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된 기억...
지나간 여자의 추억처럼 각 자동차는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데, 엘란은 특별한 여자였습니다.
여자로 치면
몰락한 부잣집 막내딸인데 단거리에 소질이 있고 개성이 강하고 단신의 미인...그리고 박복한 년 ㅡㅡ;
위키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엘란은 3개국을 돌며 판매가 됐는데 각 나라의 불황이 바로 뒤 따라온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불황으로 미국GM에 갔다 또다시 불황과 엘란의 염가버전 마즈다 유노스 로드스터에 밀려
당시 자동차 후진국 한국, 기아로...그리고 IMF.
그 희소성의 원인이 반드시 그 가격이나 관리의 까다로움만은 아닌듯 합니다. ㅎㅎ
얼굴 반반한 여자의 팔자가 드세단 얘기가 자동차에도 들어맞나 봅니다.
각설하고...
엘란은 로터스의 경량화에 대한 각별한 집착으로 몇가지 실험이 들어간 차였죠.
복잡한 엔진공학이 아니고 단순한 구조에 관한 접근입니다.
- 플라스틱 차체
- 백본프레임- back bone frame
엘란은 마치 조립식 장난감처럼
back bone frame 이라는 생선가시 모양의 프레임위에 엔진을 올리고 플라스틱 차체를 조립한 단순한 형태입니다.
플라스틱 차체는 1톤 남짓한 차체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고 백본은 차량의 무게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동시에
차량강성을 SUV에 버금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우물정(井)자에 가까운 축간거리와 휠베이스, 정사각형에 근접한 차의 모양은 경량화와 백본의 역할과 더불어
엘란을 코너링 머신이라 불리게 했습죠.
로터스의 집착은 탑(천막)에서도 들어 납니다.
보통 컨버터블의 탑들은 2겹이거나 자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프레임도 복잡하고 무게도 상당한 컨버터블이 많죠.
하지만 엘란의 탑은 20킬로그램도 채 안됩니다. 무게로 치면 차 위엔 윈드실드(앞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죠.
구조도 매우 단순하고 천쪼가리도 한겹뿐입니다.
일반차들의 윗쪽의 철판무게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차가 얼마나 바닥에 깔린 차인지 쉽게 짐작이 갈것입니다.
그러면 왜 차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엘란은 태생부터 세컨카였습니다.
부유한 영국...부유한 영국인이 시 외곽에서 일과후 혹은 주말에 자동차로 한껏 즐기는 여유와 재미
구불구불한 시골길에 즐기는 와인딩 그리고 덤으로 얻은 오픈의 즐거움
그렇게 태어난 애가
대륙을 가로지르는 근육질의 머슬카들이 있는 미국에
그리고 20세기 당시 자동차 후진국 한국에 입양 보내졌으니 박복했을수 밖에요.
더군다나 입양가던 집집마다 불황이라니...
엘란이 부잣집 딸이었단 사실은 부품을 봐도 압니다.
조립식 차체라서 당시 집에서 손수 차체를 분해해 본 분들도 많았는데
저도 문짝부터 시작해서 팝업램프 나중엔 탑까지 자동차의 파워트레인계통을 빼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장난감을 만지던 기분으로
뜯어보곤 했습니다.
웃기는 건 국산 기아차라고 산 차가 속엔 외제부품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문짝엔 반달판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판 하나에도 made in Italy 에 가격은 십몇만원 이런 식이었죠.
고물 몰딩하나에도 10만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했고
천막(탑)은 500만원이 넘었습니다.
올도색하는 데는 플라스틱 차체를 분해해서 듀퐁페인트를 발라 200만원이 넘었고
플래스틱 앞 범퍼 하나에 도색까지 하면 100만원 정도 했지요.
IMF이후 많은 수의 엘란들은 주인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2000만원이 훨씬 안되는 가격에 주인이 여러번 바뀐차들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당시 엘란에 대한 환상이 있던 사람들은
2750만원이라는 소나타 2대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다가 드디어 소유할 기회를 갖게 되었죠.
그런데 몇몇은 기대하던 수퍼카(?)의 성능을 느끼지 못하고 기아 1.8 엔진의 한계를 느끼며 되팔곤 했지요.
경량 로드스터와 백야드빌더의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끔씩 티뷰론에게도 발리는 '수퍼카의 비애'를 맛봐야 했고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조립에서 현대의 자동화 조립품질의 아쉬움을 느끼며 속 태우기도 했겠죠.
머슬카, 독일산 로드스터, 일제스포츠카 사이에 엘란이란 존재는 몇몇 사람에겐 이해할 수 없는 자동차였을테니까요.
세월이 흘러 저역시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보험이 비싸게 느껴지고
관리에 싫증을 느꼈습니다.
한때 느꼈던 자이몰 왁스의 향긋함과 날새도록 만진 플라스틱 단차조정의 즐거움이
삶의 무게가 더 하면서 참을 수 없는 압박으로 다가왔죠. heavy burden
그리고
엘란을 팔았습니다.
