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억새마냥
인정이 메말라 가는 시대
오늘 아침 출근길 저를 살려 주신 1552번 버스 기사님이 있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소식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60중반에서 살고 있으니
계절로 보면 사회적 나이는 10월에서 11월에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동아줄 같은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어렵게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의 출근길은 서울 사당에서 화성 능동까지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며 출 퇴근 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는 시간이다 보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는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허둥지둥 밥 먹고
6시에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2호선 낙성대 역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강남역에서 1552번(대원고속 빨강색) 시외버스에 환승하여 화성 능동까지 2시간 정도 왕복 4시간 정도를 전쟁하듯이 다니고 있지만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녁 늦게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늘 잠이 부족하여 출근길 버스에서 꿀잠을 자게 되는 것이 큰 낙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바쁜 출근길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차하여야 할 정류장 2~3 정거장 전에서 잠시 잠에서 깨어났다가도 순간적으로 깜박하여 종점까지 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아이고
그 심정 복잡하여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종점에서 다시 돌아오는 버스 차장 밖이 갑자기 쓸쓸해지고 나는 우울해 집니다
이렇게 늙어가나 하며 자책 비슷하게 혼자서 창피가 막심해 집니다
사무실에서 늘 출근시간 순서는 나이 순입니다. 가장 출근시간이 빠른 나는 청소하고 커피보트 싯고
간단한 준비들을 해 놓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내려야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참 동안을 지나 다시 돌아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면
사무실 직원들은 비상입니다
속사정을 모르는 나에게 어디 불편하시어 출근 시간이 늦냐고 전화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차마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였다고 말 못하고 곧 도착한다며 허겁지겁 달려와 하는 처절한
신세가 되고 맙니다
나는 족저 근막염이 있어 자유롭게 막 달리지도 못합니다
마음이 바쁘니 기우뚱 기우뚱 약간 절룩거리듯이 포수에 화살을 빗맞은 동물처럼 달려 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아침도 버스 정류장을 놓칠 뻔 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잠을 깨어서 보니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2개 남아 있어 정신을 가다 듬었는데 깜박하고 또 잠이 든 것입니다
조용하던 버스에서 기사님께서 신미주 앞에 내리세요! 소리치는 것입니다
잠결에 퍼뜩 나에게 하는 소리구나를 직감 하고 반사적으로 예!하고 군인처럼 대답하며 앞 문쪽으로
뛰어나가 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막 내리려 하는데
우산을 자리에 놓고 나와 다시 내 자리로 뒤 돌아가 우산을 갖고 내렸습니다
버스 앞문 계단에서 내 자리까지 몇 발자국 거리인데도 백리길 같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출발해서 가는 버스 뒷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버스 기사님이 애처로운 나를 살려주고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버스 기사님이 능동 신미주 앞에서 내가 내리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2021. 11. 9.(화) 첫차 비오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를 살려준 대원고속 버스 1552번 기사님!
이름도 성도 모릅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신데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도망 가듯이 내리고 말았습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세상살이
특히 타인에게는 겨울 강바람 보다 매섭고 차갑기만 하는 오늘날 사람살이
그 기사님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길에 그 기사님을 뵙고 싶은데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존경하는 1552번 버스 기사님! 충성! 정신 깜박하지 않겠습니다...
버스 기사님!
기회 주시면 따끈한 씨레기국에 맑은 소주 한잔 대접 하고 싶습니다^^
http://www.buspia.co.kr/m/buspia/index.php
그리고 행복하세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