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가혹한 원가절감이 제품 결합 '부메랑'으로

■ 도요타 추락… 원인은
가격경쟁력 강화위해 부품 공통·현지화 치중… 품질관리 '구멍'
사태수습 본격 돌입 불구 집단소송등 사태 장기화 가능성 높아

'세계 1위를 위해 가장 큰 장점인 품질을 버렸다.'
위기에 처한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가격경쟁력을 강조하다 보니 사후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리콜은 생산과 부품 조달의 현지화, '글로벌 아웃소싱(Global Outsourcing)'이 문제였다고 분석됐다.

도요타는 문제가 된 가속페달을 교체하는 등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사태 수습에 들어간다. 하지만 판매 중단이 길어짐에 따라 딜러들의 손실이 급증하고 자동차 소유자들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파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너진 품질 신화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식의 가혹한 원가절감이 도요타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부품 공통화와 현지화를 통한 원가절감은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 강화와 판매 증가로 이어져 도요타를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로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제품 결함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페달은 캐나다 부품공장에서 사들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1일 '기로에 선 품질 신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 자동차가 예상 외로 궁지에 몰렸다"면서 "도요타는 물론 혼다 역시 일본의 장기였던 '품질ㆍ안전'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리콜 등의 사태를 두고 '와타나베의 저주'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지난 2005년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도요타자동차를 총지휘한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 같은 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부회장은 1964년 도요타에 입사한 뒤 구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1997년 상무, 2001년 구매담당 부사장을 거치면서 제품 원가절감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005년 사장에 오른 그는 취임 이후에도 부품 원가절감 노력을 더욱 가속화했다.

하지만 원가절감을 위한 부품 조달 다변화는 품질관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우리케 사에데 샌디에이고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품조달 다변화 조치는 옳은 것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는 잃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설에서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도요타는 리콜의 원인이 된 페달을 외국 부품업체에서 조달받았지만 이를 간과한 도요타 내부의 품질관리체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송 등 사태 장기화 가능성

=도요타가 가속페달 결함으로 리콜하거나 수리해준 자동차는 이미 도요타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698만대)을 넘어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가 약 444만대이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속페달 결함과 관련해 수리해준 건수를 포함하면 760만대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으로 도요타의 리콜 대수가 1,0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의 판매 중단이 최소 2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먼저 미국 내 도요타 딜러들이 동요하고 있다.

존 맥엘레니 전미자동차딜러협회 회장은 "미국 전역 1,200여개의 도요타 딜러들이 매장별로 한 달에 175만~200만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딜러들은 도요타자동차가 가속페달 결함 문제의 해결 시기와 방법, 소비자들에 대한 대응책 등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번주에 공식 성명을 내놓고 리콜에 필요한 부품도 공급할 예정이다.

도요타 차량 소유자들도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리콜 사태는 파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소송 전문 변호사사무실에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이 인명 등의 손실이 아니라 자동차 가격 하락에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법률법인의 패브리스 빈센트 변호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다양한 유형의 사고에 대한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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