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입한 폭스바겐 2017년형 최신형 티구안입니다. 사실 2017년 중반쯤에 신형 티구안이 나오기 때문에 이 모델은 완전 끝물입니다만, 구형이 나름대로 필요와 매력이 있어 신형을 기다리지 않고 끝물을 샀습니다.
한국형과 뚜렷하게 다른 점 한가지는 앞의 에어댐입니다. 미국형은 에어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기준으로 light duty truck으로 분류되면 최소연비 규제에서 잇점을 얻는데, 그 light duty truck이 되려면 접근각이 28도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형과 다른 에어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미국형 에어댐은 미국형 티구안 R-Lin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스바겐만 light duty truck 잔머리를 굴리는 것은 아닙니다. 렉서스도 NX를 내놓을 때 미국형만 light duty truck이 되기 위한 고 접근각 에어댐을 달고 내놓았습니다.
휠은 폭스바겐 원래 휠이 아니고 tirerack.com에서 윈터 타이어와 함께 구입한 휠입니다. 윈터 타이어를 스틸휠에 끼우려고 알아봤는데, 티구안에 맞는 스틸휠이 없더군요. 제타용 스틸휠은 있는데, 옵셋이 15mm 정도 차이가 나서 사지 않았습니다. 시판 일반 스틸휠도 맞는게 없고요. tirerack에서 구입한 합금휠은 허브링을 끼워야 하긴 하지만 나머지 제원은 다 맞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교체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앞쪽이 폭스바겐 원래 휠, 뒤쪽이 윈터 타이어와 함께 구입한 휠입니다. 티구안 S 등급은 16인치 휠이 들어가고, 그 윗등급부터 18인치로 확 올라갑니다. 승차감 좋고 휠 손상 걱정없는 16인치 휠이 제가 하위 등급인 S를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휠이 폭스바겐 휠이 아니다보니 휠볼트 좌면이 폭스바겐과 다릅니다. 왼쪽 폭스바겐 휠볼트는 좌면이 반구형, 오른쪽 5개 새 휠볼트는 원추형. tirerack.com에서 휠을 사면 제가 선택한 차에 맞춰 맞는 휠볼트를 자동적으로 제공하여 동봉되어 옵니다. tirerack에서 같이 보낸 안내 책자에는 휠볼트 좌면 형상은 휠의 좌면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윈터 타이어는 미쉐린 X-ICE Xi3입니다. 방향성 타이어라서 나중에 타이어 로테이션 몇번 하고 나면 좌우를 바꾸기 위해 타이어가게에 가서 탈착하고 방향을 반대로 장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형이 확실한 티구안을 지금 구입한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1) 사양 대비 가격이 굉장히 유리해서.
(2) 신형이 나온 후 1년간은 여러가지 품질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3) 신형이 좀 더 커지기 때문에. 큰 차가 불필요합니다.
(4) 신형이 유리창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요즘 디자인 추세가 벨트라인이 높아지고 유리창이 작아지는 것이라서 시야확보에도 불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닙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은 스바루 포레스터(엄청난 시야!)인데, 그건 하위 등급은 가격대비 사양이 참 빈약하더라고요.
(5) 신형도 구형처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쓰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네요.
(6) 내년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당장 차가 필요합니다.
사양이 굉장히 좋습니다. 가장 하위 등급인데도 터치식 잠금장치, 버튼 시동, 최상위 등급과 똑같은 오디오(내비기능만 삭제), 시트 히터, 가죽 스티어링휠과 변속레버,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하위 등급에는 여간해서는 들어가지 않는 사양들입니다. 그리고도 딜러 인센티브등을 감안한 최종 가격은 CR-V보다 쌉니다.
베이지색 인테리어는 제 집사람에게 큰 득점을 했습니다. 집사람 친구가 포르쉐 카이엔을 타는데, 그 차 실내가 베이지색이거든요. 베이지색 실내가 고급스러워보인다고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승할 때는 너무 연한게 아닌가, 좀 진한 갈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구입할 때도 실내 색상때문에 온 가족이 3일간 고민했는데, 구입 후에는 이 색깔도 보면 볼수록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오디오는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되는 사양입니다. 금년 중반까지 팔던 2016년형은 비슷하게 생긴 오디오였는데 하위 등급인 S는 위 두가지 기능을 삭제했었다고 하더군요. 2017년형은 S에도 그 기능이 살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써 봤는데, 모든 앱이 다 되는게 아니라 내비는 구글맵 내비 한개만 됩니다. 실망입니다. 저는 웨이즈(Waze) 내비를 사용하거든요. 이 차는 제 딸이 운전하는 차고, 그 애는 애플 카플레이를 쓰는데. 좋다고 합니다.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여러 내비를 접해보지 못해서 그렇겠지요.
앞서 최하위인 S 등급인데 옵션이 좋다고 했는데, 에어콘은 수동 에어콘입니다. 듀얼 존(zone)이 지원되지 않는 것만 빼면 냉난방 능력은 동일할 것이므로 이것때문에 수백만원 비싼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더 위로 올라가면 전동식 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HID 전조등, 여기저기 크롬 장식등이 붙는데, 다 불필요해서 제일 하위인 S로 결정했습니다.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 상단의 검은 부분은 모두 소프트 터치 재질입니다. 베이지색 부분은 모두 딱딱한 플라스틱인데, 별로 눈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다만 베이지색 도어 암레스트는 소프트 재질.
