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한밤중에 글 올려봅니다.
199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동차 1차 밴더 품질부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습니다.
학창시절... 군생활 끝나고 1996년 가을에 다니던 대학교에 복학하고 1999년 8월 속칭 코스모스 졸업을 하고 난 후
이래저래 대기업 및 그 때 당시 잘 나가던 기업들에 원서도 내보고 떨어지길 여러 차례...
IMF 구제금융 당시의 어수선한 시기에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군요.
그 때 문득 눈에 띈 자동차 부품 1차 벤더의 구인광고...
굴러 댕기는 것이 자동차인지라 밥은 안 굶겠다는 생각에...
분명히 경력직 채용임에도 불구하고 미친 척하고 대졸 신입임에도 미친 척하고 원서를 넣었더랬습니다.
면접에 가 보니 4~5명 앉혀 놓고서는 면접관(당시 백발의 부사장님)이 여러가지 실무 질문들을 하더군요.
전부 경력직이고 나 혼자만 신입인지라 뭘 물어보려나 궁금해 하던 중
그 때 면접관이 저에게 던진 딱 한마디의 질문...
"식스 시그마가 뭐꼬...?"
저야 뭐 열심히 책에 언급된 내용으로 주저리주저리 답변을 하였고...
내심 "또 글렀구나..." 하고 학교로 돌아와
백수 탈출을 위해 나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길 근 2달 정도...
갑자기 출근하라는 연락에 입사해서 그 이후로 17년 4개월 정도 근무했었습니다.
맡은 업무는 품질부문에서 시스템 인증관리 부문이었구요.
제가 해 왔던 일들을 아마도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ISO 9001 -> QS 9000 -> ISO/TS 16949의 계보로 이어지는 품질시스템
ISO 14001 환경 시스템, OHSAS 18001 안전보건 시스템
위의 규격들에 대한 매뉴얼, 절차서의 제정/개정, 내부심사, 인증기관 심사의 대응
거래업체(협력사)에 대한 정기 평가와 개선대책의 발행, 접수관리
업체 평가를 하니 업체 불량에 대한 개선대책의 접수 및 개선 대책실사는 덤으로 따라오고
좀 더 있으니 완성차 업체 자체의 2차 외주업체 평가제도 대응 및 개선실적 관리도 추가되더군요
하늘같은 저 잘난(?) 완성차 업체의 감사 대응 및 시정조치 관리
모 토종 완성차 업체의 군대 계급장 제도 비스무리 한 1차 밴더 도토리 키재기(별 따먹기) 놀이...^^
심히 한국적인(?) 1차 밴더 관리를 시행하는 위상에 맞지 않는 아메리칸 계열 완성차 업체...
17년 4개월간 달달 볶아보고 또 달달 볶여온 업무들을 생각해 보면...
수요과 공급에 따른 시장경제 논리보다는 힘의 우위에 따른 파워게임이 더 맞는 것 같고요.
극단적인 표현을 빌자면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에서 어떻게 하든 1개라도 더 주워먹고
하늘같은 완성차 업체에 간택(개발수주)되어 연명하기 위한 뻘밭싸움의 현장인 것 같았습니다.
부품단가 10원에 목숨을 걸고
기능/성능과 관계없는 외관불량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논리는 좋은 쌀을 쓰는 것보다는 색소와 방부제를 많이 쓰라는 말인가요...?)
완성차 업체 품질검수 담당자의 주관에 따라 1차 밴더의 품질정책이 하루 아침에
후라이판 정구지 찌짐 뒤집듯 뒤집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변경과 개선이 쉽지 않은 경직된 완성차 업체 및 협력사 양산승인 절차
완성차 업체 계열의 속칭 슈퍼 1차 밴더의 상식을 뒤엎는 제품개발 업무절차
(개발품(P1, P2)을 몇 천개씩 발주를 내고 몇 천개의 도면 전 치수 검사 데이터 및
검사 협정서에 1차밴더 공정관리 전 항목을 명기하기를 요구하는 현실...)
물론 지속적인 실무 협의를 통해 개선/보완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상부 경영진의 지시이니 어쩔 수 없다는
투의 논리는 많이 답답했었습니다.
품질문제에 따른 패널티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하고...
(완성차 구매 담당자가 자기가 보는 앞에서 1차 밴더 사장에게 인사명령을 쓰고 사인하게 해서 1차 밴더
조직을 변경시키더군요...)
관련 경쟁업체의 제품이나 도면, 발표자료가 완성차 관련자에 의해 종종 공유되기도 하구요...
결국은 점잖은 표현으로 공인된 국제 표준보다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사항이, 속된 말로 완성차 업체
담당자 꼴리는 데로 굴러가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제기되는 국제표준 무용론...^^)
물론 1차/2차 이하 밴더의 자질 문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겁니다.
가족/족벌경영도 문제가 될 것이고...
오너든 전문 경영인이든 제품/공정/기술 개발 추세에 대해 이해하기 보다는 회계장부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
밑에 사람은 갈구면 된다는 식의 내로남불형 경영방식 (뭐 대주고 뺨 맞고 팬티도 못 입고 쫓겨난다는...ㅋㅋ)
지주 회사의 상식을 벗어난 경영행태 (기술/개발/투자보다는 극단적인 이윤추구. 그놈의 주주 만능주의란...)
상상 이상의 때로는 황당한 고객의 요구사항에 변죽을 맞춰야 하고
따라오지 못하는 건지 잔머리 굴리느라 않하는 건지 영~ 지지부진한 2차 이하의 밴더들을 지지고 볶고 때로는 달래가며
(특히 특정 업종(도금, 도장 등) 밴더들은 참 컨트롤하기 쉽지 않더라는...^^)
1차 밴더 오너 및 경영진의 경직되고 내로남불 같은 마인드에 팀장들은 복지부동...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는...^^)
어쨌든,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분들은 단언컨데
완성차보다는 우리 1차 밴더의 부문별 담당자 분들인 것 같습니다.
(완성차 교육에 불려가면 항상 이렇게 영혼없는 말투로 이야기 하곤 하죠...^^)
현실은 시궁창이라도 항상 힘내시고 건강에 힘씁시다...^^
중견기업도 너무힘드네요,,,
욕들어먹고 하는곳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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