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치부의 술취한 40대 중견 기자가 13일 밤 택시 승차를 거부한다며 택시운전사에게 폭행을 하는가 하면 이를 말리는 코리아나 호텔 직원을 무차별 구타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코리아나 호텔은 과거 일부 조선일보 사옥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며, 지금은 코리아나 호텔 뒷편에 지은 건물에 조선일보가 입주하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조선일보 정치부 홍 모(43)기자로 야당을 현재 출입하고 있다.
홍 기자는 택시기사와 호텔 직원을 폭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경찰서로 끌려가면서 연행경찰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가 하면, 경찰서에서도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 기자는 특히 지난 6월 4일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술을 마시고 맥주병을 던져 깨는 등 추태를 부렸을 당시 '아직 덜깬 한나라당'이란 제하의 기자 컬럼을 통해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린 곽 의원과 한나라당을 준렬하게 꾸짖은 바 있다.
홍 기자는 당시 기자 컬럼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곽 의원이 술에 취해 맥주병을 날리며 난투극을 벌인 사태에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알고도 그냥 넘어갔을지 모른다"고 꼬집었었다.
홍 기자는 또 "한나라당 의원이 이런 물의를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면서 "그때마다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뭉개고 넘어가는 것도 추태 연발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여론은 지금 의원 한 사람에게 혀를 차지만, 얼마 안 있어 한나라당 전체를 보고 기막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바 있다.
사건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피해자인 택시운전기사 안만옥 씨(46·경기 성남시 은행2동)의 제보를 받아 보도한 바에 따르면 13일 늦은 밤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일어났다.
홍 기자는 이날 밤 11시 10분경 코리아나호텔 부근에서 나타났다. 그는 코리아나호텔 정문 앞에 정차하고 있던 개인택시로 다가갔다. 택시 안에는 운전사 안만옥 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씨는 "후방 20m쯤 있다가 호텔 정문쪽으로 왔는데 그 사람이 와서 '나를 못 봤느냐, 승차 거부하냐'고 따졌다"고 말했다. 홍 기자는 택시 앞문을 열더니 막무가내로 안씨 멱살을 잡아 끌어내렸다. 홍 기자는 심한 욕설과 함께 "너 몇살이냐, 내 아들뻘 되는 놈이 세상 이렇게 살지 말라" 면서 손으로 안씨 머리와 가슴 등을 구타했고 발로 허벅지, 낭심 등을 계속 찼다고 한다.
당시 이를 목격한 코리아나호텔 직원 성아무개씨가 말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2∼3명의 호텔직원이 홍 기자를 제지하기 위해 몸을 불들었다. 그러나 홍 기자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고, 웃옷을 벗더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안 씨가 휴대폰으로 찍어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동영상에 따르면 홍 기자는 호텔직원 정아무개씨를 쫓아가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하고, 낭심을 걷어차는 등 다시 폭력을 행사했다.
성씨 등 직원들이 제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20여∼30분간의 난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홍 기자의 폭언, 폭력은 경찰들한테도 가해졌다. 홍 기자는 연행 중에도 경찰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고, 몇몇 경찰은 낭심과 허벅지 등을 구타당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폭행이 계속 되자 경찰은 홍 기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로 연행했다. 하지만 폭언, 폭력이 그치지 않자 태평로지구대는 홍 기자를 남대문경찰서 형사계로 먼저 인계했다. 태평로지구대에는 주인을 잃은 홍 기자의 웃옷과 구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또 홍 기자가 이날 자신을 "대통령 친구"라고 하면서 20년간 국회출입한 정치부 기자, 신문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라도 xx" "삐딱한 xx" "돼지x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자와 경찰들은 "입만 열면 욕이고, 사람만 봐도 차버리면서 '전라도 출신이냐'고 윽박질렀다"고 전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한편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오마이뉴스에 제공했던 택시기사 안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폭력행위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경찰관계자는 전했다.
남대문 경찰서의 관계자는 홍 모 기자는 ‘심한 폭행은 아니고 택시를 타다가 시비가 붙은 정도’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홍 모 기자에 대해 폭력에 관한 혐의로 불구속입건 조사했으며 14일 오전 5시에 귀가조치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측에서는 홍 모 기자의 처벌을 원해 합의 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는 안 씨가 "택시기사 10년 생활에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기자가 아니라 완전 '조폭'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