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력모델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과 아웃랜더(Outlander)가 국내에 시판됐다. 가격은 랜서 에볼루션이 6200만원, 아웃랜더가 4200만원. 예상했던 것보다 값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 가격 정보가 모두 공개된 미쓰비시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랜서 에볼루션, 가격 높아 판매 쉽지 않을 듯
랜서 에볼루션은 미쓰비시의 준중형세단인 랜서의 고성능 모델이다. 배기량 2L 휘발유 터보엔진에 수동변속기를 자동처럼 작동시켜주는 첨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 출력이 295마력에 달한다. 또 4륜구동 시스템과 스포츠 주행용 버킷시트를 달았다. 이번에 시판되는 모델은 랜서 에볼루션 중에서도 편의·안전장비를 가득 탑재한 풀옵션형이다. 스포츠 드라이빙 마니아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차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랜서 에볼루션 풀옵션 모델은 일본에서 375만 엔(약 3900만원)선. 따라서 국내 가격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내 경쟁차 가격을 살펴보면, 랜서 에볼루션의 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달 초 출시되는 아우디의 고성능 해치백 A3는 배기량 2L 200마력 터보엔진에 뛰어난 스포츠 주행성능을 지녔지만, 값은 3950만원이다. 국내에서 팔릴 A3와 같은 사양의 일본판매 모델은 408만엔. 랜서 에볼루션의 일본 가격보다 오히려 높지만, 한국에서는 랜서 에볼루션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 ▲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왼쪽), 미쓰비시 아웃랜더(오른쪽).
중형 SUV인 아웃랜더 역시 가격대가 다소 어중간하다. 혼다의 베스트셀러 SUV인 CR-V는 3140만~3540만원. 아웃랜더가 CR-V보다 엔진·차체 모두 크긴 하지만, 1000만원이나 비싼 가격대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또 11월에 동시 출시되는 닛산의 중소형 SUV 로그와 중형 SUV 무라노도 복병이다. 로그는 CR-V보다 낮은 가격에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쓰비시가 랜서 에볼루션의 실제 판매보다는 미쓰비시의 고성능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며 "11월 시판 예정인 준중형 세단 랜서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쓰비시 한국판매법인 관계자는 "랜서는 배기량이 2L이지만, 가격은 혼다 시빅 1.8(2630만원) 수준에 맞추기 위해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 한국 내 인지도, 도요타·혼다에 뒤지는 것도 걸림돌
미쓰비시는 1970년대 현대차가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를 만들 당시부터 현대차에 기술을 제공해준 회사였지만, 지금은 사세(社勢)가 크게 위축됐다. 2000년대 초반 일본 내에서 자동차 리콜 사실을 은폐했다가 발각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올해 1~8월 미국시장에서 미쓰비시의 판매량은 7만여대로, 현대·기아차 판매량(52만대)의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미국에서 랜서(랜서 에볼루션 포함)의 판매량은 1~8월 2만1986대였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 아반떼는 8만2463대, 혼다 시빅은 26만4138대, 도요타 코롤라는 25만8369대나 팔렸다. 아웃랜더의 경우 같은 기간 9296대가 팔린 반면, 미국시장에서 아웃랜더의 경쟁 차종인 현대차 싼타페는 5만1953대가 팔렸다.
일본시장에서도 미쓰비시의 인지도는 도요타·혼다에 못 미친다. 올해 7월 일본 자동차 판매 순위를 보면, 미쓰비시 제품은 32위에 경차(輕車) eK왜건(3766대) 단 한 개 차종만이 올라 있을 뿐이다. 일본 내수판매 통계에 따르면, 랜서(랜서 에볼루션 포함)의 올해 6월 한 달간 판매대수는 469대였으며, 아웃랜더는 564대였다.
- ▲ 위에서부터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닛산 로그, 닛산 무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