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일본경제의 장기불황 탈출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이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잉부채,과잉고용,과잉설비)과 신기술 개발로 제조업을 살려 불황을 탈출하면서 향후 10년간의 경쟁력마저 확보한 ‘1석2조’의 비결을 소개했다.
일본의 경기회복에는 제조업체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기업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기술개발,경영방식 개선 등을 통해 역량을 키워왔다.외부적으로는 저금리 기조,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감축,중국의 경제의 급부상 등이 도움이 됐다.물론 일본식 경영방식도 빼놓을 수 없는 촉매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서도 경기회복을 견인한 가장 강력한 동력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신기술개발이 꼽혔다.PDP(벽걸이)TV,디지털 카메라,DVD레코더 등 고부가치·고기능의 디지털 가전과 자동차 부문이 수출과 내수를 이끌었다.
이 덕분에 지난해 4·4분기 경상이익이 16.9%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의 수익이 6분기(18개월) 이상 플러스를 지속했다.이는 곧바로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졌다.최근 2분기 연속 설비투자가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경기호전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입증됐다.1·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5%(연율 기준 6.1%)를 기록하는 등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록을 세웠다.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주가 및 땅값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주가는 지난 4월 이후 상승추세이고,전국의 평균 지가는 6년만에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 및 비제조업의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업종판단지수가 올라가는 등 경기 회복국면이 확산되고 있다.
최종 수요단계인 가계소비의 개선 조짐도 뚜렷하다.가계소비의 성장기여도 역시 지난해 1·4분기 0%에서 지난 1·4분기에는 0.5%로 상승했다.결국 최근의 일본 경제 회복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개발→소비 및 수출 증가→기업수익 및 설비투자 증가→경기회복이라는 선순환구조가 되살아나면서 가능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제조업체의 신기술 개발 노력은 향후 10년간 먹고 살 수 있는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일본이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자동차·전기기기·섬유·정밀기기·화학·의약·서비스(환경관련 기술개발) 등 7개 업종이 꼽힌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가 조사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연구개발 지출,연구원수 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3%대 중반으로,2%대인 미국·독일·프랑스·영국보다 훨씬 높다.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도 48명 수준으로,다른 선진국보다 많다.
특허 출원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2002년 미국 특허를 가장 많이 취득한 10대 기업중 일본 기업이 캐논 NEC 히타치 소니 미쓰비시 마쓰시타전기 등 6개사였다.건수로는 1만 7686건 가운데 9774건으로 일본 기업이 55%를 차지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아주경제팀 정후식 차장은 “일본의 경기회복에서 보듯 기업의 투자 여부가 경제 회복의 주요 관건”이라며 “특히 신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향후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