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
몸이 너무나 가벼워진 느낌이다.
왠지 몸이 하늘에 떠있다는 기분이고, 펼쳐진 풍경이 아래를 내려보고 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다급한듯 소리지르며 전화를하는데, 낯익은 풍경이다.
슬로우모션 처럼 장면들이 또렷하게 보여진다.
‘아~ 좀전에 빔에서 떨어졌는데?
꿈인가?’
높은곳에서 떨어진 꿈에서 막 깨어난듯 혼란스럽다.
‘저기….
내 옷인데?
나하고 똑같네?’
혼란스런 순식간의 시간중에, 마치 카메라의 중심부인듯 한자리에 고정된다.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고,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공기보다 가벼운 눈물이 꽃잎처럼 날린다.
토목공사가 예상했던 두배의 시간을 잡아먹었다.
골조 업체가 뒷감당을 하느라 바쁘다.
원청 사무실 불려가서 신나게 깨지고 나오는 황과장이 내방으로 들어온다.
입구에서 문을 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움찔거린다.
“아씨….
아, 내심장…
붙어있네…”
낚시줄을 이용해 겨울코트 모자끝에 붙이는 털뭉치를 설치했다.
문을 닫으면 바닥으로 내려오고, 열면 딱 눈높이까지 올라온다.
재미삼아 물건을 바꾸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늘 당한다.
물론, 생각없이 들어오다, 나도 한번씩 깜짝 놀란다.
“좀 도와줘요.
아 씨부럴 개새끼들!”
“누가?
뭐라든데?”
“김과장이, 소장님 부른다고 관리자들 다 오라그래서 갔더만, 골조팀 더 투입하라고 지랄이네예.”
“일 할게 없는데, 사람만 들이면 뭐하냐?”
“내말이~ 저거가 돈 더줄것도 아니면서….
술이 막 땡긴다!”
“넌 임마!
욕좀 먹어도 배부른것도 아니고, 건축도 아닌게, 흘려들어라!
그보다 이렇게 설치는 현장은 꼭 사고가 난다.
안전로프 잘 설치해라. 좀전에 나가보니, 3단에 로프 하나도 없더라.”
“마지막 아입니까?
몇일만 눈딱 감아주이소!
B구역은 사나흘이면 끝납니더!”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냐?”
“아따, 하루이틀 합니까?
작업자들 빔 위에서 뛰다닙니더.
까딱없어예!”
“야, 시부럴 새끼야!
일단은 해라!
작업자들 다 내려버리기 전에, 무조건 해라!”
현장 게이트만 나서면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한동네 이웃이다.
골조 회사에서 안전일을 하고있는 딸둘 아빠다.
현장에서 두번째 만났으니, 꽤나 인연이 깊다. 평생을 만나도 친구가 될수없는 사람이 있고, 하루를 만나도 목숨을 걸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후자는 어려워도 전자는 확실히 아닌거 같다.
지난번 현장에서도 황과장을 심하게 혼낸적이 많다.
안전일을 하면서, 안전에 너무 소홀해서 넘길수가 없다.
이번 현장에도 별반 달라진게 없어, 욕좀 들어야 할게다.
매콤한 두루치기 한점에 더 매콤한 청양고추 한입물면, 입속은 통증으로 화끈거린다.
변태성이 있는건지, 은근히 통증을 즐기는 모습이다.
“3단에 안전로프 설치 끝냈냐?”
“아따! 게이트 나오면 회사이야기 시마이 하입시다!”
“끝냈냐?”
“다해갑니다.
아침에 한시간 정도면 끝낼겁니다.”
“잘했다.
아침에 마무리하고 무전해라.
같이 한번보자.”
“참! 요즘 골프 배우는데, 행님도 같이 합시다!”
“내가 유일하게 관심없는게 골프다.”
“골조회사 다니는게 더러버서, 원청회사 들어갈라고 알아보는 중입니다.
동기들 통해서 알아보는데, 다들 골프 배워두라고…”
“그래, 골프 해두면 기회가 많이 생기지.
열심히 해라.”
매콤한 고기한점, 더 매운 고추를 먹고, 뜨거운 매운탕 국물을 삼키면, 변태성의 정점을 즐길수 있다.
H빔위로 타이거로프가 가지런히 지나가고, 작업자들이 안전벨트의 고리를 걸고 걸어다니지.
“로프 설치는 잘 된거같다.
제발좀, 다닐때 꼭 고리걸고 다니도록 단속 잘해라!”
인부들 중에 유독 안전고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오륙미터 가다가 풀고 다시걸고, 물론 귀찮을수 있겠지만, 12미터 높이의 좁은 H빔 위에서 유일한 안전장치는 고리 뿐이다.
많이도 싸운다.
안전고리 좀 걸라고 멱살잡이도 많이한다.
오늘따라 날씨도 너무 좋다.
티끌하나 없는 하늘을 보자니, 낚시 생각이 절로든다.
“황과장!
주말에 낚시갈까?
감생이 좀 나올텐데.”
“좋습니다!
해상콘도 거 괜찮던데 가입시다!”
오후, 현장 한바퀴 둘러보고 커피한잔 생각나 탕비실을 찾는다.
사무실 입구에서 얼핏 현장을보니, H빔위를 누군가 분주하게 다닌다.
아릿한 형상이나 황과장이 분명하다.
현장에서 들어오는 꼬맹이에게 물어본다.
“골조 황과장, 저기서 뭐하냐?
혹시 아니?”
“예, 좀전에 작업자들 안전고리 안걸었다고 욕좀 먹든데, 아마 열받아서 단속하러 갔나봐요.
골조 안전은 정말 짜증나서 못할거 같아요.”
동네북이다. 별일 아닌듯해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탄다.
‘가만!
시발!
저새끼 고리 안걸었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간다.
사무실 입구에서 보니, 안전고리 체결없이 바쁘게 다닌다.
무전기를 꺼내들고 골조팀 채널을 맞춘다.
그순간, 외나무 다리처럼 가운데서 용접 작업자와 만나더니, 황과장 몸이 비틀거린다.
갑자기 멈추다가 중심을 잃은 모양이다.
황과장이 넘어지며 손을 내밀었고, 작업자는 무의식적 반응으로 손을 잡았다.
“으악! 악!”
떨어지는 두사람의 비명이 아니다.
주변에있던 작업자들이 소릴 지른다.
어떻게 온건지도 모르게 도착한다.
용접 작업자는 안전로프에 고리가 걸려있어, 2단 띠장위에 대롱대롱 걸려있다.
움직이지 못하는걸 보니, 놀라서 근육을 쓸수없는 모양이다.
황과장은 12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닦으로 떨어졌다.
안전모는 수 조각으로 깨져있고, 후두부에서 피가 흐른다.
입에는 걸쭉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경훈아! 경훈아!”
의식이 있는것처럼, 씨익 미소지으며 작은 소리를 낸다.
“물좀… 목말라… 물좀….”
순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의식이 있으니, 병원에서 살려낼거라 믿게된다.
‘경훈아, 고리 꼭 걸어라!
여기저기 떠밀려 다니지 말고, 꼭 고리걸고, 애기들 크는것도 보고, 지켜줘야지.’
국화 한송이 올려두고 기도한다.
정겨운 모습이 보이네요~
타현장 사고소식 듣고 끄적여본 글입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