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분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뉴스에 있는 리플들을 보면 씁슬하기까지 하다.
국방부와 범대위(이들이 시위대의 대표자라 나오기에 이렇게 칭한다)와 마찬가지로, 흑 아니면 백의 극렬한 의견들이 리플의 대부분이다.
대화는 없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듯 하다.
각설하고, 글을 쓰는 요지는 제목처럼 '이상론'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대통령께는 죄송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같은 원대한 포부를 거론하기는 터무니없이 약하다.
북한, 비록 핵무기와 머릿수만 믿고 들이대고 있다지만 전쟁발발시 한반도 대부분이 초토화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일본, '군대'는 없고 자국방어를 위한 '자위대'만이 존재하지만, 독도 사태에서 보았듯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잠재적 적국'이다.
중국, 러시아도 통일 이후에는 우리와 국경선을 맞대고 경쟁할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잘되는 걸 바랄 리가 없다.
미국, 물론 우리의 필수적인 우방이지만, 그네들도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 우리와 공조하는 것이다. 만약 그 '필요'가 사라지고 자신들의 '이익'에 중대한 침해가 된다면 주저없이 한반도를 최신무기의 시험장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정세는 어린이 동화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그 가능성은 소수점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 동맹을 하고, '필요'에 의해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특히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툭하면 주한미군이 술퍼먹고 난동부리고(예전에 난동부리다가 시민한테 죽도록 맞았다는데, 법적으로 그러면 안되는거였지만 상당히 통쾌했다), 앞날 창창한 소녀 둘을 밟아죽이고, FTA로 우리 시장 말려죽이려 들고(아토스라는 쌀, 맛 없다더라. 한국입맛엔 역시 한국쌀), 미군기지 이전이다 뭐다 해서 국민 세금 퍼다주고...
이렇게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왜 SOFA개정 하나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미군 눈치를 봐야 할까?
한총련이나 민주노총 등 대표적인 '좌파'성향의 단체(여기서 '좌파'라는 것은 요즘 리플에서 자주 회자되는 '빨갱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사회주의 경향의 '좌파'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좌익'은 불허하지만 '좌파'는 허용한다.)는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
'왜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뒤나 치워야 되는 것이냐. 전쟁 조장하고 국민을 괴롭히는 주한미군 몰아내자'
물론 그네들의 주장에도 어느정도의 일리는 있다. '어느 정도'의 일리는.
하지만, 필자가 경계하고자 하는 '이상론'이 바로 이 '어느 정도의 일리'다.
미국은 대표적인 무역적자국가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수출에 목매는 국가와는 거래하면 손해가 더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그네들도 시장이 요구하니까 우리 제품 사다 쓰는 건 확실하다. 현대차, 삼성 전자제품, 그 외에 중소기업 제품들도 좋지 않은가.)
미국이 그렇다고 '밑지고 장사하느니 안한다!'이러면서 적자나는 무역을 하는 국가와는 거래를 차단해버린다고 가정하자.
세계 경제 대공황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미국 본국에도 미칠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은 적자를 감수하고 무역을 하는 것이다. 그 적자분을 해소해보려고 FTA나 무거운 관세를 시도하는 것이고...
주한미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땅도 거저 주다시피 하고, 각종 뒤치다거리를 다 해준다지만 군 병력 유지비용은 결국 미국에서 나온다. 그 막대한 유지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는가? 손해는 손해대로,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미국이 착해서?
아니면 우리나라가 비굴하게 나가지 말라고 싹싹 빌어서?
내일이라도 북한이 쳐들어올까봐?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언제 준동할지 모르므로 전쟁억제와 전초기지ㅡ최악의 경우지만 전쟁 발발시ㅡ활용을 위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의 전쟁시도를 무마시키고 국방비 절감을 위해 생돈 쓰고 각종 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다.
당장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는 공중조기경보이(A.W.A.C.S)나 군사위성의 도움 없이, 그리고 강력한 항공모함이나 최첨단 미사일 등의 지원 없이 북한과 '맞짱'을 떠야 한다.
(우리나라도 K-9 자주포 등 세계가 인정한 최신예무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이나 우리나라보다 처진 국가들 기준이다. 미국의 최신예무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 한반도 대부분의 초토화를 감수한다면.
(예전에 한겨레 토론방에서 어떤 분이 남북한 전력비교를 해 놓은 것이 있는데, 1:1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주한미군이 필요한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전쟁억제력'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는 국방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군대? 2년이 아니라 4년을 다니고, 면제나 공익 판정을 받는 사람 대부분이 현역으로 투입되야 할 지도 모른다.
절대적인 가정은 아니지만, 전쟁 억제를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 증강이 필수다.
이런 식으로 국방비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시켜버리면?
자연히 교육이나 복지에 들어가는 세금은 삭감된다. 미군 철수를 외치는 시민단체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
선진국수준의 복지를 유지하면서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한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후진국 수준으로 퇴보를 하거나... 북한이 왜 가난한가? 기술도 없지만 농사만 제대로 지어도 최소한 굶지는 않을텐데. 국방비가 문제다.
결국, 미군 주둔이 오히려 우리에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상론'은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은 '인간'을 '판매대상'이라거나 '고기덩어리'로 보지 않는 것이다.
평택 대추리 주민들... 시가보다 훨씬 높은 보상을 약속하고 농사짓기를 원하면 간척지에 농지 분양을 추진해준다는 국방부의 약속과는 별개로,
평생 그곳에서 터를 일구며 살아오신 분들을 강제로 내쫓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분들의 심정과 별개로 '반미'를 외치며 반미와는 한 뼘 관련도 없는 주민들을 선동하는 세력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WIN-WIN이 아니라 LOSE-LOSE를 추구하는 '이상론'을 경계한다.
다음 아고라에서 퍼왔는데 넘 공감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