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타고…장발에 슬리퍼…''나사풀린 공익요원''
[세계일보 2006-03-09 14:51]
서울의 한 지방법원장은 최근 법원장 지정주차구역 옆에 고급 외제차 2대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직원차로는 보이지 않았던 데다 며칠째 같은 구역에 주차돼 있던 터라 궁금증을 더했던 것. 수소문 끝에 법원장은 차주가 법원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을 알고 황당했다. 공무수행 중인 군복무 신분으로써 적절한 처사가 아니었던 데다 일반 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기 때문. 결국 법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해당 공익근무요원들을 불러 주의를 줬다.
최근 절도부터 조직폭력배 싸움 동원까지 일부 공익근무요원들의 범죄행위가 구설수에 오르는 가운데 이들의 부적절한 근무행태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관 담당자들은 문제가 된 공익요원들에 대해 현실적으로 주의나 경고 조치 외에는 처벌을 하기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9일 병무청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 입영자는 2001년 3만1339명, 2002년 3만302명, 2003년 3만3541명, 2004년 3만2993명, 2005년 2만5846명에 이른다. 이처럼 행정관서 등에 배치되는 공익근무요원들은 매년 평균 3만여명이나 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은 여의치 않다. 공익근무요원들의 복무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는 데다 근무위반이나 복무태만 등의 경우 1회 경고당 5일 연장복무 등의 소극적 조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익근무요원은 근무 관련은 병역법을, 근무 외는 형법을 적용받아 범죄 행위로 1년6월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소집해제 처분을 받으면 그만이고 실제 개인 범죄가 아닌 근무 문제로 고발조치를 받은 사례도 전무한 실정이다.
외교통상부 직원 A씨는 요즘 상근하는 일부 공익근무요원들 때문에 걱정이다. 청내에서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일은 예사고 장발에 복장까지 불량한 경우가 많아 출입이 잦은 외교관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A씨는 “일부 공익근무요원들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외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 걱정이다”며 “복장규정이 있긴 하지만 용모를 갖고 일일이 지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병무청 소집과 한 관계자는 “해당 기관은 월1회 정기 교육을 실시하도록 돼 있지만 번거롭다 보니 현실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담당자들이 수시로 주의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