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내리고 차 안팔리고… 위기의 기아차
주력차종 스포티지 판매줄고 신차효과도 시큰둥
영업이익 85% 급감… GM대우에 2위 자리 내줘
- 자동차다이렉트
국내 2위 자동차 업체인 기아자동차가 환율악화·내수부진의 영향으로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 지난 97년 부도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6일 기아차에 따르면 2005년 영업이익 740억원을 기록, 2004년(5131억원)보다 85.6%나 급감(急減)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3.4%에서 0.5%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란 순수하게 차량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으면 ‘장사를 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기아차가 지난해 채권 금융기관에 지급한 이자비용은 1120억원으로 나타났다. 차량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영업이익)으로는 이자도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환율하락·내수부진으로 수익감소
기아차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환율하락으로 수출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든 반면,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차입금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2004년 76만대에서 2005년 84만대로 10.4%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액수는 11조170억원에서 11조527억원으로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이익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수판매의 경우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2000억원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기아차의 차입금 규모는 2조460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1% 급증했다. 차입금이 급증한 것은 올해 말 준공예정인 슬로바키아 공장과 중국 제2공장 등 해외 생산설비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력차종 부족이 문제
기아차는 지난달 27일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내수·수출을 합쳐 총 129만대를 판매해 19조97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아차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뒷받침해 줄 주력 차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아차의 캐시카우(주력 수익상품) 역할을 했던 스포티지의 경우 모기업인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의 영향을 받아 이전보다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출시한 중형 신차 로체의 내수판매는 11월 5669대, 12월 4525대, 1월 2799대로 ‘신차(新車)효과’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아차는 1월 판매량(내수·수출)이 10만4924대에 그쳐, 11만7420대를 판매한 GM대우에 2위 자리를 내주고 국산 자동차 업체 중 3위로 내려앉았다.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기아차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연초부터 초긴장 상태다. 기아차는 올 들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 처음으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감축에 나섰다. 또 부서별 업무비용을 작년보다 20~30%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회사측은 신차 출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기아차는 4월 초 카렌스 후속차종 ‘UN(프로젝트명)’과 오피러스·세라토·쏘렌토 변형모델을 잇달아 출시, 내수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입력 : 2006.02.06 19:21 04' / 수정 : 2006.02.06 19:2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