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날은 갔다
눈 감아봐""예?""그냥, 일단 눈 감아봐""......""뭐가보여?""뭐가 보이긴, 아무것도 안 보이지.
그게 니 남은 군생활이야.
야야!! 신병 저 하늘에 별이 몇갠지 아냐?? 잘 모르겠습니다 응 그래
그게 너 남은 군생활이야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더블백을 매고,
"야, 나중에 우리 휴가나오면 꼭 연락하자" 혹은, "내 페이스북 들어와서 글 남겨, 연락할게" 따위의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탄 버스가 가고 있는 곳은 앞으로 2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을 보낼, 자대다.
버스에서 내려 인사과를 가거나 중대 행정반으로 분류되어 들어가면, 많은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마치 여학교에 홀로 들어온 남학생 처럼 모든 관심이 바로 당신에게 쏠려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새로 들어온 신병이 마냥 신기하고 궁금하며 귀엽고 아무튼, 당신은 핫 이슈다.
그대가 버스를 타고 들어온 정문(위병소)은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고, 이제 그대의 전후좌우 모두 속칭 '군바리' 들 밖에 없다.
환영한다.
그대도 이제는 '군인아저씨'가 된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 반이 소대다. 한 반에도 1분단 2분단 이 있듯, 소대도 1분대 2분대로 나뉘지만 같은 내무실을 쓴다.
그리고 옆반의 개념으로 옆 소대가 있고, 이렇게 4개의 소대가 하나의 중대가 된다.
물론, 자대마다 인원수나 구조는 좀 다르지만 거의 엇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학년'의 개념과는 다르지만, 학년이 중대라고 친다면, 학교는 대대가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이다 그대는 배정받은 소대로 가게 될 것이다.
신병 받아라~
그대에게 더블백을 침상위로 던지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고참 중 서열이 높은 쪽에 속하는 녀석이 그대의 더블백을 던질 수도 있다. 던져진 더블백에는 일병들이 몰려들어 당신의 이름과 소속을 팬티, 런닝, 양말, 활동복(체육복), 전투복 등등에 적어 줄 것이고, 훈련소에서 입었던 옷들까지 가지고 가서 빨래를 해 줄 것이다. (이런건 원래 일병이 해 주는데, 부대에 따라 알아서 하라는 곳도 있다.)
군생활에 쩌든 병장들은 하이애나 처럼 웃으며 다가와 이것 저것 물을 것이다.
몇 살 이냐? 사는 곳은? 여자친구는? 누나는? 동생은? 여자친구 친구들 중 이쁜애 있냐? 누나 예뻐? 친구들 사진 있어? 게임 뭐하냐? 학교 어디 나왔냐? 축구 잘하냐? 농구는? 너 몇월 군번이라고? 취미가 뭐냐? 학교에 예쁜 친구들 있냐? 사회에서 차 몰았냐? 공부 잘하냐?
담패 피냐?
오케이. 담배를 핀다고 하면 바로 그대를 데리고 나갈 것이다.
담배를 건네주는 고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또 얼마나 금단현상에 시달렸던가. 그런데, 담배까지 챙겨주며 불을 당겨주는 고참이 너무 고마웠다.
자대에서 처음 담배를 피우며 몇가지를 배운다.
오른손으로는 담배를피우지 않는 것(상급자가 지나가면 경례를 해야 하니까)
담배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휴지통에 넣는 것(휴지통에서 불 날 수 있으므로) 이 두가지인데, 입대하기 전에 친구에게 듣기로는 무조건 발로 비벼서 끄는 거라고 했다.
오랜만에 담배를 피워서, 거기에 언제든 피울 수 있는 담배가 생겨서 좋은가?
그대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간지 1분도 안되어서 또 다른 고참이 물어 볼 것이다.
'담배 피냐?',
이 상황에서 그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금 피고 왔습니다' 이런 대답으로 고참을 쓸쓸히 돌려 보낼 것인가? 잘 결정해야 한다. 대답 한번에 그대의 군생활이 달려 있을 수도 있는 문제다. 똑같은 물음에, 똑같이 대답하면서.
1시간도 안되어 10가치는 피울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기회에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
월급 5천원 올려 주고 모든 보급품을 개인 돈으로 사야 한다
면도기 치약 칫솔 휴지 비누 세제 등등 모든 보급품이 지급되지 않는다
물론 집에 갈 때 깍아 주던 차비도 이제 안 깍아준다
담배값도 면세품은 옛날 이야기이다
내일 모레 갈참이 당신을 부를 것이다
“야 이리와봐”
그러면 그대는 관등 성명을 데고 뛰어 갈 것이다 그러면
“너 거기서 여기 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렸냐?”
