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욕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우리 어린시절에는 지금과 달리 욕이라고 해봤자
종류도 몇가지 없었고 그 정도에 있어서도 지금처럼
차마 입에 담을수 없고 귀에 담을수 없는 초저질극악무쌍한 욕들과는
질적으로 틀린 그야말로 수준높고(?) 건전하기 짝이 없는
욕들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좋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짜내서 글을 쓰자니 그 정확성과
신뢰도에 있어서는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물가물하지만
기억나는대로 역시나 한 번 써제껴보기로 한다.
어린시절의 욕중에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요소이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또한 가장 천대받고 홀대받아온 존재인
똥을 소재로 한 욕들이 꽤 있었다.
아마도 똥이라는게 워낙에 더럽고 천박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대접받는 풍토에 익숙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똥을 이용한
욕들이 나오지 않았던걸까 추정해본다.
"니똥칼라다." - 흔히 잘난척하고 으스대는 꼴보기싫은 애들을
비아냥거릴때 자주 썼던 욕이다.
욕이라고 하기까진 그렇고 그냥 비아냥거림,조소와 비웃음의
약간 극단적인 표현이라고나 할까.
알다시피 칼라똥을 누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공평하게도 인간이 누는 똥의 색깔은 왕후장상의 씨이건
갖바치/개백정이건간에 누구나 똥색이다.
암만 잘나고 똑똑하고 돈많은 인간이라도 똥색깔을 지맘대로
할수는 없는것이다.
(뭐 미래에는 똥색깔도 자기마음대로 골라서 쌀 수 있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아직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앞에서 암만 아는척하고 잘난척해대도 결국 너도 우리랑 똑같이
밥먹고 똥누고 사는 인간일뿐이다라는 뜻에서 문장자체의 반어적인
의미를 활용해 상대방에게 쫑코를 주는 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이 욕은 "너잘났다."라는 비아냥을 아주 극명하게 표현해낸
단순무지한 욕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어로는 이와 비슷하면서 더욱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니똥굵다."라는 욕이 있다.
그리고 이의 변형발전개량형으로서 "니팔뚝굵다."라는 말도 자주
사용되었었는데 똥을 소재로 한 욕들이 그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아주 효과적으로 강렬하게 전하는데 비해서 팔뚝을 소재로 한 욕은
그 비웃음과 비아냥의 의미전달효과가 상당히 반감되어
욕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우스개소리정도로 쓰이는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튼 어린시절에는 잘난척하고 똑똑한척하는 애들이 제일 재수없고
짜증나서 미움을 받는 시절이므로(뭐 어른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류의 욕은 필연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쓰일수밖에 없는
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서는 똥에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있고
똥에 대한 재평가작업과 함께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관을 고쳐나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똥의 위치가 격상되고있으므로
이제 더 이상 똥을 이용한 욕들이 과거처럼
번성하고 발전하지는 못할것으로 예상된다.
음..똥이 똥값받고 똥대우받던 시절은 이젠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꽃집의 아가씨"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만든 노래가 있다.
"개똥이네 아빠는 똥퍼요.
그렇게 잘 풀 수가 없어요.
한번만 펐다하면 한번만 펐다하면
건데기 하나없이 잘 퍼요.
그래서 개똥이도 똥퍼요.
그렇게 잘 풀 수가 없어요.
한번만 펐다하면 한번만 펐다하면
건데기 하나 없이 잘 퍼요. "
필자가 이 노래를 처음 접한건 대학에 들어와서
술을 먹는 자리에서였다.
흔히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권주가중에는 기존 유행가의
가사를 유머러스하게 바꿔서 부르는 노래들이 많았는데
이 노래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다.
우리네 어린시절의 욕중에는 "누구네 아빠는 똥푼다."라는
욕도 꽤나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 파생해서 "너도 나중에 커서 똥이나 퍼라."라는
욕이 꼭 따라나오곤 했었다.
그때는 어린시절이라 암것도 모르고 그냥 재미로 떠들어댔던
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실제로 아버님이 분뇨수거작업을
담당했던 애들이라면 이 말에 무척이나 큰 상처를 입었을것같다.
이 욕은 비록 우리아빠가 똥푸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단지 듣는것만으로도 묘하게 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자존심에 상처나게 만드는 무서운 욕이었다.