아...바람은 짧다던가...조강지처가 될 수 없는 세컨의 운명...
그 이후 이렇게 10년이 넘도록 다른 차들을 몰다가
엘란이란 차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엘란 이후 더 비싼 로드스터도 있었고 엘란보다 3배가 넘는 배기량을 가진 차도 있었지만
엘란처럼 내 손으로 그렇게 만진 차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어렸을 때 힘들었을 때 간절했을 때 가졌던 차라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아...긴 얘기가 터진 김에...
엘란이란 까탈스런 여자의 약점과 고르는 법도 말해볼까 합니다.
엘란은 일반적인 경우 칼질에 매우 적합하고 고속주행에서도 그 모양으로 인한 다운포스와 백본의 무게중심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칼질을 하게 해줍니다. 직진이나 평면의 길에서는 상당하죠.
단, 엘란은 전후 무게배분에 실패한 차 입니다.
따라서 심할경우 상황에 따라 무게는 7:3의 비율이 되기도 합니다.
앞이 무거워 코너가 좋은 경우...오르막 코너
앞이 무거워 코너가 나쁜 경우...내리막 코너
엘란은 내리막 코너에서 뒷 바퀴 접지를 잃을 경우 팽이처럼 돕니다.
실제로 많은 엘란들은 약하게는 피쉬테일, 강하게는 팽이처럼 도는 스핀을 경험하게 되는데
만약 사고가 있을 경우 백본프레임이 손상이 됩니다.
그런데 백본프레임이란 부품이 수리하기에 그렇게 간단한 부품도 아니고
교체하기에 그렇게 싼 부품도 아닙니다. 대략 1000만원 정도?
바퀴부분에 큰 충격이 갈 경우 얼라인먼트값이 나오지 않습니다.
쉽게 그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법은 일단 육안으로 각 바퀴가 하우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바퀴 다 일정한지
그리고 얼라인먼트 값이 잘 나오는 지...확인해 봐야죠.
과격한 코너링의 충격으로 앞바퀴 사이를 바닥에서 연결하는 가오리 모양의 언더프레임도 잘 찢어집니다.
보강이 된 엘란은 나름 신경쓴거죠.
그리고 차체를 떠보면 운전석이나 조수석이 프레임위에 마치 사워실의 욕조처럼 그냥 걸쳐져 있습니다.
바닥에 철판이 없이 플라스틱만 덩그러니 있어서 하부 충격이 가해지면
그 부분이 금가 있는 차들이 있죠. 그것도 고가라서 중고로 도는 차들은 상당수 망가져 있습니다.
탑의 단차도 주인의 세심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잘 자란(?) 엘란은 고무부싱 상태가 좋고 탑의 아귀가 잘 맞습니다.
아마 개인거래라면 전주인이 별모양의 나사를 돌릴 수 있는 도구를 줄겁니다.
탑의 미세한 단차를 조정할 수 있죠. 물론 뒷 비닐창도 투명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자동차 문짝이나 팝업램프의 단차도 봐야 합니다.
일반차와 다르게 엘란은 주인이 누구나 백야드 빌더가 될 수 있도록
간단한 도구만으로 각 부품의 위치를 미세하게 어쩔땐 무식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차입니다.
문짝이나 팝업램프가 잘 안맞는 것도 주인책임이죠.
두 시간이 넘게 자판을 만지다보니
엘란을 탈 때가 생각 나네요.
가을,
하늘이 푸르스름해 질 무렵
풀내음 가득한 시골길 따라 오픈 드라이빙
조수석엔 세차용품 가득한 바스킷.
단순히 엔진과 기계적 차가움 그 이상의 자동차를 원한다면 엘란을 소유해 볼만 합니다.
품질, 컨슈머리포트, 경제성, 남의 이목...이런건 퍼스트카에나 적용시킬 덕목들이죠.
이상, 엘란에 관한 잡설이었습니다.
잊을만한 부분도 다시금 짚어주시고 ㅎㅎ
이런글 자주 남겨 주세요 ..추천!!
폐차장에 앞에 살짝만 부셔진 엘란 있었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너라면 사왔을듯요.ㅎ 잠시 앉아보니 느낌 좋더군요
아마 그 엘란 위치정보 알고 엘란 몇대가면 그날밤 그 폐차장에서 파티할 듯...ㅋ이식파티
오랫만에 보배에서 제대로된 오너의 경험기 보게되네요~
잘봤습니다^^
천리안 엘란 동호회 사람들 차 타보고 사려고 마음 먹었다가... 오리지널 1.6 이스즈 엔진을 스왑한 희귀 차량을 타보고 포기했습니다. 그 이후 세단만 타고 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는데... 좀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한가지 차에 애착이 생기는 모델이 있느것 같군요....
전 예전에 소렌토에 애착이 많이 있었는데...
이젠 스포츠카에 애착이 가더군요,,,
또 일부부품은 국산차와 호환되기 때문에 유지비가 많이 들지는 않는 다고 하시던데....
