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M&A에 나설 때다
로드테스트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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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급차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대중 브랜드의 중형차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가 인기를 끈다. 현대기아차에겐 어떤 대책이 있을까?
지난 6월 27일,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이 즐겨보는 블룸버그(Bloomberg)에 ‘혼다 어코드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기사가 떴다. 이 기사는 자동차 대중화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중국에서조차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게 여러 가지로 반면교사가 되는 사례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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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신형 어코드의 중국 내 판매 성공을 확신했다. 따라서 중국인 취향에 맞춰 그릴 등을 바꾸고 가격을 약 10% 인상해 내놓았다. 어코드는 중국 내 판매에서 톱10에 꾸준히 들어 왔다. 새로 개발한 2.4L 엔진 등 장점이 많아 성공을 확신할 만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29만 위안에 책정된 최고 트림의 3.5L 어코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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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대의 아우디 A4나 20만 위안 안팎의 A3을 더 선호했다. 결과는 비참했다. 어코드는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 줄었다. 보통 새 차가 나오면 ‘신차효과’를 누리며 판매량이 늘어나기 마련. 그러나 어코드는 내리막을 탔다. 혼다 어코드만의 ‘불운’도 아니었다. 토요타 캠리와 닛산 티아나 또한 판매량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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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일본 업체의 중형차들은 중국 시장 판매대수가 전년보다 50% 가까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어느 중국 전문가의 반응이 흥미롭다. 그는 “20만 위안 대의 예산으로 고를 독일차가 즐비한데 왜 일본차를 사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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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말하는 독일차란 앞서 언급한 아우디 A3과 A4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CLA 등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를 뜻한다. 그런데 이게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벤츠 CLA와 아우디 A3 등 소형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 결과 어코드나 캠리 등 일본 중형차의 상위 판매량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옵션도 충실하고 내구성 뛰어난 일본차보다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 증가는 이제 글로벌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가 소비 트렌드의 글로벌화를 함께 촉진해서가 아닐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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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는 한국 시장에 금년 하반기 AG(개발명)라는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입차를 막아낼 차라는 다소 언론 홍보적인 문구와 달리, AG는 그랜저가 일반 소비자들의 ‘대중차’가 되어버리자 기업이 주요 소비자인 B2B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차량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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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AG로 수입차 시장의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조차 벌어지는 소비자들의 독일 브랜드 선호도 증가는 현대기아차에게 차종을 확대하는 판매 전략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필자는 독일 고급 브랜드에 경쟁할 수 있는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현대기아차가 그렇게도 많이 벤치마킹하는 폭스바겐 그룹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현대기아차와 직접 경쟁하는 폭스바겐 그룹의 대중 브랜드는 세아트와 스코다, 폭스바겐 등 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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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아우디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및 부가티는 모두 고급 브랜드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폭스바겐만큼 브랜드 전략을 잘 구사하는 업체도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현대기아차 또한 대중차 일색의 브랜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구나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고급 브랜드 없는 업체는 현대기아차뿐이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어느 브랜드를 살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이태리 사모펀드가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애스턴마틴이 적당해 보인다. 애스턴마틴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브랜드로 과거 오너였던 포드의 플랫폼과 엔진만으로 버티고 있다. 최근 벤츠의 AMG가 애스턴마틴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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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쉬울 것 없는 메르세데스-AMG가 굳이 애스턴마틴을 사들일지는 미지수이다. 현대기아차가 인수한다면 애스턴마틴으로서는 기회다. 현대기아차의 FR 플랫폼은 물론 8단 변속기, V6 및 V8 엔진을 써서 규모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독보적 고급차 브랜드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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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 고급차에 대항할 브랜드는 거의 영국 브랜드가 유일하다. 폭스바겐의 전임 CEO인 카를 한 박사도 “영국이야 말로 고급차의 원조”라고 말한 적 있다. 나아가 현대기아차가 애스턴마틴을 인수할 경우 이미 실행 중인 한-EU FTA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완성차와 부품, 그리고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관세가 철폐되었거나 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M&A에 대단히 신중하다. 무엇보다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가 남아있는 현대기아차가 과연 영국 업체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그룹에 통합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 자문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해 연간 1조 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타타의 전례를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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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는 자국시장인 인도에서조차 현대차에게 밀리는 약체의 완성차 업체다. 글로벌 톱10엔 명함도 못 내민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연구인력 능력은 이제 세계적이다. 중소형차에서 상품성은 세계 정상급이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의 경우 BMW와 맞먹는다. 현대기아차가 애스턴마틴은 물론 좀 더 큰 완성차 업체를 인수한다고 해도 놀랄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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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대기아차는 제품보다 브랜드로 승부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까지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보다 진입장벽 낮은 신흥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 왔다. 그러나 이제 M&A를 통해 선진적인 경영을 선보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을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그룹에 업적을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M&A는 최후의 수단이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애스턴 마틴 인수라는 제안은 나름 적절하기도 하다. 서로의 시장이 겹치지 않고, 브랜드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BMW가 롤스로이스를, 폭스바겐이 벤틀리와 부가티를, GM이 캐딜락을 인수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만약 소득이 증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받아들일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할 경우, 혼다처럼 중국에서 아우디에게 밀리는 상황은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대기아차 최고결정권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할 때다.
GT카 한대와 갓 부활시킨 세단 하나 있는 메이커에 라인업 촘촘한 대규모 메이커로부터의 시너지 효과.. 벤츠가 그랬듯 점점 더 소형차 시장으로, 포르쉐가 그랬듯 점점 더 SUV 시장으로 뻗어나가면 돈은 될듯.
다만 아직은 나온 차들이 오래되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크라이슬러 기반의 마세라티도 크라이슬러 차들에서 드러나던 결함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현대도 애스턴마틴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런거 조심해야겠죠
인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쓰신분도 저랑 같은생각이네요..
스포츠카와 럭셔리세단을
아우를수 있는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너무 상위 클래스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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