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뭘로 할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빽주가리... 아는 분은 아실겁니다.
앞에서 손으로 받쳐주면 그걸 딛고 점프해서 공중에서 돌면서 박을 차서 깨트리는 겁니다.
특공무술 시범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이었죠.
동기들 중 가장 작고 유난히 얼굴이 하얀편이어서 미운오리 새끼가 된 저는 이 화려한 기술을 연마해서 폼나는 신병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저는 영웅심리가 좀 있습니다.)
유격장 계곡에서 일과가 끝나고 샤워할 때 혼자 남아서 뒤로 돌면서 뛰어드는 연습을 몇일 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키가 작아서 인지 몇일만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빽주가리 연습한다는 걸 들은 고참 몇명이 저보고 해보라고 말하더군요.
'아 드디어 미운 오리 졸업이구나.'
호흡을 가다듬고 계곡 바위끝에 섰습니다.
점프를 했습니다.
멋있게 보여야 했기에 힘줘서 더 높게 뛰었습니다.
순간 '와아' 하는 고참들의 환호성이 들렸습니다.(사실 환호성이 아니었죠.)
환호성과 함께 제 눈앞에 바위가 보였습니다.
이마로 바위를 들이받고 저는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점프를 너무 위로 하는 바람에 발판 아래쪽에 있던 바위를 그대로 머리로 박은겁니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힘이 쭉 빠졌습니다.
물속에서 생각했습니다.
'아! 씨바 이렇게 죽는구나.'
살아보려고 깨진 머리로 들어오는 물을 조금이라도 막기위해 이마를 손바닥으로 잡았습니다.
뭔가 따뜻한게 만져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일어서서 물밖으로 걸어나가려 했습니다.
그리고 쓰러진것 같습니다.
눈을 떠보니 고참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내려보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죽지는 않은거 같은데 이마가 박살난거 같습니다.
이마를 만졌습니다.
엄청 튀어 나왔습니다.
근데 이게 왠일? 깨지지 않고 피도 안났습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말로만 듣던 뇌출혈이 의심됩니다.
그 날 저녁 너무 아파서 구석에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마는 더 부어 있었습니다.
모자가 안들어가 이등병인데 예비군 처럼 모자를 썼습니다.
육공트럭을 타고 사단 의무대에 갔습니다.
비싸더라도 MRI 나 CT를 사비로 찍고 싶었습니다.
군의관 앞에 앉았습니다.
군의관은 몇마디 묻더니 귀찮다는 듯 걱정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약을 받아가라고 했습니다.
의무병이 준 봉투에는 세기의 명약 유한양행 '안티푸라민' 한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20세기 군대에서 대가리가 안에서 터졌을지도 모르는데 처방은 안티푸라민 이라니...
당시에는 그것도 소중해서 들고 다니면서 시간만 나면 발랐습니다.
한달 정도 예비군 처럼 전투모를 쓰고 다녔습니다.
튀어나온 이마는 나아지긴 했지만 원상복구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날때마나 침상에 이마를 박았는데 들어갔다 싶다가도 다음날이면 원래의 높이로 돌아왔습니다.ㅜㅜ
저는 그 뒤로 빽주가리를 하지 않았고 대신 새로운 주특기를 고참들이 찾아주었습니다.
박치기 였습니다.
알고보니 전 대단한 이마의 소유자 였습니다.
그 높이에서 그 강도로 바위를 박고 멀쩡한게 신기하다고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나중에는 부대에서 에이스만 맡는 날라박치기도 제 주특기가 되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아직도 제 이마는 튀어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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