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민원 제기 주민 살해위협 '파문'
[브레이크뉴스 2005-07-18 14:05]
‘e-편한세상’으로 잘 알려진 대림산업 하청업체 직원이 공사현장에서 보상 문제로 마찰을 빚어 오던 인근 빌라 주민들에게 휘발유를 쏟아 붓고 라이터를 들이대며 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한 엽기적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도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데 지극히 미온적이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림산업 직원 역시 있었지만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주민에게 휘발유를 쏟아 부었던 대림산업 하청업체 직원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해 대림산업은 지나간 일이며, 하청업체 직원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란 입장을 전했다.
대림 하청업체 직원, 주민들에 휘발유 뿌리며 협박 대림산업 “하청업체 직원 일은 우리 소관 아니다”
‘휘발유 사건’은 지난 6월22일 대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건물 공사장 앞에서 발생했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화신빌라 12세대 주민 6명은 이날도 오전부터 차량이 드나드는 입구를 가로막고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로 인해 빌라의 건물 내외 벽에 균열이 생기고 수도관이 터졌다며, 지난 3월부터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대림산업과 마찰을 빚어왔다.
빌라 주민들의 농성으로 공사장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게 되자, 현장에 있던 하청업체 직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다툼이 격해지자 오전 11시쯤 하청업체 직원들 중 책임자급에 해당하는 박아무개가 직원들을 향해 “휘발유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 뒤 한 직원은 실제로 석유통에 휘발유를 담고 나와 이를 주민들을 향해 쏟아 부었다. 6명의 아녀자들은 고스란히 휘발유를 뒤집어썼다. 휘발유 투척을 지시한 현장 직원 박아무개는 급기야 주민들에게 라이터를 들이대며 ‘다 태워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대림산업 묵인 의혹 제기
화신빌라 주민대표인 강아무개는 “휘발유를 뿌리고 난 뒤 현장 직원인 박아무개가 라이터를 들이대며 ‘다 태워버리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는 경찰도 있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이 휘발유를 뿌리고 나서야 이를 제지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휘발유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박아무개는 붙잡아 조사했지만 휘발유를 실제로 뿌린 직원은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경찰의 제지가 미온적이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박아무개 등이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들이대며 태워버리겠다고 수 차례 협박했지만 경찰은 전혀 말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또 휘발유를 뿌린 사람은 하청업체 직원들이지만, 대림산업의 현장 관계자들이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했다. 저질스런 욕설·휘발유 세례
주민 조아무개는 “현장소장에게 휘발유를 뿌린 것에 대해 항의했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답변만 했다”면서 “아무리 하청업체 직원이라 할지라도 위법 행위를 했다면 현장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불로 태워 죽여 버리겠다는 직원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는 한 주민은 “공사책임자는 이런 행각을 보고도 방관하고 있었다”며 “이는 엄연한 살인시도가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림건설은 인권을 유린하고, 주민들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줘도 되는 대단한 업체냐”며 “앞으로 다른 지역의 다른 공사에서는 이보다 더한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냐”고 대림건설의 도덕적인 기업 이미지까지 규탄했다.
주민들은 대림건설 및 공사현장 책임자들의 엄중한 조사 및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경찰 조사는 미온적으로 끝났고, 대림건설과 현장 직원들은 형식적인 사과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편 4개월째 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주민들과 대림산업의 갈등은 현재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거주하고 있는 12가구의 빌라 주민들은 “공사장의 발파 공사로 인해 건물이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며 “수도관이 터지고 건물 내외 벽에 균열도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고, 피해에 따른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우선 정확한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 정밀안전진단을 해야 보상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데 주민들이 거부하고 있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반면 주민들은 안전진단 이전에 지난 몇 개월간 주민들에게 했던 대림산업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먼저 대림산업이 사과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림산업 입장
‘하청업체 직원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
‘휘발유 사건’에 대해 대림산업 현장 관계자는 ‘우발적인 일’이란 입장이다. 대림산업 홍보실 관계자는 “휘발유를 뿌린 사람은 하청업체 직원이었다”면서 “하청업체 직원이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화신빌라 주민들의 농성 때문에 하청업체가 빌들이 공사장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하루에도 몇 백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었다”며 “하청업체 직원들도 화가 날 대로 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휘발유를 뿌린 사건이 일어난 뒤 직접 찾아가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림산업은 하청업체 직원 개인의 ‘우발적인 사고’까지 대림산업에서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