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베스트 글을 보니 조혈모세포 기증이 필요한 아들을 두신 아버님의 이야기가 있네요..
그 글을 보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려고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조혈모세포 기증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에요.
읽어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기증 신청하시는 것을 고려해보시길...
저는 2001년 20살에 헌혈의 집에 갔다가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팜플렛을 읽어보고 기증 신청을 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누군가에게 새 삶을 선물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바로 신청했었지요.
그렇게 기증을 한 사실을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2013년 10월에 저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간호사로부터 받았습니다.
이 환자가 좀 위급해서 다음주 주말에 가능한지 묻더라고요.
월, 화요일 경에 전화를 받았는데 당장 다음주라고 하니 잠깐 고민했지만 바로 알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계속 가슴이 뛰더군요. 바로 아내에게 전화해서 허락받았습니다..
다음날 직장으로 협회의 코디네이터(간호사)분께서 찾아오셨고 기증동의 의사 다시 물으시고 채혈해 가셨어요.
2차 혈액검사를 통해 최종 일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 헌혈의 집에서 채혈해서 검사한 결과는 100%가 아닌 약 80%(정확한 수치가 아닙니다.) 의 검사결과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세금으로 검사비용을 부담하며 약20만원 초반이라고 들었습니다.
* 기증동의 후 2차 혈액검사는 나머지 20%의 일치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인데,
이 비용은 기증을 희망하는 환자측에서 부담합니다. 이 비용은 약340만원으로 들었습니다.(2013년 기준)
채혈 후 기증 절차를 안내 받았습니다.
입원하기 3일 전부터 조혈모세포 과다생성 촉진 주사(정확한 명칭이 아닙니다.)를 맞습니다.
조혈모세포는 뼈 안에 있기 때문에 주사를 맞아 과다 생성되면 정맥혈로 나온다고 합니다.
* 주사를 맞는 동안에 평소 관절이 안좋은 부위가 있으면 그 부위로 통증이 올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허리 통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혈관 안에 조혈모세포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성분헌혈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만 추출할 수 있습니다.
* 약 4시간이 걸리는데 온 몸의 피가 3회 정도 성분헌혈기를 통해 순환한다고 하네요.
양쪽 팔에 주사를 꽂아서 한쪽팔에서 피를 뽑고 다른 한쪽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합니다.
양쪽 팔을 4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경우 가슴쪽에 주사를 꽂아서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주사바늘을 꽂을 때 살짝 더 아프다고..)
기증 전일에 입원하여 기증일에는 헌혈실에서 성분헌혈을 실시하면 됩니다.
* 협회에서 직장 인사팀으로 공문을 보내줍니다. 회사 규정에 맞게 청원휴가나 공가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뼈에 직접 주사기를 꽂아 추출하므로 고통이 심하고 부작용이 많다. 라는 것인데
과거에는 엉덩이쪽 골반뼈에 직접 주사기를 꽂아서 추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대부분 성분헌혈 방식으로 진행하니 그런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퇴원하면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마지막에 들은 것처럼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는 결과적으로 기증을 하지 못했습니다. 2차 검사결과 불일치 결과를 받았거든요.
정말 아쉬웠습니다... 환자분이 걱정되기도 했구요.
큰 기대를 가지고 제 혈액검사 결과만 기다렸을 가족과 환자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군요.
당시 환자가 저보다 나이가 한살 어린 남자라는 사실은 들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고 코디네이터에게 전화해서 그 환자는 어떤가요? 라고 물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그 이후 시간이 지나니 또 한동안 제가 기증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네요...
앞으로 저에게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전화가 온다면 무조건 일치겠죠.
저는 그 분의 비용으로 2차 검사까지 받아서 제 유전자형은 100% 분석된 자료를 협회에서 가지고 있으니까요.
베스트글과 같이 가슴아픈 사연을 보면 제가 해드리고 싶은데 이게 헌혈처럼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맘이 아픕니다..
제가 기증까지 해보지는 않았지만..설명을 들어보고, 그 당시 인터넷에서 기증자 수기를 많이 읽어봤는데 부작용/통증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두려워하지 마시고 기증에 참여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근데 꼭 신중히 고민하고 해주세요.
코디네이터분께 기증 거부자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요.
처음에 기증동의 여부 물을 때 거부하면 그나마 나은데...
2차 혈액검사까지 하고나서도 갑자기 기증거부 하는 분들이 있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 환자 가족은 2차 검사 비용도 날리는 거에요....
언젠가 저도 결국 기증했다고 뿌듯하다는 글을 올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제 글을 보시고 기증 신청을 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나오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과거의 방법이라도 기증의사 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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