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뜻하는 바가 잘못 보여져 괜한 오해를 살까 싶은 마음에 미리 양해 구합니다.
친구 몇 명과 술자리를 함께 했더랬습니다.
한 친구는 전공과 무관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구.
요즘 세상에 벌이가 좋을리 없는 사진관을 운영하며 임대료니 뭐니 다 제하고 월 수입 150만원을 얻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한 친구는 대학 4학년 때 대기업의 가장 마지막 줄에 이름을 올리는 모 기업에 취직하여 온갖 업무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언제라도 사직서를 쓰고 싶지만 가족을 위해 참고 견디는 중이랍니다.
한 친구는 전공을 살려 제법 큰 법인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전문직 중에서도 제법 자리를 잡은 터라 강연, 방송출연, 칼럼 원고료를 포함한 월 수입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친구. 대충 억대의 월 수입인 것만 알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대학 시절부터 학점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망나니 스타일로 놀았습니다. 아버님이 소유하신 대지를 통해 사업 소득을 올리던 친구는 해당 대지를 정부 사업에 대여해주게 되어 평생 임대료만 받아도 연간 수백억 대의 임대수익을 받는 상황. 그래도 백수로 보여지는 것은 싫은 까닭에 여기 저기 사람들 만나며 그럴 듯한 사업가의 직함을 하나 유지 중입니다.
서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나누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을 경험하고 지냅니다.
많이 달라진 우리라고 생각했는데, 술 한 두 잔 들어가다보니 마음 속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옵니다. 월 150만원이 간당한 친구도, 월 수억을 벌고 있는 친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고민의 색깔은 비슷한데, 되려 고민의 깊이는 운영하는 혹은 소유하는 것의 덩어리가 클 수록 더 깊어 보이기도 합니다.
소주 마시느냐 양주 마시느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 술 한 잔으로 풀어내는 것은 같고,
국산차냐 수입차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교통체증으로 투덜대는 것은 같아 보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문득 삼성 이재용 부회장 생각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아마 신용카드 때문에 걱정할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카드대금이 아니라 카드회사 때문에 걱정을 하겠지요.
어쩌면 카드회사 놓고 걱정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보다 카드값 많이 나왔다고 걱정하는 우리네 삶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졌습니다.
만났던 친구들 중 한 녀석이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랍니다.
겉모습이 마음에 들어 바로 다음날 구매한 멋진 차를 세워만 놓고 있다는데, 운전하며 한강 다리를 지날 때마다 그대로 한강으로 돌진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렇답니다.
진짜 여유는, 깊은 가마니를 가득 채우기 위한 많은 양의 쌀을 가질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가마니가 필요 없음을 깨닫게 될 때 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밑에 올라 온 짧은 인생이란 글을 보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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