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부터 전역 그리고 땡보까지 풀어 봅니다
1. 보충대는 장난이었다.
보충대에서 각각 배정받은 버스를 타고가며,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훈련소란 어떤 곳일까, 보충대도 정말 견디기 힘들었는데, 훈련소는 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
잠깐, 더 힘들지 않을까?
(이쯤에서 예비역들의 반응 : 피식)
보충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바로 사단 훈련소로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화요일 입소해서 금요일까지 건강 검짐 받고 사진찍고 물품 지급을 받고 입고 온 옷을 장정 소포라는 곳에 넣고 편지 한통과 함께 집으로 보내 질 것이다
보충대에 있던 '구대장' 이라는 존재는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표정도 없고, 모자 밑에 가려진 눈도 볼 수 없으며, 그들이 말을 시키면 뭔가 온 몸의 기운이 쫙 빠지며 금방 쓰러질 것 처럼 다리가 풀리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훈련소에서 만나게 될 '훈육'과 '조교'는 뭐에 비유 할 수 있을까. 보충대에서 정신도 못차리며 방황하는 와중에 판타지처럼 다가왔던 '구대장'이 '디멘터'였다면 훈련소 훈육은 '프레디'에, 조교는 '제이슨'에 비교할 수 있겠다. 판타지가 아니라 슬슬 피부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말로 해서는 백 번 이야기해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들과 30분만 함께 해 본다면?
2. 훈련소 도착, 딱 맞는 학습목표와 학습방법.
"눈깔 굴리는 소리 들린다. 엎드려"
훈련소 입소하자마자 처음 듣는 문장이다 눈깔 굴리는 소리? 그런 소리도 들을 수 있던가? 아무리 연구하고 알아 봤지만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미스테리. 하지만
훈련소 교관은 그런 것도 듣는다.
대충 훈련소의 조직도를 말해주자면, 훈련소에는 앞으로 청춘들이 훈련을 받게 될 중대 말고도 다른 중대들이 있다.
그들은 당신들의 고참이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요즘은 년동기 제이다 같은해 1월 입대자와 12월 입대자가 동기이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들을 보면서 한마디 할 것이다 애구 불쌍한 것들 화생방 한번 해봐라
교육 대장은 별로 알 필요가 없고, 일단 기억해야 할 대빵은 중대장. 뭐, 생각해보니, 중대장도 그닥 알 필요는 없다.
소대장, 이 사람은 '교관'으로 활동한다.
여러가지 훈련이 있는데, 그 중 나눠서 시키는 것이 교관이라는 거다
훈육과 조교의 윗 사람이니 체감 영향력을 볼드모트 급이다. 그 아래가 훈육, 구대장 한 부대(12명)보다 파워가 세다. 구대장은 험한말 스킬과 얼차려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가 조교다
종종 훈육에게 혼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훈련병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당신들을 체점하고 상벌을 나누고 편지 전달도 해 줄 것이고 얼차례와 가끔 쌍소리를 할 것이다
입대전에 친구나 가족에게 꼭 말하기 바란다
사단 신병 교육대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면 매일 인터넷 편지를 쓸수 있고 종교 카페에 글을
써서 개인 독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볼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훈련중에도 틈틈이 사진을 찍어 신병 교육대 사진란에 올려 주기도 한다
인터넷 편지는 하루에 한번 정훈병이 수거를 해서 오리고 정리하고 복사해서 담당 조교가 나누어 줄 것이다
여기서 하나 글꼴 모양을 바꾸거나 글자 크기를 바꾸지 말라 그리고 엔터도 치지 말라
이모티콘 사진 칼라 글씨 이런것도 하지 말아라
이런 것은 전달이 안되고 정훈병이 일일이 잘라내기 이어 붙이기를 해야하고 편지가 너무 짧으면 전달 과정에 분실 될 수 있고 A4 한 장 분량이 넘으면 뒷장은 거의 분실이 된다
편지 잘 써 놓고 복사 금지 해 놓으면 그 편지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
강당에 도착하자 마자 사람이 나뉠 것이다.
