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내용이라 BACK을 누르셔도 무방합니다.
10년도 지난 수업중 내용이 문득문득 생각날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경영학이라는게 기업입장에서 돈버는 법을 배우는 거라 소비자입장과는 약간 배치되는
면이 있지만 게시판에서 나오는 논란거리를 통해 접한 현대의 경영행태는
상당히 괜찮은(?) 면이 많아요. 경영학 수업의 데자부랄까. ㅋㅋ
기업은 돈벌기 위해 모인 집단이고 그 목적을 행한다는 의미에서는 현대는 괜찮은 기업인 것이죠.
아마 현대경영진이 보배게시판 보면 밥을 목으로 넘기기 힘들테고 아마 할말도 많을 겁니다.
재미로 제가 문답식으로 현대를 대변해 볼까 합니다. ㅎㅎ
무식한 얘기니까 농담으로 잘 걸러드시길 바랍니다.
# 제품수명주기
BOBAE: 현대차는 왜 몇년쓰면 미션이 나가고 녹이 스는 거죠? 내구성이 너무 약한 것 아닙니까?
A: '제시간에 망가지게 하는 것도 기술이다.'
이 얘기를 어떤 교수님에게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웬 미친소린가 했죠.
물건이란게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좋은건데.
그런데 기업중에 이런 소비자의 의견을 너무 존중해주다가 망한기업도 있지요. 너무 튼튼해서.
바로 'BROTHER'라는 미싱회사입니다.
지금 30대 이상인 분들은 집이나 옷수선집에서 브라더 미싱을 본적이 있을 겁니다.
집집마다 하나사면 두고두고 오래써서 여자분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그런데 브라더미싱은 너무 튼튼한 나머지 고장이 나지 않아서 한번샀던 고객들은 다시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잘나가던 브라더미싱은 잘팔릴때 공장을 늘리다가 그 뒤 물건의 재고와
공장운영비를 견디지 못하고 망할 수 밖에 없었지요.
자동차라는 것은 대략 3년에서 5년간의 품질을 보장해주는 소모품입니다.
그 기간안에 망가지면 기업은 A/S비용이 많이 나가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기안을 너무 초과해 버리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지나치게 내구성있는 재료를 쓰다보면
원료와 제품품질관리를 위해 제품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구요.
적당한 가격과 소비자들이 5년마다 차를 바꿀 이유를 주기위해 오늘도 현대자동차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 아웃소싱(OUT-SOURCING), 조직의 슬림화
BOBAE: 현대미션은 유리미션이라 아이신 6단 미션을 쓰는 건가요? 현대차는 왜 그런것도 못만들어요?
그런것도 못만들면서 자동차회사라고 말할수 있나요?
A: 가끔은 사다쓰는 것도 경영학적 측면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좋은 방법입니다.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일정물량과 적정한 가격이라는 것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신공동구매처럼 몇명이상이 모여야 어느정도 가격을 맞출 수 있는데 고작 몇백대 팔자고 몇천억을 들여 개발하고 공장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필요하다고 나사하나 타이어까지 현대에서 다 만들 수는 없지요.
덩치가 너무 거대해 지면 변화에 신속하게 움직일 수도 없어요.
전문적인 기업들과 가격만 잘맞으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외제 좋아하잖아요.
오디오는 렉시콘, 브레이크는 브렘보, 미션은 아이신 등 '프리미엄', '명품' 이름붙이기도 좋죠.
더군다나 6단미션은 과도기 아닙니까. 저희는 이번에 아예 벤츠의 7단을 뛰어넘어 8단을 개발했습니다.
기어단수가 너무 많아 기어바꾸다 기어에 걸려있을 시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자동차기업이 100% 다 만들이유도 없지요.
BMW도 100% 다 생산하지 않아요. 미션 가져다 쓰죠.
슈퍼카 파가니존다가 AMG에서 엔진 가져다 쓴다고 기술없다 욕먹나요?
아웃소싱이란 이런거죠. 바깥에서 구해온다.
반찬만들 실력이 없다고 시어머니 대접못하나요. 사다 드리는 것도 며느리의 도리죠 ㅎㅎ
# 제품의 위치선정(PRODUCT POSITIONING)
BOBAE: 금방 세계 TOP5가 된다는 메이커가 수퍼카하나 없다는 게 쪽팔리지 않으세요?
초첨단 글로벌기업이라면 폭스바겐처럼 람보기니 정도는 만들어야죠.
요즘 세상에 '기술=돈'입니다. 저희가 수퍼카를 만들만한 돈이 없나요 기술이 없나요?
단기적으로 파가니 존다처럼 엔진은 AMG 아니면 야마하에서 주문수입하고 미션은 ZF 좋네요.
아니면 까짓거 로터스 인수하든지.
디자인은 엔조를 디자인했던 아트센터의 켄교수에게 술한잔 접대하죠.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뭘 합니까?