이 욕을 들은 애들은 기를 쓰고 자기네 아빠는 똥푸는 사람이 아니며
자신도 절대 똥푸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라 절규하고 항변하며
억울해하다가 결국 쌈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무식이 통통튀네."
이건 비교적 근래의 유행어라 생각된다.
욕이라기보다는 그냥 무식한 애들 놀려줄때 사용하던 말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상으로는 이 말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여
구전된 말이 아니라 TV에서 유행하던 유행어였다고 기억되는데
아마도 어느 개그맨이 유행시킨 유행어가 아니었던가 아주
어렴풋이 추정될 뿐이다.
누구 자세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해설답변글 부탁한다.
근데 누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상큼하고 산뜻하고 깔쌈하고 그야말로 감각이
톡톡튀는 생그런 말을 만들어냈는지 그 감각이 놀라울 뿐이다.
그밖에 가장 일상적이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많이 쓰였던
바보나 멍청이같은 말들도 있었다.
뚱뚱한 애들을 놀리는 돼지라는 말도 너무나 흔했었고.
아마도 애들을 놀리는 말중에 바보,멍청이,돼지라는 말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가장 널리 보편적으로 꾸준히 쓰인
말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도 온갖 수많은 극악무도한 욕들이 무수히 생성변화소멸해간다고해도
이 세가지의 놀림말은 그 명을 다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고 중학교때던가 과학교과서에 실렸던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의 사진을
보고나서는 한때 애들 사이에 "다운증후군"이라는 꽤나 학술적이고
인텔리틱한 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뭐 염색체하나가 모자라서 걸리는 거라던가 아무튼 안구돌출에
입술도 툭 튀어나오고 한눈에 보기에도 지능이 떨어진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그 사진을 보고 무식한 애들을 놀려먹을적에 다운증후군이라고
놀리던 시절이 생각난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주워들은 누군가의 경험담에 의하면
자신이 초등학생이었던 80년대초반 - 어떤 친구에게 그런 욕을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일성같은 놈."
와 - 이거 정말 작품이다.
80년대 국민학생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심한 욕이 있을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80년대 국민학생에게 이보다 더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정신적인 데미지를 가하는 욕은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김일성만도 못한놈."이나 "김일성보다 더한 놈."정도나 있을까.
정말 웃기고 팔짝 뛸 노릇아니냐.
그 친구란 사람은 어떻게 그런 욕을 생각해낼수가 있었을까?
정말 암울했던 80년대였도다.
"튀기"
이건 그 단어하나만으로도 그 자체만으로도 욕이 되었던 말이다.
흔친 않지만 학교에 다니다보면 혼혈아와 같은 반이 될때가
몇번씩은 있게 마련이다.
튀기라는 놀림말은 확실한 순수국산토종이지만 일견 외모가
서양틱하거나 혼혈틱한 애들을 놀릴때도 많이 사용되었었다.
뭐 누구나 알만한 예를 들자면 상당히 서구틱한 황X혜나
매우 흑인틱한 박X영같은 사람들을 보자면 그들이
어린시절 학교에 다니면서 얼마나 놀림을 받았었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을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능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확실한 메이드인코리아순수토종제품인데
다만 겉껍데기가 외양디자인이 좀 외국틱해서 놀림을 받는
애들은 그나마 쪼금 나은 편이다.
진짜 혼혈아들 - 얘들은 정말 튀기라는 말 한마디에 진짜 큰 상처를 받는다.
그 말이 혼혈아들에게는 얼마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인지,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말인지,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지
안당해본 사람은 패죽여도 모른다.
반애들한테 놀림받다가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운 마음에 펑펑 울어버리는
튀기애들을 보면서 뭔지 모를 아릿한 분노와 서글픔을 느꼈던
경험이 있는지?
그 때 내가 느꼈던 건 단지 이건 잘못된 짓이라는것,
이래선 안된다는 것,
혼혈아들이 너무 불쌍하다는것뿐이었다.
절대로 혼혈아들을 놀리는 말은 하지말자.
튀기(혹은 트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라는 말은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역지사지 - 입장바꿔 생각해봐라.
니가 미국가서 양키들한테 마늘냄새나는 노란원숭이라고 놀림받고
왕따당하면 너는 기분좋겠냐?
요즘은 모르겠다.
