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차 좀 세워봐요. 벽걸이 TV가 있는데 한번 보고 가요. 이 값이면 거의 공짜예요,공짜.'
도로에서 개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산물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린 데 이어 이번에는 고가의 전자제품인 대형 벽걸이 TV를 싼값에 주겠다고 속여 돈만 받아 줄행랑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얼마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강서구청 부근 도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 운전자 박모(38)씨는 벽걸이 TV를 싸게 주겠다는 말에 속아 현금 100만원을 고스란히 뺏기고 말았다.
박씨의 차량 바로 옆에 달라붙다시피 한 화물차에서 40대 남자 2명이 "차를 잠깐만 세우고 말 좀 묻자"고 다짜고짜 말을 건넸다. 이들은 "우리가 수출입 통관 대행업을 하는데 중간에 대금 관련 문제가 생겨 물건을 싼값에 넘겨야 할 사정이 있다"고 박씨를 꾀었다.
이들은 박씨에게 홈시어터용 스피커,망원경,캠코더 등으로 가득찬 종이상자를 미끼로 보여주며 "돈을 주면 벽걸이 TV와 함께 이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관심을 보이자 이들은 "사실은 우리가 몰래 빼돌린 물건이라 싸게 넘기는 것"이라며 "하룻밤 술값밖에 안 되는 100만원 정도만 내고 물건을 다 가져가라"고 더욱 은밀하게 접근했다.
박씨는 시중 판매가격이 30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벽걸이형 PDP TV를 다른 제품과 함께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욕심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은행에서 현금 100만원을 인출해 이들에게 건넸고 전자제품 상자를 여러 개 받았다.
그러나 종이상자에 정작 벽걸이 TV는 없었고 다른 제품들도 정확한 제조처조차 알 수 없는 조잡한 싸구려 상품이었다. 박씨는 '속았다'는 생각에 차를 몰아 이들을 쫓았지만 이들은 이미 멀리 떠나버린 뒤였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6일 벽걸이 TV를 싼값에 넘긴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일당 중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공범 이모(44)씨를 수배했다. 이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3개월간 피해자 5명으로부터 100만∼200만원씩 모두 7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