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대에서 처음 써 보는 전화
사실, 자대에 오기 전, 훈련소에서 무언가 잘했을 때 주는 상점을 많이 받게 되면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훈련소 PX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훈련소 전화는 불문율 처럼, 한 번 전화를 걸어서 안 받으면 끝나는 '복불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어디에 전화를 할 지 한참 고민해야 했고,한참을 고민하다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딸깍, 할머니가 받으셨다.
"여보세요?"
"하..할머니, 저 00이에요."
"누구?"
"00이요. 할머니 엄마 있어요?"
"누구라고?"
"00이요"
"00이 군대갔다."
뚝-
이 글에서 입영을 앞둔 사람들이 참고 할 수 있는 것은, 할머니께서 집에 계실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라는 것이다.
자대에 도착하면 고참들이 집에 전화를 걸게 해 줄 것이다. 고참이 따라와 옆에 서 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좋다.
그 고참은 당신의 '도우미', 어감처럼 부드럽진 않겠지만, 아무튼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따라 다니며 혹시 당신이 탈영을 하진 않을지, 자살을 하진 않을지를 지켜보기도 하고, 당신이 군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움을 줄 것이다.
왕고가 나를 데리고 가서 전화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난 수화기를 들자 마자 망설임 없이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딸깍, 엄마였다.
"어..엄마.."
"00이니?"
"어흑 우허어어허어거윽어머아아어흑"
가슴을 녹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온 순간, 눈물샘은 미친듯이 눈물을 뿜어댈 것이다
기본적으로 알아둬야 할 것은, 수화기는 왼손으로 잡는 것이 좋다 당연히 전화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옆에 고참이 지나가면 경례를 해야 하는 까닭이고, 짝다리는 부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상병이 꺾이기 전까지는(상병기간을 반 정도 하면 꺾였다고 함) 짝다리 짚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고 보이면 안된다. 전화하는데 까지 '다,나,까'를 쓰라는 고참은 없으니 편하게 전화하면 되겠다.
2. 대답이 군생활을 좌우한다
요즘 대부분의 부대 경우 2주간은 부대 적응 차원에서 근무나 작업에서 열외를 시킨다
그러니 남는 것이 시간뿐이라 수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대 사람들이 다 모였을 때, 고참들이 물어오는 말들이다. 특히, '야, 이중에서 누가 제일 잘생겼냐?' 혹은, '이중에서 누가 제일 나이 많아 보이냐?' 라는 것이다.
"니가 신병 때 내가 제일 나이 들어보인다고 했잖아."
웃자고 한 그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걸핏하면 작업병을 나가라고 하지 않나, 청소 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나, 전투화를 안 닦은 다음 날 어김없이 전투화로 트집 잡지 않나, 이제 일병도 꺾여 가는데 도수체조 열심히 안한다고 불러서 이야기를 하지 않나, 대답 크게 안한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나. 이자식,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팁을 주자면, 대충 그 소대에서 가장 짬이 되는 사람은 혼자 흰 런닝을 입고 있거나, 깔깔이를 입고 있을 것이다. 사제 양말을 신고 있거나, TV앞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는 최소한 '병장' 이다. 그 옆에서 비위를 맞추거나 뭔가 모자르게 따라하고 있다 싶으면 상병이다. 그리고, 고개를 기웃기웃 하며 TV를 보거나 침상에 다들 앉아서 점호를 할 때 당신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그건 분명 일병이다. 각 잡고 앉아 있긴 한데 이상하게 TV를 보며 실실 웃거나 가끔씩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은 이등병이다.
예를들어 누가 제일 잘 생겼냐를 묻거든 상병이나 일병중에 골라라. 반대로 나쁜 질문, 나이들어 보인다거나 못생겼냐는 질문에는 차라리 병장을 골라라. 지금 당장은 병장에게 잘 보여야 할 것 같지만, 그는 곧 전역한다. 당신과 가장 군생활을 같이 오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라. 특히 당신에게 벌써부터 잔소리를 하거나 따로 불러서 '너 왜 준비 빨리 빨리 안하냐?, 개념없냐?'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좋은 쪽으로 말해줘라. 군대가 아무리 바뀌었어도 군대는 줄이다.
3. 이등병, 군견과 만나다
군견(군대 개)은 일반 병사보다 계급이 높다. 물론, '군견은 계급이 없고, 군견 번호만 있습니다' 라는 딱딱한 답변이 있긴 하지만, 실제 야전에서 군견은 하사 이상의 계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군견은 대부분 세퍼트나 도베르만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 야전 부대에는 훈련에 동원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개들이 아닌, 군견훈련소에서 퇴짜(?) 맞은 개들이나 늙은 군견들이 부대에 들어와 길러지는 것이다.
