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인피니티'가 있기 전의 미국시장에서 일본제 고급차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던 것이 1985년 데뷔한 '어큐라(혼다) 레젼드'였다.
'아카디아'는 92년 12월 'GM'과 결별한 후, 새로이 '혼다'와 제휴한 '대우'가, 90년 10월 '풀 모델 체인지'된 '레젼드'의 2세대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서, 과거 62년의 '새나라'(닛산 블루버드 P310)와 같이 반제품 형태로 수입하여 라이센스 생산한 것이었다.
본 필자는 '레젼드'의 스펙을 확인하기 전, 익스테리어 만을 보고는 FR차량으로 판단했었다. FF는 본래 소형차에 최적합한 설계로서, 대형차가 될수록 앞.뒤 중량배분 문제 등이 단점으로 부각되는데, '레젼드'는 FF로서는 이례적으로 엔진을 세로배치하여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 하고자 한 것이었고, 이에 FR과 같은 '프론트미드쉽'에 가까운 레이아웃을 하고 있는 이색차량이었던 것이다.
국내 최초의 3000cc 초과(V6 3,200cc SOHC 기통당 4밸브) 차량이기도 하며, 출시 직후에는 한국 고급차 시장의 아성 '그랜져'를 크게 위협하였으나, 한국만의 독특한 차량형태(?)인 대형차체의 2000cc급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고, 이 시장의 주고객층들이 선호하는 '그랜져','포텐샤'의 그것과 같은 위협적인 거대한 크롬 장식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드탑 엠블럼을 장착하지 않은 이유도 있어서 인지, 머지않아 인기가 급격히 식어버린다.
그러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차량으로서 대접받고 있는데, 자동변속기 차량이 9초 이내의 제로백과 230Km 이상의 최속, 10여대가 팔린 수동변속기 차량이 8초 이내의 제로백과 240Km 이상의 최속을 보여주는 스포티 세단이었던 것이다. 미국시장에는 아예 2도어 쿠페로 만든 모델이 있었다.
'대우'는 '레젼드'의 플랫폼을 개량한 후속차(컨셉트카 쉬라츠)를 내놓을 예정이었다가, 98년 1월 '체어맨'을 가진 '쌍용'을 인수, 2000년 11월 부도, 2002년 10월 'GM'에 인수되는 우여곡절 끝에 백지화된다. '이탈디자인'의 '쉬라츠'는 지금보아도 아주 매력적인 익스테리어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