“예 한 2초 걸렸습니다”
“야 빠르네 나는 거기서 여기까지 오는데 20개월 걸렸다”
2. 자대에서의 첫 날 밤
중대장이나 행정보급관 면담 하느라 이리 저리 불려 다니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소대장 면담도 하고, '탈영'과 '자살'은 절대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가장 핵심인 그 이야기들을 듣고 다시 돌아오면, 고참들이 당신을 '온수목욕' 시켜주러 갈 것이다.
이 기회를 빌미삼아 같이 씻으려는 일병 왕고급(다음 달 상병되는 일병)은 역시나 그대 주변의 여자관계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아는여자'의 이야기는 신중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잘 못 꺼냈다가, 시달림을 당하는 전우들도 많이 있고 억지로 고참과 휴가 날짜를 맞춰서 나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며, 무작정 구애하는 당신의 고참 덕분에 소개시켜준 여자와 그대는 절교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잘 된 케이스도 있다. 자신의 누나를 소개시켜주고, 고참과 편지도 주고 받고 하다, 그 고참이 전역하는 것과 동시에 그 누나분도 연락을 끊어버리는 치밀한 상황도 목격했다. 그 누나분은 '카이저 소제' 였다. (모르시는 분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참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얘가 너랑 동기야' 하는 애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난일 가능성이 99.99% 다.
그 동기라는 녀석은 그대와 나가서 '야, 근데 아까 그 병장 찐따 같지 않냐?', 'TV앞에 왕고라는 놈 누워만 있다. 난 죽은 줄 알았어. 너도 짜증나지?'
이때,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그대가 '응' 이라고 하는 순간 그 '동기'라는 녀석은, 들어가서
'000 병자~앙님, 신병이 병장님 찐따같고 짜증난다는데 말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긴장해라.
이등병에게 긴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단, 똥꼬에 너무 힘주는 건 안좋다
신병 일주일간은 누구도 믿지 마라 전부다 그대를 골릴 거리를 찾고 있다 당연히 속아 넘어 가겠지만 혹 알더라도 적당히 속아 넘어가는 센스도 필요하다
전쟁같은 하루가 끝날 무렵, 모두 잠자리에 누워 코를 고는 시간.
착한(?) 병장을 만나게 되면 '막내는 내 옆에서'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바짝 긴장한 틈을 타 불후의 명곡을 볼륨 15정도로 낮게 틀어 줄 것이다.
무슨 노랠까?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마을 보일런지
나팔 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
목구멍에 걸린 뜨거운 깍두기와 콧속에 가득 들어찬 콧물, 간헐적인 어깨떨림과 호흡곤란을 느끼며 그대의 눈에서는 라면 국물보다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릴 것이다.
거의 모든 신병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안 운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혹자는 잔인하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번 뜨거운 눈물 흘리고 마음이 사르르 녹아야
진정한 '신병' 되는 것이다. 입대한지 꽤 된 이등병들 중에 따라 우는 녀석들도 있다.
가끔 일병들이 울기도 한다.
3. 이등병으로 맞는 첫 아침
기상입니다"
이 소리와 기상 나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 또 아침이 밝았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어젯밤 관물대에 붙어있는 계급표를 보니 상.병장은 적고 일.이등병이 많아 '
군생활 꼬였다'고 생각한 그대는 눈을 뜨기 싫었을 수도 있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꼬인건 사실이다.
상.병장이 많으면 그들이 나간만큼 신병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
90~2000년 대 군생활 하셨나보ㅏ요 ㅋㅋ
아련하네요~~
다른 사람이 쓴것만 보는걸 추천해봄.
95년 군번이지만 군대는 이제 잊으시고 생업에 전념하시길...
또한
많이드십시요~~~c8 이놈바라 아직까지 목소리가안쉬였네
그후 기상하십시요~~~젖라게 뛰어서 마대자루숨겼는데~~
이등병때 가장기억에남는것을 중대180영명서열 단10여분만에 외윗던기억이~~;;(이날 강당에 인간이 인간을저리 펠수있구나~~이장면보고)
전 논산4주에 후방교육6주 사령부에서한주정도가?대기하고(분대장교육도 사령부에서받기때문에 대기장소가보았죠^^) 자대가는디~~^^
겨울에 각각20년만의 폭설과 30년만의
폭설 기록 세웠습니다
결국 눈만 존나게 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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