그나마 세계화,국제화,지구촌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외국에 대한 생소함이나
호기심이나 경멸감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을테니 지난시절보다는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라나?
요새 애들도 혼혈아가 있으면 놀리고 왕따시키고 하면서 살지는 않겠지,설마.
< 싫으면 시집가 >
이말도 예전에 꽤나 유행했던 조롱말이었다.
욕이라기엔 강도가 상당히 약하고 그냥 가볍게 장난칠때
쓰던 말로서 그 당시에도 그 썰렁함으로 인해 듣는이에게
심각한 정신적 허탈함의 충격을 안겨주었던 불후의 유행어이다.
근데 남자한테는 뭐라고 하지?
남자한테도 싫으면 시집가라고 말 할 수는 없잖아?
이 말은 단지 "싫다"와 "시집가다"의 발음상의 유사성으로 인해
만들어진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놀이말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정겨운 말들이 잊혀져가는게 참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난대 >
지금까지 약발이 떨어지지 않고 간간히 사용되는
말로서 아직까지 그 유통기한이 다 지나지 않은 말이다.
지난 80년대에 최고의 히트를 치면서 전국민적으로 유행을 했던
유행어인데 울다가 웃는거랑 똥구멍에 털이 나는거랑 도대체
어떠한 인과관계와 연관성이 있는건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도대체 이 말은 누가 언제 어떻게 처음 생각해내고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
근데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이미 똥구멍에 털이 있지 않은가?
이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사실 누구에게나 똥구멍에 털은 있게 마련이다.
근데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이 난다니 이미 있는 털이 더 무성하게 난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똥구멍에 털이 없는 병신이었던가?
아무튼 상당히 원초적이지만 또한 듣는이에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우리네 놀림말이다.
그래도 나 어린시절의 욕들은 상당히 정감있고 운치어린 욕들이었으며
단순하고 유치했으며 그 종류또한 그리 많지 않았었다.
중고등학교시절만 해도 기껏 심하다싶은 욕이 겨우 "개새끼","씹쌔끼",
"씨발놈","썅놈의 새끼"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보도블럭에 시커멓게 눌어붙은 씹다버린 껌딱지처럼 흔해빠진
"좆나게,졸라,좆까고"같은 형용사들도 그 시절에는 그야말로 가장 흉악하고
자극적이고 무지하게 정도가 심한 졸라 강도높은 욕중의 욕이었다.
근데 그런 말들이 지금은 욕축에도 끼지 못할정도로 온갖 듣도보도못한
졸라 흉악무쌍잔인컬트엽기극악무도패륜살벌하기 짝이 없는 욕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고 유통되고 있고 널리 쓰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그 안에서의
경박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문자표현문화가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인프라는 너무나 급속하게 발전해서 잘 갖춰졌지만
정작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이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인터넷활용에 필수적인 도덕교육과 네티켓준수는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언어사용이 일반화되고
확산되면서 그러한 저질퇴폐폭력선정자극엽기적인 말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씨발 나도 인터넷 쓰다보면 웬 호적에 잉크도 안마른 어린것들이
써제껴대는 듣도보도못한 금시초문의 황당흉악기괴한 쌍욕들에
깜짝깜짝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예전에 자유민주주의국가를 처음 만들때 그랬다던가.
전제정치,봉건정치,독재정치에 익숙해져있던 국민들이
자유에 익숙치 못해서 나라가 개판이 되었더란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아무나 맘에 안드는 놈 있으면 가서
한 대 패고 "왜때려?"라고 대들면 "내맘이지.이게 바로 자유야.
내맘대로 하는게 자유라며."라고 오히려 화를 내더란다.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문화를 보면 그야말로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미꾸라지들이 연못물을 온통 흐리고 다니는게 빤히 보인다.
뭐 워낙에 급작스런 변화이고 초창기이다 보니 그정도의 부작용은
예견된 일이었고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이젠 어느정도 자정능력이 갖춰지고있는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아직 갈길은 멀다.
초딩들도 "졸라,씨발,좆까"같은 욕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아무런 의식없이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다니는 현실을 보고있자면 정말 미치고 팔딱 뛰고
돌아가실 지경이다.
어쩌다 애들이 그런 사악한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단 말인가.
씨발 예전의 그 정겹고 다정다감하고 인간적인 욕을 쓰던 시절로 되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