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하면서 왜 피하죠?"
■ 금발 영어강사 아니아씨가 본 한국인
“영국에선 정치판에서 주먹질 같은 것 안해요. 유권자들도 지지정당이 다르다 해서 싸우는 일이 없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금발의 미녀 영국인 영어강사 아니아(29). 그가 25일 스투와 만나 ‘말문’을 열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겉모습은 ‘무인시대’가 한창이고 사회적 분위기 또한 거칠기 짝이 없다.
“제가 한국에 온 지 4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장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대부’ 같은 액션물을 보는 것 같았어요. 영국 정치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절을 지킵니다.”
아니아는 그러면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많은 한국사람이 대체로 외국인에게 ‘무뚝뚝하다’고 털어놨다. 아니아는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치거나 발을 밟아도 아무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동방예의지국이란 말도 옛말이 돼버린 것 같아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아니아도 한국사람들로부터 ‘말 없는 정겨움’은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사람끼리는 공감할지 몰라도 외국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도 했다. 아니아는 “한국 사람들이 많은 돈을 자녀 영어 교육에 투자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피하고 세계표준 예절을 갖추지 않으면 교육투자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니아는 또 “한국처럼 영어 교육열이 높으면서도 영어권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곳은 처음 봤어요. 길을 물어보려고 말이라도 걸라치면 다들 고개를 돌리기 일쑤죠”라며 의아해 했다.
아니아는 한동안 한국인 친구가 하나도 없었지만 최근 모터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면서 몇몇 ‘프렌드’를 만들었다. 아니아는 비싼 영어 교육비를 들이느니 지나가는 외국인에 말을 건 후 친구로 만들어 공짜 영어강사(?)로 활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그는 현재 여러 한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 개인교습’을 하고 있다.
아니아는 여행이 취미라고 했다. 여러 해 전 영국을 떠나 태국과 베트남,호주 등을 거쳐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면서도 틈틈이 짬을 내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4월에는 6개월 일정으로 인도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그는 “태국과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사람보다 영어도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하지 못하지만 훨씬 여유롭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개월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한국사람들이나 정치인들 모두 많이 달라져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