키 얼마 이상, 몸무게 얼마 이상, 고혈압 저쪽, 기타 신체이상자 이쪽, 빨리 빨리 안 움직이나, 엎드려, 일어서, 누가 손 털어, 엎드려, 일어서, 야, 넌 왜 저쪽으로 안가, 넌 구십키로 안되도 저쪽으로 가, 엎드려, 여러분 지금 나랑 장난 합니까, 일어서, 누가 또 손 터는거야, 엎드려......OTL
특히 체중이 80kg 이상이 나가면 건강 소대로 따로 분리가 될 것이다
아직 입대를 하지 않은 청춘들이 이 부분만 보고도 눈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군에 가기 전에 부당한 대우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가 있으면 바로 대응할 거야'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으면 지금 빨리 버리기 바란다
물론, '군대라고 해도, 스무살 넘은 사람들한테 반말이야 하겠어' 라는 생각은 보충대에서 버리고 왔겠지만 말이다
2014년부터 개인 교육에서 팀플레이로 바뀌었다
조를 짜서 모든 것이 조별로 이루어 질 것이다
이때 상점에 따라 견장의 색깔이 파,초,노,보,흰,빨로 바뀔것이다
파랑 견장이면 5분간 전화 사용권이 부여 되거나 조교 입회하에 P/X 방문권도 받는다
돈은 필요 없지만 이때를 대비해서 조금 가져 가도 괜찮다
하양이나 빨강이면 화장실 청소나 분리 수거를 해야 할 것이다
훈련소야 말로 '학습목표와 학습방법'에 대해선 기가막히게 가르쳐 준다. 아니,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군인'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반세기가 넘는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교관, 훈육, 조교 들이 머릿속에서 사회라는 것을 지워 줄 것이다. '군대가 정말 힘들구나' 따위의 잡념도 잊게 해 줄 것이다.
불면증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달콤한 잠이 무언지 알게 될 것이고, '그래도 내가 이런 사람인데' 라는 자만이 있었던 사람은 몇번 훈련병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3. 스피드, 사운드, 센스 (3S)
이것만 기억해라. 이것이 훈련병으로 '삽질'을 방지해 줄 조언이다. 이 세가지는 자대에 가서 일병을 달기까지 유효하니, 다른건 다 잊고, 이 세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다음의 예문을 통해 각각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ㄱ. 스피드
"훈련병들은 소대 밖에 위치한 청소도구함에서 대빗자루를 꺼내 구대 문 앞으로 모입니다."
이 방송이 떨어지면, 불평의 소리가 가득할 것이지만 일단 튀어 나가라.
군대에는 날이 잘 선 빗자루만 있는게 아니다. 더군다나 인원수에 맞게 빗자루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을 수 있듯, 일찍 나가는 사람이 좋은 빗자루를 가질 수 있다. 당신이 제일 좋은 빗자루로 구대 앞 눈을 쓸 고 있을 때, 늦게 나와 빗자루가 없는 사람들은 실외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둘의 차이점은, 경험해 보면 알겠지만 매우 크다
그리고 선착순 등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교관이나 훈육의 눈에 띄어 가끔 달콤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
ㄴ. 사운드
"알겠습니까?"
"네.."
이것과
"알겠습니까?"
"네!"
이 둘의 차이점을 이해 할 수 있다면, 어느 자동차 회사의 광고카피처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가 작으면 일단 의욕결핍으로 분류되며 얼차려를 부를 것이다. 자대에서도 이등병 시절, 이 '사운드'는 중요하다. 자신의 짬이 어느정도 차기전까지는 무조건 크게 대답하라. 그게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될 것이다.
ㄷ. 센스
평소에 '눈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당신이라면, 군생활이 힘들 것은 뻔하다
훈련간 '방탄모'를 벗으면 안되지만, 암묵적으로 '비공인 휴식'을 취하며 잠시 방탄모를 벗을 때가 있다. 하지만, 교관이 몇 몇 당신들 때문에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상태에서 방탄모를 벗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반 이상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하지 않는가. 대세를 따르는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팁> 자대에 가면 담당구역 청소시간에 고참이 아직 배정받은 곳의 청소를 다 못 끝내서 낙엽을 쓸고 있거나, 눈을 쓸고 있거나, 돌을 줍고 있거나, 풀을 뽑고 있거나, 배수로를 파고 있거나, 오물장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거나, 무거운 것들을 나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당신은 이미 담당구역을 모두 청소해서 시간이 남는 상태다. 무조건 도와라. 고참이 괜찮다고 해도 일단 도와라. 눈을 쓸고 있으면 눈 담을 것이라도 가져오든가, 쓰레기를 태우고 있으면 태울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주는 일을 해라.
도와준답시고 옆에서 멀쩡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군생활엔 스릴이 넘칠 것이다.
4. 입소식과 제식훈련
다시, 훈련소 이야기로 돌아와서, 입소식이 무슨 조회시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멋쟁이. 가장 힘든 훈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위 입소식,제식, 2위 사격(PRI), 3위 행군
이렇게 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입소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뭐 달리거나 기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 편할거라고 생각했다면, 과거 경찰에 불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달리거나 기거나 해서 힘들었냐고 반문을 하고 싶다.
차렷자세. 당신들은 앞으로 '차렷'이 뭔지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차렷자세'로 5분만 서 있어도 등에서 땀이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많이 사랑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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