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뿌등한 날씨
비가 오는것도 아니고 비가 안오는 것도 아닌 기상 중계청의 도움으로 오늘의 날씨는 오늘이 되어야 확인 할 수 있다.
평소 같았으면 주말에 일어나기 힘든 7시 반.
서킷에 갈 설렘에 눈이 떠졌는지, 거금 10만원이 아까운 생각에 눈이 떠진건지 모르겠지만
내 설렘과 본전을 챙길 생각으로 갈 채비를 마친다.
서킷을 돌 생각으로 트렁크를 분명 비워뒀는데, 촬영 욕심 때문인지 금방 자리가 채워졌다.
이번에 갈 곳은 화성에 위치한 오토시티.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블로그를 빙빙 돌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문자로 트랙데이 신청을 하고 있었다.
우선 첫번째로 4시간에 10만원이라는 가격이 굉장히 끌렸고, 7월 말에 인제에 가기 앞서 연습으로 좋아보였고
게다가 2010년 출고 타이어를 그대로 지금까지 끼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비오는날 불태우고 타이어를 바꾸기 딱이었다.
그렇게 가는길 휴게소에 들려 라면 한사바리로 들뜬 마음을 뜨끈하게 가라앉히고 서킷으로 넘어간다.
그 곳에 도착하니 휴게소에서도 이미 시야에 들어왔던 도요타 86이 자리잡고 반겨준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도요타에서 볼 수 있는 수평대향 엔진.
엄밀히 따지면 옆집 사는 스바루가 선물해준거지만 맞춤 정장이라도 한벌 뽑은 것 처럼
도요타 몸과 꽤나 잘 어울려 보인다.
긴팔과 없는 장비 때문에 바이크 장갑, 바이크 헬멧을 신경써서 챙겨 왔지만
여기 관계자는 오히려 그런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기존 서킷보단 자유롭고 들판에 방목한 양처럼 어련히 알아서 잘 놀아주겠지라는 분위기다.
내가 보고 왔던 블로그에선 이정도의 자유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좀 더 프리한가보다.
그날 그날 다른건지 모르겠지만, 오늘 첫 서킷에 온 나로선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코스에 진입하기 위해 서서히 오른발에 힘을 넣자, 내 귀는 내 심장소리로 가득차 오른다.
사실 부끄럽지만 어릴적 꿈. 아니 지금도 가슴 한켠에 모셔두고 있는 레이서의 꿈.
그 꿈이 계기로 일본으로 떠난 적도 있었고, 그 꿈을 이루고 싶어 무작정 후지서킷에 홀로 버스타고 찾아 간 적도 있었다.
쿵..쾅..쿵..쾅.. 장영실의 해시계보단 내 심박시계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치고
첫 서킷의 설렘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모를 내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코스로 들어간다.
처음인만큼 스포츠로 달리지만 TCS는 끄지 않기로 한다.
내 차는 소중하고, 내 잔고는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넓고, 내 자신감으로 채우기엔 충분하기에 액셀에 힘을 실어본다.
바로 정신없이 돌아버리고 설렘과 긴장이 당황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가다듬고 속력을 높혀 코너를 돌아 나가는데 역시 꼬리가 요동치며 허리를 흔든다.
생각을 바꾸고 우선 코스를 익히기로 마음먹고 한 두바퀴 돌아 나가며 속력을 서서히 올린다.
'아 지금이 타이어가 쓸리기 시작하는 시작점이구나'
조금씩 내 차의 그리고, 내 타이어의 한계점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한계점에서 내 손에 쥐고 있는 스티어링 휠로 타이어와 줄다리기 하는게 꽤나 재밌다.
시간이 지나고 노멀에 놓고 기어봉을 옆으로 제쳐두고 트랙션 OFF를 3초간 눌러 TCS를 끄고 주행해본다..
코너가 부풀어 오르면 액셀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니 안으로 빨려 들어오고,
코너를 빠져나갈때 핸들을 풀면서 액셀을 지긋이 밟을때 살며시 들려오는 타이어의 비명은
타이어와 핸들이 하고 있는 줄다리기 위에서 액셀이 줄타기 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손.
손으로 하는건(?) 뭐든지 자신 있던 내가 오늘은 너무 말을 안듣는다.
스크루바처럼 베베 꼬여버리는 내 두손은 빠른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이 곳에선 지체할 틈을 주지 않았다.
2-3타임을 타자 조금씩 안정적으로 핸들을 잡게 됐고, 코스 공략이나 기어의 사용도 좀 더 자연스럽고
일정한 패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타이어의 비명도 조금은 줄인채 최대한 그립을 가져가기 시작했고,
랩타임은 1분 정도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생기자 그 속에 숨어있던 오만함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다.
혼자 달리기엔 심심하여 멀리서 다가오던 320z를 옆으로 보내고 곧장 뒤를 따라가본다.
그래, 이맛이지.
서킷은 여러대가 달려야 제맛이고. 남자는 배틀을 해야 제맛.
다시 자리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선걸까.
