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뉴그랜저를 (아버님 소유라고 해야 맞겠군요) 2년정도 운행했고,현재 아카디아를 운행중인 오너입니다.
운전경력은 올해로 15년되가는군요. 15년간 제가 모는 차로 남의 차 기스한번 내보지않아서 보험료가 국산차 자차보험감안해도 30만원대 초반수준이니 뭘 타도 거저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미국의 친구는 대당 2000불씩 보험료가 나간다며 꺼이꺼이 하더군요.
요즘 아카디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많은 의견들이 오고갑니다. 저도 그래서 간단히 제 경험을 들려주고 싶군요. 제가 무사고 행진을 멈출 뻔 했던 2가지 사고직전상황이 각각 뉴그랜져 한번, 아카디아 한 번이었습니다.
94년도인가 뉴그랜져가 제일 처음 나왔을 때 아버님께서 뉴그랜져를 탔셨었지요. 전 각그랜져에 이어 나온 뉴그랜져의 부드럽고 미끈한 몸체와 라운딩인테리어및 고급스런 전자식기어에 뻑 갔었구요. 조금 오바하면 한국실정에선 그정도가 지금 뉴SL 내부 보는 듯한 황홀감에 비교될 수 있을 정도였지요.
미국에 가 있는 친구에게 뉴그랜져자랑을 마구마구 해댔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차가 나왔다며.... 사실 이정도면 괜찮은 차입니다.. 친구가 말하더군요. 거기 4400만원에 대우에서 판매하는 아카디아라는 차 있잖아...그게 어큐라레전드거든...그게 훨 좋아...몇 단계 위로...
열받은 저는 뉴그랜져가 얼마나 좋은 차며, 급가속시에 튕겨저가는 느낌이나 운동신경을 강조하기에 이르렀지요... 친구는 .... "하여간 그게 더 좋아 그렇게 알아"...하더군요...
그렇게 좋은? 뉴그랜져를 타다가 도산대로 중국성4거리 오르막1차선을 가속질주하던중 2차선의 아줌마가 순간 확 끼어들려는 것을 피하려 핸들을 트는데 차가 뒤뚱 뒤뚱하며 핸들이 이리저리 제힘을 벗어나 요동을 치는데 하마터면 중앙분리대를 쳐박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보험료신이 보우하사 더이상 사고는 없었고요..
몇년이 지나 차를 자주 바꿔나가다가 현대차 말고 물색을 하던 중 4400의 가격때문에 그다지 소문이 퍼지진 않았지만 은근히 좋다고 소문이 나기시작한 아카디아를 그래 한번 경험해보자 하며..구매하게 되었지요.
'아.... ' 할말을 잊었습니다... 차가 무슨 강력한 전기차같더군요....
분명 뉴그랜져 3000cc 1750Kg짜리보다 훨씬 가벼운 3200cc 1550Kg짜리 찬데 조립된 게 꽉 다부지게 조립된 거 같은 느낌.... 좀더 디테일하게 설명드리면.... 뉴그랜져가 2,3년후 시간이 흐를수록 계기판이나 시트부터 뭔가 헐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면, 이 차는 영원히 그 다부진조립상태가 유지될 거 같은 그런 느낌을 줬습니다.
(뉴그랜져만 타고있으면 뉴그랜져도 다부진거 같지요? 아카디아를 하루종일 운전해보시다가 옆에 뉴그랜져를 갖다대고 하나 둘 셋!하며 순식간에 옮겨서 앉아보세요...... 모든 것이 헐거운 느낌...헐렁 헐렁...그런느낌을..... 받습니다.)
