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그동안 경황이 없어 이제서야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낼 모레 50 바라보는 평범한 아재입니다.
평소 로그인도 하지 않는 눈팅족이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곳은 보배뿐이라...
작게나마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딱 한달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항상 건강하셨던 아버지,
젊어서 항상 가족을 챙기셨던 아버지께서 2년전 가을 갑자기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병명은 폐렴
노인에게는 폐렴이 치명적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어서 걱정이 많이 앞섰습니다.
당시는 코로나도 맹위를 떨치던 때라 병원입원도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1인실로 모시고 외부와의 접촉차단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그 병원에서 간호사를 통해 코로나에 감염이 되시고,
결국은 격리시설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너무나 무섭고 걱정되고...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뿐...
그 때도 보배드림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나자렛의 집....
기부를 하시는 회원분도 계시고...
물품 기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막연한 기대이긴 했지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뭔가 착한 일을 하면 우리 아버지께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원장수녀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는데, 처음에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원장수녀님께서 다독여주셔서 어렵사리 말을 꺼낸게
나자렛집 식구들에게 중국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어린 친구들이니까 짜장면을 좋아할 것 같았거든요...)
막상 말하고 나서도 좀 무안하기도 하고, 잘한건지 바보짓 한건 아닌지.. 후회가 살짝 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건 순간일 뿐이었고, 너무가 기뻐하시는 수녀님과 나중에 함께 중국음식점에서 식사자리를 가졌을 때는
설레이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를 도왔구나라는 기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짜장면도 시키고, 짬뽕도 시키고, 요리도 시키고, 콜라도 시키고...
제 이런 선행(?)이 효과를 봤는지 아버지께서는 고비를 넘기시고 격리해제가 되시고 집으로 돌아오시게 되었습니다.
비록 많이 야위셨지만 80세가 넘는 고령에도 코로나를 이겨내신 아버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 특유의 유머러스한 모습을 찾으시고, 친구분들과 카톡을 주고 받으실때
코로나도 안 걸려본 것들이 까불지 말라고 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웃곤 했습니다.
그러나 금방 건강을 회복할 것 같던 아버지께서는 예전의 기력을 회복하시지는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것저것 좋은 것도 많이 챙겨드리고 했으나, 계속 야위어 가시는 느낌...
그러던 작년 6월
회사에서 지원하는 가족 정기건강 검진에서 췌장 이상 소견을 받고는
결국 9월에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암이란게 정말 무서운 병이더군요...
사람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그렇게 맘이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초기에는 의지를 가지고 항암치료에 임하셨으나,
결국 여러 부작용들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2개월만에 치료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표현으로는 손발 저림이 너무 심해서 다 잘라버리고 싶다고 계속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게 아무리 주무르고 찜짐을 해도 효과가 거의 없는 듯 했습니다.
아버지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시고, 가족들이 집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마약수준의 진통제 뿐...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께서 6개월을 병수발하셨는데,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육체적으로 힘든상황에서도 돌보시는 어머니는 정말 존경스러운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제가 아버지 형제분들께 연락을 드려 다들 집으로 오셔서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급하게 가실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음 날 아침 아버지 상황이 급작스럽게 안좋아져서, 119를 통해 응급실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구급차에서 내려, 잠시 대기하는 상태에서 하늘을 물끄러미 보시는 아버지께 제가 물었습니다.
"어? 아버지 숨이 안가쁘시네요? 하늘 오랜만에 보니까 좋죠?"
(끄덕끄덕)
지금 생각해면 하늘 보여 드리는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걸 못했나 라는 후회가 많이 듭니다.
아버지께서는 응급처치를 통해 호전되는 듯 하였으나,
결국 본인의 의지로 연명치료를 거부하시고 어머니께서 보시는 가운데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진짜 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겠더군요.
살아계실때는 60%을 잘하고 40%이 부족해도 내가 지금 상황에서 60%나 했는데 뭐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지만,
돌아가시고 나니 99%를 잘한것도 왜 1%를 못했나는 생각만 듭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 자꾸 우울해져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그 와중에 문득 떠오른 나자렛의 집...
간사한 제 마음은 또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착한 일 하면, 저 세상 가신 아버지께 좀 더 좋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어제도 소박하게 저녁식사를 도와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착한 일을 하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그냥 아버지 생각에 두서없이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누님, 아우님들
정말 부모님 계실 때 잘하시고, 동영상 많이 찍어두세요. 큰 위로가 됩니다.
이 글 보니깐 할아버지 더 보고싶네요ㅠ
편안하게 보내드렸던 생각이 납니다
움명 하셨는데도 가족들 다 올때까지 편안히 침대에 한나절을 계시게하시더군요
심지어 종교가 불교도 아닌데 참 고마웠어요
마음 추스리세요
슬프시면 눈물 흘리세요
나이를 들어도 부모님이 그리워 눈물 흘리는건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감정을 표현 하는건 좋은거... 살아있는 존재들의 권리입니다...
반성도 하고 갑니다 ㅠ
국가 예방접종 중에 65세이상 폐구균23가 예방접종이 있습니다.
폐렴을 잘 일으키는 균 23가지를 모아 백신으로 만든건데 평생에 한번만 맞으면 된답니다.
65세 이상 부모님 계시면 가까운 검진기관에 접종 문의해보시길.
무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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