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에쿠스가 사실상 독주해온 국산 대형차 시장이 치열한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올초 쌍용자동차가 체어맨W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GM대우가 오는 4일 대형 신차 베리타스(프로젝트명 L4X)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에쿠스로 느긋하게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현대차도 내년 2월 후속 신차인 ‘VI(프로젝트명)’을 내놓는다. 베리타스는, 스테이츠맨으로 대형차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GM대우가 절치부심 끝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GM의 호주 자회사인 홀덴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차이긴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GM대우 연구진이 홀덴 연구진과 함께 차량을 개발했다. 정통 대형세단이 주로 채택하는 후륜구동 방식이며, 최신 수동겸용 5단 자동변속기와 3.6L V6 알로이텍 엔진을 탑재, 파워풀한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차체는 에쿠스보다 크게 설계됐으며, 앞 바퀴와 뒷 바퀴 사이의 간격이 넓어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도록 했다. 크롬처리 LED(발광 다이오드) 시그널 램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며, 일반 할로겐 전조등보다 4배 가까이 밝은 이중 크세논(Bi-Xenon) 헤드램프 같은 최신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지난 2월 출시된 쌍용차 체어맨W는 매월 700∼800대씩 판매되며 에쿠스를 능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벤츠 V8 5.0L 엔진과 인라인 6기통 3.6L 엔진 두 가지 모델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타깃 고객층으로 삼는 마케팅을 펼쳐 7월 말까지 4278대를 국내 시장에서 판매해 국산 대형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고급 모델은 국산차 최초로 가격이 1억원을 넘기는 신기록도 세웠다. 차량자세제어시스템(ESP),듀얼 무릎보호 에어백, 3세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TPMS) 등 첨단 사양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최근에는 3.2L 엔진을 단 모델도 출시, 라인업을 넓혔다.
현대차도 내년 2월 대형 세단 ‘VI’를 출시하면서 반격에 나선다. 최근 실루엣을 공개해 고객들의 기대심리를 높였다. 차 길이(전장)가 5160㎜로 기존 에쿠스보다 더 길어졌고, 넓이(전폭)와 높이(전고)도 더 넓어지고 높아져 국산 최대 크기 차가 될 전망이다. 역시 정통 대형 세단이 채택하는 후륜 구동을 채택했고, 3.8L 람다 엔진과 4.6L 타우 엔진 두 모델로 출시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5L 엔진을 단 리무진 모델을 출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폴크스바겐 페이톤 같은 수입 고급차들과도 경쟁하겠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