행정보급관이나 중대장등 간부가 직접 캐스팅(?) 해와서 기르는 군견도 있다. '믹스견'으로 대변되는 이 녀석들은 주로 부대 쪽문이나 간부숙소 등지에서 길러진다
당신의 고참은 당신에게 이 개를 소개시켜 주며 이야기 할 것이다. '너보다 짬이 더 되니까, 앞으로 경례해. 하사 백순이 님이셔' 당신은 이 이야기를 당황하겠지만, 곧, 경례를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짖궂은 고참의 경우, 군견이 아닌 다른 사물들에게도 경례를 시킬 수 있다.
예를들면, '야, 너 8월에 여기 왔지? 저 TV가 5월에 여기 왔으니까, 앞으로 TV볼 때 마다 경례해.' 이런식의 장난에는 한번쯤 넘어가 주는 것도 괜찮다. 사회에서 저런 일이 있으면, '인권 유린이다' '경례시킨놈 얼굴공개해라'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나도 장난 인 거 알고, 당신도 장난인 거 알고, TV만 모를 뿐이니,
웃을 일 없는 부대에서 한 번 웃음바다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 이에 대한 보복이야 그 고참이 전역할 때 충분히 해 줄 수 있다. (군대에는, 신병 환영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역자 환송식도 있다)
거북 상병이라고 있다 수조속에 사시며 매 식사 때 마다 소대원들이 잡아다 주는 파리를 드시던(?) 거북상병, 부대에는 행정보급관님이 동물을 사랑하면 정서 순화 차원에서 많은 사유 재산들이 부대 안에서 길러지게 된다 오리, 닭, 토끼, 칠면조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동물들은 나보다 자대에 먼저 와 있던 녀석들이므로 나보다 계급이 높다
매일 돌아 가면서 돌 봐야 하는데 죽거나 사라지면 엄청난 큰일이 벌어진다
4. 쌀국수, 맛스타, 건빵
건빵이야 사회에서도 많이 봤을테지만, 군대에서 건빵을 맛있게 먹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하루에 하나씩 보급나오는 우유를 이용해 '건후레이크'또는 '건프로스트'를 해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사병이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살짝 지난 건빵을 튀겨주는 '튀김건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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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레이크는 간단한다. 일단 건빵 봉지를 찢어지지 않게 잘 열어 별사탕을 빼고, (별사탕을 모으는 고참이 꼭 하나 정도 있을 것이다. 그 고참에게 주면 좋아한다) 다시 열린 부분을 손으로 막은 뒤 무릎이나 팔꿈치 등으로 으깬다. 그 뒤 봉지에 우유를 부어 포크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인 건후레이크가 된다.
가끔 '제티'등을 더 첨가해 먹기도 하고, 부식으로 나온 음료를 넣어 먹기도 하지만,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흰우유가 제일 좋다.
튀김건빵! 이건 솔직히 지금 상품으로 나와도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다. 튀김건빵을 먹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 그렇다. 사회에 프링글스가 있다면, 부대에는 튀김건빵이 있다.
건빵을 튀긴 뒤 설탕에 버무린 이 식품은 취사병들이 만들어 각 소대별로 나눠주곤 하는데, 그 맛에 중독되면 빠져나가기가 힘들다
쌀국수, 이건 사제 컵라면인 '도시락'과 같은 모양으로 생겼는데, 매운 베트남 쌀국수를 컵라면 형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 쌀국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한 번 먹고는 절대 다시 안 먹는 병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것만 찾는, 어느 때에는 PX에서 구입한 사제 라면과 쌀국수를 바꿔 먹기도 하는 고참이 있을 정도였다. 군생활을 오래 한 간부들도 근무 때만 되면 쌀국수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매니아와 싫어하는 층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단점이 있다면, 쌀국수를 먹은 후 화장실에서 미션을 해결 할 때,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맛스타는 군대에서만 보급이 되는 음료수다. 뭐, 다른 루트로 사제에 나오기도 하겠지만, 얼마나 맛이 뛰어나면 '맛병장'도 아니고 '맛대령'도 아니고 '맛스타' 이겠는가. 그만큼 군인들에겐 훈련시에 요긴한 음료다. 100% 과실즙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직접 확인을 해 본 바가 없기에 단정짓기는 힘들며, 유사품처럼 보급되는 파인애플음료나 아미노어쩌구 음료보다는 맛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맛스타의 깊은 맛을 느끼며 짬이 더해가는 것이다.
맛스타의 원래 이름은 맛대령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스타로 진급했다고 한다
'신병으로 맞이 하는 첫 아침점호' 신발을 어디다 갔다 둬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신발정리를 할 수도 없으며, 어느 부대든 2주대기가 풀린 후 부터 시키는 것으로 알고있다.
고참들의 침구류를 갠다는 것이나 고참들을 깨우는 것은 요즘 군대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바로 마음의 편지
(소원수리) 당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갓 전입온 신병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고참을 위해 아침점호에서 열외시켜 준다는 건, 이등병이 할 수 있는 일이
빨리 모병제되야하는데
오늘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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