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원 김준석씨◆"대통령님, 다시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지난해 이맘때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월 8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유럽 순방을 마치고 이라크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했다. 예기치 못했던 노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장병들의 함성과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신세대 장병들은두 팔을 들어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장면은 단연 노 대통령과 한 장병의 뜨거운 포옹이었다.
도열중 갑자기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며 뛰어나와 노대통령을 덥석 안고 한 바퀴 돌기까지 했던 사단경비중대 김준석 상병은 지난10월 해병대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지금은 복학(경동대 2년 휴학중)을 앞두고 서울 종로 부근의 여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깜짝 놀란 경호원들은 김씨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은 웃으며 "그럽시다"하고 그를 덥석 안았다. 경호원들이 아연실색한 것은 당연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정말 대통령의 허리가 꺾일 정도로 세게 껴안았더라고요.
당시 경호원들의 놀란 표정도 나중에 인터넷에서 보고야 알았습니다.”김씨가 대형 사고(?)를 친 뒤 고참들은 "준석이는 대통령 라인이니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큰코 다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소동은 이튿날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는 느닷없는 청와대 직원의 방문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말을듣자 이라크에서 '전사 통지서'라도 온 줄 알았던 것이다. 몇 시간 뒤 문제의포옹 장면이 방송에 나오고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하자 오해는 풀렸지만 그날만큼은 불효 아닌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또 아들의 불경죄(?) 때문에 며칠 뒤에는 가족들 모두 신원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씨는 "비록 몇 초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대통령과의 포옹이 내 일생 가장소중한 기억이었고, 힘든 군대 생활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이툰 1진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뒤 바그다드 한국대사관 경비 임무에투입됐다.
아르빌 기지와 달리 대사관은 현지 무장세력의 공격에 자주 노출되는 위험한지역이다. 김씨와 선임병도 현지 무장세력의 총격을 받아 총탄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는 이라크 파병 근무를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로 꼽았다. "주둔 기간에 이라크 현지인이나 각 나라의 평화유지군과도 자주어울리면서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어요. 우리들이 하는 일이 보람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제대 후에도 낯선 땅에서 동고동락한 자이툰 1기동기들과 끈끈한 전우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7개월 간의 파병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에도 포옹사건 일화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씨는 "포항 해병대 1사단에 복귀한 뒤에도 더욱 모범적으로 군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이툰 1기의 자부심에다 노 대통령과 포옹한 문제의 장병으로 책임감도 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암호명 '동방계획'이라 명명된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 뒷이야기는 지난5월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포옹 사건의 주인공인 김씨 글뿐만 아니라 극비리에 작전을 수행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청와대ㆍ항공기 관계자 등 30명이 생생하게 묘사한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김씨는 "그때는 너무 흥분해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만 민간인 신분으로 꼭 다시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혼란스럽고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잘 극복해 달라고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