조금씩 잘 다져가던 나의 라인과 주행 패턴, 리듬이 무너지고 타이어의 비명이 심해지더니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타이어의 댄스를 멈추기 위해 내 두손은 바빠지고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으로 넘치던 나는
멀어지는 320z를 바라보며 기어봉을 잡고 반성을 해본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내 리듬을 찾아가며 조금씩 잡아볼 생각으로 계속해서 돌아보지만 조금 속력을 올리려 하면 비명을 질러댄다.
2010년에 태어난 런플랫 출고 타이어의 한계라고 핑계 대고 서킷을 빠져 나온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대부도에서 칼국수와 파전 하나를 배에 집어넣고
밀리는 시화방조제를 달려(?)..기어 나온다.
바이크를 탈적엔 꽤나 자주 왔던 곳인데, 지금은 시화 나래 휴게소라 불리지만, 예전엔 티라이트 휴게소로 유명했고
카페 사람들이 티라티라 할때 도대체 티라가 어딘지 몰라서 내비에 티라라고 적어 봤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아 속상해 했던 기억도 있다.
최근엔 이곳 사고 소식이 많아서 썩 달갑게 와지는 곳은 아니지만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가지고 다시 돌아간다.
서울 시내에 접어들었을때 갑자기 심장에 날라드는 경고음 소리가 꽂힌다.
띵...띵..
!!
뒤쪽 우측 바퀴 공기압 손실 경고등.
아아..이 말로만 듣던 경고등이란 말인가.
순간 두가지 생각이 스친다.
처음으로 스친 생각은 휠 크랙.
그동안 하드한 서스와 런플랫 타이어 덕에 심장을 후려댔던 충격이 여러번 있었고
그 스트레스가 쌓여있다 서킷에서 드디어 깨진거구나..
두번째로 든 생각은 단순 펑크
폭우로 인해 유독 좋지 않던 서킷 오고가는길.
그 길에서 박혀 펑크가 났다면 어차피 마모한계선에 가까워진 타이어라
타이어 교환만 하면 되니 다행인데...
머릿속은 휠크랙이 지워지지 않는다.
아.. 또 돈 나가겠구나.. 얼마하려나
오늘은 일요일인데 또 어디서 확인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치는데, 동시에 내 시야에 타이어교환샵이 스친다.
체인점이라 다행히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고 활발히 영업중이다.
차를 돌려 샵에 들어갔고 마중을 나온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늘 서킷을 다녀왔고 오는 중에 경고등이 떠서 확인을 하고 싶다며.. 휠 크랙이 많은 기종이라 크랙 확인 하고 싶다고..
알겠습니다 하더니 끼고 있던 장갑을 앞창문으로 휙 벗어던진다.
...응? 뭐지?
내가 보고 있는데 정비하던 장갑을 고객 차량에 벗어 던지다니..
나도 정비를 배웠고, 일해봤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것도 고객이 바라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
황당함과 당황함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데 서킷과 산길을 넘어왔던 꾀죄죄한 내 차 모습에 그렇게 했나보다 여기기로 했다.
워...리프트를 왜 그렇게 돌진해서 올리는지 타이어 수리하려다가 차 수리 할까봐
처음 서킷 들어갔을 때 보다 더 심장이 떨린다.
짜릿한 전율을 느끼고 있을때 내 차도 같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허리쯤 올렸을때 리프트를 멈추고 같이 뒷 타이어를 바라보니, 타이어 안쪽이 실밥을 드러내고 있다.
7-8cm정도 실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어쩜 딱 리프트를 들어 올렸을때 보이게 바퀴가 위치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혹시 전륜이라 생각하고 서킷을 타고 왔을 내게 이 차는 후륜이고 고출력 차량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듣고
타이어는 다른곳에서 갈 예정이라 하고 런플랫이니 우선 멀지 않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직원이 차에 내리고 인사할때
'얼마 드리면 돼요?' 라고 말하니 괜찮다고 한다.
마땅한 현금이 없던 지갑을 확인하고 건냈던 진심 담긴 빈말이 통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세차를 하려는데 운전석 문에 묻은 기름때..
흠.
도대체 어디서 배운 정비 매너인지 끼던 장갑으로 차 문을 닫을 생각을 한건지.
온갖 케미컬로 겨우 지우고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와 맥주로 목을 축인다.
그래도 내 차의 한계점을 알게되고 소중한 기회가 됐던 하루로 기억되겠지.
p.s : 본 영상은 아직 편집중입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4시간 다 채우고 오기 힘들더라구요 ㅎㅎ 어질어질..
Z435IS 탓었는뎀 인치다운에 KW v1 서스 넣으시면 완전히 다른움직임 연출이 가능합니닷 ㅎ
드립주행하러 왔다가 비 안와서 그냥 산으로
간 86이었어요 ㅎㅎ
Z4도 참 잼나게 탔었는데요 ㅎㅎ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춘천은 비 왔었나요?
좋겠네요 시승기는 무조건 추천!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