당시 최고의 가속 8초초반에 연비 1등급... 영어독해할 때 직독직해라고나 할까요? 뉴그랜져가 악셀을 밟으면 사전찾고 해석하는 듯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면 아카디아의 가속느낌은 악셀밟는 즉시 직독직해하는 듯한 즉각응답성을 줬습니다. 배틀로 따지면 좀더나가는 대배기량차가 있다하더라도 차들때문에 속도를 줄이다가 다시 치고나갈 때 밟으면 즉각반응이 와서 그냥 확 멀어지는....최고속보다 가속에서 더 매력만점인 차였습니다. 미국의 친구가 혼다메틱이 유명하다나 뭐라나 ...
그래서 자만감에 팍팍 몰고다녔는데, 몇년전 영동대교 직전 리베라호텔앞에서 1,3차선을 가는 차들 사이로 로켓가속을 하며 푱~~~~~! 하고 양차사이에서 튀어나가는데 그 순간 3차선 차 앞에서 불하나도 안밝히고 죽기로 작정한듯한 스쿠터가 서행하며 갑자기 2차선인 제 앞으로 튀어나오더군요.
뉴스에 나온다면 이랬을 겁니다. " 도심에서 초고속주행하던 아카디아 족발배달중인 스쿠터를 그대로 밀어붙여 스쿠터운전자사망"
(아카디아의 유일한 단점이 급가속에 조금 못미치는 브레이크입니다.)
초급가속중 급브레이크를 당겼지만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초고속가속을 하던 차를 향해 튀어나온 불빛없는 스쿠터와 제 아카디아는 순식같에 떡이될 듯 가까와지고있었습니다. 앗소리도 못지르고 쳐박을 그 상황에서 (그순간 느낌으로 사람은 압니다. 브레이크를 짖누르고 있는 와중에도 범퍼가 이 사람의 허리를 꺽어버릴 것 같은 느낌... 필링...!!)
"사람을 죽일바에야 내가죽자"라는 각오로 2차선에서 중앙화단이 있는 1차선쪽으로 핸들을 확 꺽어버렸습니다. 사실 옆차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내가 핸들을 꺽어 차를 옆으로 날리면 옆차도 같이 부딪혀 밀려버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불도안키고 족발배달하는 스쿠터에 탄 사람을 나의 가속욕심때문에 꽃길같은 인생 죽일 수는 없어 핸들을 초고속상태에서 꺽어버렸습니다. 확~~~~~~~~~~~~~~
그 순간!!!!!!!!!! 제가 던져버린 차가... 휘청거릴 듯 해던 차가... 착~착 하며 옆차선으로 순간민첩하게 이동을 하면서 차세를 잡는 겁니다. 다행히 최소한 부딪힐줄 알았던 옆차도 가속력때문이었던지 몇십cm차로 순간뒤쳐저버려 부딪히지않았습니다.
저는 누구를 원망하고 자시고할 거 없이 뒤차에 엄청미안하고 쪽팔려서 그 다음 신호에서 U턴해서 도망갔습니다. 그 족발배달 아저씨는 그날 뭔일이 있었는 지도 모르고 집에가서 잘 잤을 겁니다. 끽소리날 시간도 없이 일어난 무서운 상황이었으니... 순정아카디아의 민첩함이 저를 살렸지만 거만을 떨어 잘 나가는 인생들 골로보낼 뻔 했던 죄책감이 저를 억누르더군요.
그 이후로 차를 인도받고나서 몇번 물만난 고기가 되는 고속도로에서나 좀 밟았지 시내에서는 정말 겸허하게 다녔습니다.
아카디아를 타면 국산세단은 졸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충분히 이해갑니다. 최고순발력에 1등급 연비...이정도면 솔직히 대단한 겁니다. 물론 독일차나 일본차중에 아카디아를 넘어서는 차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자동차란 이래야돼!! 하며 새차인 에쿠스나, 체어맨대신 단종되고 수리비 많이 들 수 있는 아카디아를 젊은분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단지....한국이라는 우물속에 살던 개구리가 경험중인 아카디아... 저에게는 그것이 인생에서 만난 몇가지 행운중 하나가 아닐까하는군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