시트는 인조가죽입니다. 미끄럽거나 뻣뻣하다거나 하는 일 없이 진짜 가죽과 차이가 없습니다. 내구성에 대해서도 회사에 인조가죽 시트를 장착한 중고 제타를 4년째 타는 사람이 있는데, 갈라지거나 번들거리지 않고 원래 모습을 유지하더라고요. 그래서 인조가죽 시트에도 안심하고 결정.
뒷자리 레그룸은 충분합니다. 위 사진은 뒷 시트를 가장 뒤로 밀어놓은 상태입니다. 뒷 시트가 전후로도 조정되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되는 점은 참 좋습니다.
트렁크는 동급 SUV중에서 매우 작은 편입니다. 비교 시승해봤던 CR-V가 티구안보다 1.3배정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딸이 뭐 짐을 바리바리 싣고 다니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감점 요인이 아닙니다. 딸이 코스트코에 장도 보고 가구도 사러갈 것도 아니고요.
트렁크 안쪽에 있는 검정 플라스틱 4개는 폭스바겐에서 포트 옵션(입항지에서 장착하는 옵션)인 카고 매니지먼트 시스템입니다. 별건 아니고, 플라스틱 밑에 찍찍이가 붙어 있고, 트렁크 바닥 매트와 세트로 되어 있어서 박스같은 것을 실을 때 4군데를 막아 움직이지 않게 한다는 것 입니다. 차 등받이 안쪽에 붙어있는 응급약품 세트도 포트 옵션입니다. 나머지 한개 포트 옵션은 합금휠 락 볼트. 이 포트 옵션은 사실상 뺄 수 없는 옵션입니다. 빼려면 독일에서 신차를 주문제작해와야 합니다. 제 GTI가 그 경우인데 2.5개월 정도 소요.
원래는 고등학생 딸에게 차를 사 주지 않고 집사람과 제가 태워주고 태워오는 식으로 했었는데, 등하교, 방과후 활동, 체육활동, 체육활동용 체력 단련장, 도서관에 가서 친구들과 공부 등등 왔다갔다 할 일이 너무 많고, 그 동생도 고등학생이라 비슷한 일과가 있는데 둘이 행선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큰딸과 작은딸을 태워주고 태워오는 일이 하루에도 3~4번 왕복이라서 금년 9월 학년 올라갔을때부터 3개월간 하다가 두손들고 차를 샀습니다. 중고로 할까 하다가 집사람이 구입한지 6년된 차가 지겨워서 제 딸이 쓰지 않을 때 타고 다니려고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독일차), 자기가 좋아하는 실내 색상(베이지)에 입김을 넣었죠. 제가 GTI를 6년동안 타면서 기능과 품질에 만족한 것도 주저없이 폭스바겐을 고르는데 한몫 했습니다.
제일 낮은 등급인 S라서 휠도 16인치로 작고, 안개등도 없는데 집사람은 그런 것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차가 폭스바겐이라서 좋아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브랜드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은 색상, 마지막은 인테리어의 느낌입니다.
혼다 CR-V 중 사양이 유사한 등급인 EX도 시승을 해 봤는데, 검정 실내밖에 안 되고(집사람에게 감점), 그 실내의 직물 시트 무늬도 촌스럽고, 집사람이 운전해보니 박력이 없고, 지금 운전하는 토요타 SUV와 느낌이 너무 똑같아서 주저없이 대상에서 탈락시켰습니다.
GTI를 모는 사람으로서 티구안 운전 느낌은 같은 플랫폼, 같은 엔진이라고 해도 GTI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스티어링은 매우 가볍고, 차선을 급하게 바꿀 때 차가 즉각 움직이지 않고 0.3초정도 돌린 채로 잡고 있어야 움직입니다. 승차감때문에 65시리즈 타이어가 달리는 차급을 선택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변속기도 DSG가 아니라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라서 변속기 즉각 되지 않습니다. 특히 변속단수를 수동으로 내릴 때는 자동으로 엔진 rpm을 올리면서 아래 단수에 신속하게 물려들어가는 기능이 없더군요. 플랫폼과 엔진만 공유한다고 같은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GTI의 사촌 SUV라는 기대를 접고 생각한다면 좋은 차입니다. 서스펜션은 잘 맞춰져서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차체는 요동치지 않습니다.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적고, 토크 컨버터 락업도 빨리빨리 됩니다. 최종감속비는 GTI처럼 높지 않고 일반적이라서 70마일(112km/h)에서 2200rpm정도로 높지 않은 일반적인 rpm을 유지합니다. 다만 엔진 소리는 가속시에 좀 가르릉거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기아 디젤 쏘렌토와 비슷한 소리입니다.
출발할 때 가속이 토크 컨버터식 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경쾌하지 않습니다. rpm이 2000을 넘어가면 힘이 괜찮은데 말이죠. 제 딸은 집사람의 토요타 SUV(자연흡기 3.5리터)도 오랫동안 몰았었는데, 티구안이 처음에 엄마차만큼 잘 나가지 않아서 거기 적응해서 더 많이 밟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요약하자면, 2017년 티구안은 이 모델의 끝물이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사양이 알차다. 집사람은 독일 브랜드고 고급스러워보인다고 좋아한다.
차량 밑으로 깔리지않나요?
안전운전하세요~
그리고 미시건주 맞습니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저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취업 비자를 못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간 후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와서 있는 동안 미국 회사에 취직하려고 면접을 보려 다니는 분들도 봤는데, 위의 이유로 미국 회사들이 시큰둥하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미국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한국만큼 고되게 일합니다. 미국 사람들도요.
미국이 좋은 점은 갑질이 없고, 남을 밟아 누름으로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적고, 대신 내가 남에게 어떤 기쁨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차 양보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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