인 과정 중 P1, P2 단계 완성차(완성차 계열 슈퍼 1차 벤더 포함)의 공정감사, 검사기준서/협정서
체결도 골때립니다. 도면 자체에 공정관리 전 항목 및 규격을 도면 표제란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P1, P2품 납품을 위한 검사협정/기준서에서 요구하는 항목이...
1. 도면에 언급된 공정관리 항목, 기준을 전부 반영하여 점검하고 납품시 증빙자료 제출할 것.
납품때마다 공정감사 시행하고 공정감사 결과를 첨부하라는 의미죠...(ㅡ,.ㅡ;)a
2. P1, P2품 중요항목 전수검사 실시하고 그 결과 고객 요청시 제출할 것...(ㅜ,.ㅠ;;)a
(그러면서 P1, P2품을 수천개씩 발주내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요?)
아마 자동차 부품 업종 생산/품질부문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 글 읽으시면 어려움을 넘어 얼마나 황당무계한
요구사항인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이해가 안 가서 완성차(완성차 계열 슈퍼 1차 벤더 포함)에 어필해 보면
'경연진 요구사항입니다...(ㅡ,.ㅡ;;;)a' 라고 하는군요.
적어도 그쪽 계열 경영진이면 최소한의 업계의 생리와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해야 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낙하산으로 떨어져서 입으로만 경영을 해 대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요...^^
입으로는 뭘 못하겠습니까? 입으로는 세계를 정복하고 입으로는 우주도 통일할 수 있는데요 뭘...
(아마도 나중에는 '협력사 여러분들의 체질강화를 위해 이런 조치를 수행하게 되었다...'며 궤변을 늘어놓겠죠)
이러한 개발 과정이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추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발 과정의 단축은 요즘 필수적인 추세인 것 만은 사실입니다.
그 이면에는 완성차 부터 1차 이하의 여러 벤더들이 합심해서 원인을 잡고 개선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돈 10원에 목숨을 걸고, 이러한 풍조에 따라 변화를 거부하고 힘의 논리와 갑을관계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추세가
지속되어 개발과정이 단축되는 한 품질문제는 시한폭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급발진 막으려고 머리 싸메고 모든 안전장치를 고안하고 구현하는데 힘듬
엄청난 부품테스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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