'현대가 만든 3억 수퍼카?' 울산에서도 안팔릴 것 같네요.
저희도 페라리, 람보기니 같은 이름표만 있어도 만들고 싶어요. 하다못해 로터스라도.
그런데 저희는 현대입니다.
현대의 고객중엔 개인여객기 가진분이 손가락으로 꼽을 지경이지만
페라리의 고객중엔 꽤 있죠.
솔직히 국내서는 모든 계층, 미국서는 중(하)층이 99.9%의 고객입니다. 1년 수입이 1억 안되는 사람들이 99.9%입니다.
재산이 100억이 안되는 고객들이 99.9%입니다.
팔리지도 않을 거 만들지도 않을 뿐입니다.
현대기 때문에...귀족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랜드로버나 재규어가 못됐죠.
능력은 왕족인데 출신이 백정이라 오늘도 정육점에서 칼을 잡는 중원의 실력자랄까...
저희는 일단 양적인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세계 1위가 되면 페라리를 인수하고 f1을 정복할 예정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장난아닙니다. -_- 그 순간 현대란 회사를 달리 보게 되실 겁니다.
# 인플레이션과 브랜딩(BRANDING)
BOBAE: 컴퓨터값은 옛날보다 떨어졌는데 왜 차값은 오르는 거죠? 미국에서는 얼마 안올랐다든데.
솔직히 에쿠스 가격은 오바아닙니까? 그리고 이름들은 왜 제각각입니까 숫자도 아니고 이름도 아니고.
A: 20년전 스크류바 100원이었죠. 지금은 500원도 넘었죠.
저희 소나타 그때 천만원 넘었어요. 그렇다고 지금 5천만원 받는거 아니져.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데 원료값은 점점 올라요.
컴퓨터는 덤핑으로 마구 가격을 내리는 대기업들의 치킨게임으로 가격이 떨어진 경우고
자동차의 원료들의 성격은 달라요. 원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철강의 가격은 국제시세가 있고
최근들어 쭈욱 올랐죠. 또한 자동차 부품은 2만개가 넘어요. 한두개 싸진다고 전체가격에 영향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고갱님...저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로서 최고급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비싼걸 써야 가오가 서는 고갱님을 위해 가격을 올려주는 건 바로 저희의 고차원적인 배려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아...물론 에쿠스가 실수였다는 건 인정합니다.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혼다의 애큐라처럼 저희도 독립 고급브랜딩을 만들고 싶었죠.
현대와 독립된 대리점, 수리반 등등...외제차 고객들을 공략할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게 좀 꼬였어요. 그렌저 고객들 달래서 겨우 살리긴 했지만 미국서는 여전히 현대랍니다.
저희도 멋진 독일차들 처럼 코드번호를 붙이고 싶었어요.
하지만 애초에 미국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에 소비자들이 더 익숙했고
소나타, 그랜져, 아반테는 이제 우리의 밥줄입니다. 팔았다하면 100만대는 기본이죠.
독일차나 렉서스의 코드명들이 너무 아쉬워 I시리즈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괜찮아 이것저것 생산하는데
결론은 일관성없이 엉망이 되어 버렸네요.
이러나 저러나 저희는 여러분을 가격브랜딩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친구들에게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뾱뾱이로 답할 수 있을만한 가격으로
고갱님들을 모시는 중입니다.
더 나아가 제네시스 프라다, 에쿠스 에르메스 등 이름만으로도 공항면세점삘로 국제적인 가격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가격은 도이치 아우토인데 국산차를 애용하시는 고갱님들이야말로 애국자님들이고
그랜저 이상의 차야말로 성공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외제차는 세무서에서 반드시 체크하도록 저희가 업무협조 하는 중이오니 안심하고 현대차 구입, 애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기업의 수명
BOBAE: 아저씨. 자꾸 그따위로 할거야. 그럴거면 확 망해버려.
A: 기업도 수명이 있어서 100년 넘은 기업은 손으로 꼽죠.
저희는 먼저 돈을 벌기위해 오늘도 너같은 초딩한테도 고분고분 답변해 주는 것이고
영원히 현대가 살아남아 매년 반복되는 노사분규에도 월급 꼬박꼬박 올랐음 좋겠어요.
수퍼카 만들다, 팔리지도 않을 차 만들다 중국으로 인도로 팔릴 바에야
소나타 열심히 만들어 20년 후에도 고갱님의 차에 값진 순정품을 달아주고 싶네요.
솔직히 저희 밥그릇이 먼저지 고객이 먼저는 아니잖아요.
솔직히 고갱님도 남들 좋으라고 출근하는 거 아니잖아요. 좀 솔직해 지자구요. ㅎㅎ
저희는 살아남기 위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기업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차 타는 우리 고갱님들 MBA 정도는 기본이라 다 아실거라 믿어요 ㅎㅎㅎ
참고로 저는 현빠...아 아닙니다.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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