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9일 (수) 14:38 오마이뉴스
국민을 '앵벌이'로 아는 재벌 기업들
[오마이뉴스 고태진 기자]
앞서 지난 2월 삼성은 'X파일 사건'과 편법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 등과 함계 8천억 원을 내놨다. 얼마 전 롯데월드는 안전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의 의미로 무료개장을 했다가 또다시 안전 사고를 초래했다. 무료개장도 돈으로 비판 여론을 무마하려 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번엔 현대·기아차그룹이다. 그것도 총수와 그 아들에게 사법 처리가 현실로 다가오자 1조 원 상당의 기부금을 주식으로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다.
국민들이 언제 돈 내놓으라고 했나?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언제 국민들이 돈 내놓으라고 했나? 국민들이 무슨 '앵벌이'인줄 아는가? 엄청난 이익에도 불구하고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다 난관에 봉착하자, 적선하듯 팩스 한 장 달랑 보내 1000억 원 내놓겠다고 한 론스타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앵벌이에게 선심 쓰듯' 내놓는 돈이 아니라 정당하게 법을 지키면서 기업활동을 하고 내야할 세금 제대로 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 영향력만큼 떳떳한 기업 경영으로 모든 면에서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신세계그룹 등 현재 편법, 불법 기업 경영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재벌기업들은 모두가 후계 상속에 관련된 문제와 관련이 밀접하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는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줄 방법이 없으니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차나 모두 이제 그 규모나 기술로 봐서는 세계적 기업이다. 이런 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5%에도 못 미치는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하고, 또 그런 '황제의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생각을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세계적으로 망신당할 만한 일이다.
그간 재벌기업의 편법을 동원한 2세 상속 문제에 대해서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에서 무수히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재벌들은 법을 피해 가는 방법에만 골몰했고 사법부도 적극적인 처벌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때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재벌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지만 정작 총수들에게는 그 처벌의 수위가 미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황제불패의 신화'를 쌓아온 것이다.
재벌기업은 이제 국민들 앞에 떳떳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금 떼먹고 기업의 이익을 부당하게 편취해서 만든 그깟 부정한 돈은 필요 없다. 대신 수사에 제대로 임하고 처벌을 받아, 그동안 빼돌렸던 부당한 이익을 반납하고 내야 할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재벌 계열사가 총동원되어 수십억 원을 가지고 불과 몇 년 만에 수천억 원의 재산으로 불리는 희한한 '마이더스의 손'이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가 내놓는 돈 단호히 거부해야
삼성이 내놓은 8천억 원도 아직 용도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돈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부당한 돈은 선심쓰듯 내놓을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제대로 회수하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맞다. 정말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게 진심이라면 나중에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공헌 활동을 해주기 바란다.
돈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고 수사 제대로 받고 법에 따라 떳떳하게 책임지면 된다. 또한 이번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서 보듯, '법을 무시한 편법 경영'으로 만날 사과하는, 못난 제 버릇을 고치면 된다. 진정으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 '아들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편법 경영부터 없애면 된다.
재벌기업들의 사과도 이젠 지겹다. 때마다 녹음기마냥 되풀이 되는 그들이 사과를 보면 진심을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기업의 정당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공헌하는 많은 기업들은, 거금을 내놓고 면죄부를 받고자하는 그들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고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