가격대는.....처음나왔을때 3000만원정도였으니....지금으로 생각하면 5~6천만원대...거의 z370 정도의 가격이랄까.....하지만 처음나왔을때의 희소성도 좋았고,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관리하는 지인의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기~~~일~~어서...
추천 +10
추천 +10 입니다~
굿이어님과 같은 분들이 계셔서 보배가 즐겁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진정 차를 좋아하신 분이셨군요
이스즈에서 ff밖에 안만들었기 때문에 ff용 엔진을 얹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ff로 레이아웃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ㅡㅡ
fun카로써 미야타에가 앞설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는데 가격은 2배가 넘었으니..
뭐 미야타땜에 망한 차는 엘란 뿐이 아니죠.. BMW Z1같은건 더 쫄딱 망했으니까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님 글에 별로 동의할부분이 없습니다..... ㅈㅅ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FF에 한정해선 전세계 차들과 비교해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차였는데...인테리어야 나이가 있어서 그렇다 쳐도 성능최악이란 말은 좀 안어울리는 듯 합니다...
가속성능도 그렇게 뒤지지 않는데 차를 잘모르시면서 성능최악이라고 말하실수 있는지?
차량 다이나믹성능은 전혀 모르시고, 오직 제로백만 보시는 수준으로 댓글달면 우습게만 보입니다
한번즘 소유하고싶은차...정독하며 덕분에 잠시 즐거웠습니다^^.
당시 선배에게 차를 빌려 한적한 시골의 굽어진 코스모스길을
오픈시켜 달리던 생각이 나네여~
당시엔 참 멋졌었습니다
멋진 글입니다. 모든 차들의 역사와 아픔이 이렇게 써내려지는 보배드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정상 구입은 못하지만 이 사정이 바귀면 꼭 하나 구입할 생각입니다.
오늘 저녁엔 얼굴좀 봐주러 가봐야 하겠네요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홀대한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애정이 살아나네요 ^^
좋은 차였다는건 알지만 그건 15년전 가수REF잘나가던 옛날이고... 중고만 남은 지금 멀쩡한 정상적인 차량이 현재 없다는게 문제
옛날 르망 정말 괜찮은 차라고 떠들어 봤자 지금은 바보 소리 듣는 백호의 해 2010년임
AMG도 거쳤지만 엘란은 오픈,플라스틱차체, 코너링, 팝업램프 요 네가지만 가지고도 웬만한 독일차를 소유하는 이상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부분적인 즐거움일 뿐이죠.
기아 엘란..제대로 소유하거나 관리한 사람만 그차의 진정을 알게된다는..
제 기억에는 당시 굉장히 고가의 자동차였던걸로 기억하네요
거의 뉴그랜져풀옵정도의 가격?이었던...
1세대 오리지날엘란 정신을 본받아서 생산한 차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즈다 미아타죠 1,6자연 흡기 엔진에 1톤 미만의 가벼운 바디 결정적으로 후륜구동의 맛을 첨가한 미아타가 일본 특유의 대량생산으로 미국 판매 가격을 엄청 낮춰서 출시합니다
스타일은 발군이나... 그이외의 것은 정말 꽝인 차였죠...
비오는 날은 줄줄 새는 비.... 단차조정하면 그때뿐.... 탑만 몇번 열고 닫으면
다시 새고.... 무게중심이 안 맞아 극단적인 코너링은 가능했으나 오버스티어가
잘 나던차....
그나마 영국 모델은 좌핸들이라 기름통이 방향과 운전자가 각각 나란히 있어
무게중심이 잘 맞았는데...기아 엘란은....운전자와 기름통이 전부 좌측에 있어서
좌측코너링은 그나마 잘 잡아줬는데...우측 코너링은 생각보다 그 한계가 일찍
와서 당황했던 기억.....
엘란 동호회 같은데서는 사고는 상관없고 백본만 안 다치면 괜찮다고 그러던데...
막상 백본 분해해 보니까 그건 완전 헛말...
위에 그림에도 있지만...백본과 연결된 엔진을 감싸고 있는 프레임이 전부 탈착이
가능한게 아니라...백본과 연결되는 T자를 이루는 앞부분 프레임은 백본과 붙어있어서
전면부 사고는 완전 깨끗한 추돌 아니면 100% 백본에 무리가는 구조....
엘란이 연식이 오래되서 지금 돌아다니는 놈중에 거의 99% 정도는 사고차이고..
젊은 애들이 쏘고 조지다 보니....
상태 좋은 엘란은 100년묵은 산삼보는 수준이니....
엘란 혹시라도 생각하는 사람은 꿈을 버리시길....
차량 특성상 백본 다치면 정말 답안나오는 차고....운전의 묘미는 커녕 개짜증에
불안함만 밀려오니....
한때나마 꽤나 오랜시간 같이 탔던 차라 잠깐 남겨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7년을 소유했다면 짧지않은 시간인데.. 어떻게 그런 큰 문제가 있는 차량을 그리 오래 소유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에 딴지는 걸지 말자구요..
추천 쾅!! 쾅!!
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