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김정일)는 3대세습에
반대했지만 국가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등
세습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정남을 보면 조선시대 양녕대군이 떠오른다.
태종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왕이 되지 못하고 결국 셋째인 충녕대군(세종대왕)이 왕위를
물려받은 것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녕대군은 세자로 책봉이 되었었지만 궁중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폐위되었다는
점에서 김정남과 다르다고 본다.
그러나 세자에서 폐위된 뒤 전국을 누비며 풍류를 즐기며 자유분방한 생을 지낸 양녕대군이나
세습 경쟁에서 밀려나 세계 각국을 떠돌며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김정남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양녕대군이 살아남기 위해 한 때 미친척하며 생활했고,
부왕과 세종대왕에 대한 비난이나 반감을 갖지 않았던 것처럼,
김정남 또한 동생 김정은에 대한 비난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북한 경제에 대해 “화폐개혁은 실패했다.
개방과 개혁에 대한 관심을 둬야 한다.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핵 보유나 선군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한 것은 북한체제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비난여론을 인식한 바람막이용 발언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김정일이 세습에 반대였지만 체제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아버지를 감싼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김정은 세력으로부터의 살해위협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부인한데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세력으로부터의 신변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서 중국이 김정일에게 김정남의 신변안전을 보장하라고 다그쳤다는 소식도 있다.
아무튼 김정남이 비록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긴 했으나 그 또한 김정일의 자식임이 분명한 이상
그가 북한을 대놓고 비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김정남의 발언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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