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기아차 판매 증대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딜러 여러분들의 열정에 감사한다. 올해 모하비와 로체 개조차 등 신차를 대거 내놓을 테니 미국 판매 증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달라.”
지난 3월 초 정몽구 회장이 기아차 우수 미국 딜러로 구성된 딜러대표단과 조찬모임에서 내놓은 일성이다.
정몽구 회장이 이처럼 해외 시장 판매를 강조한 배경에는 현대·기아차가 내수·해외 시장에서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면서도 미국에서 판매 부진이라는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해외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상태로 정 회장이 미국 딜러 모임에 참석한 것은 현지 딜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야심작 모하비의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경영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
모하비는 오는 7월 미국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다. 기아차에서 모하비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차량으로 제대로 승부를 겨뤄보는 사실상 첫 모델이다.
기아차는 상징성을 감안, 모하비의 미국 수출 기본 가격을 3만달러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자동차의 기본 가격을 3만달러 이상으로 내놓은 것은 모하비와 제네시스가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기아차의 최고 기본 가격은 아만티(오피러스 미국명)의 2만6195달러였으며, SUV 중 최고가인 베라크루즈도 2만6900달러에 머물렀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미국 딜러 초청에 앞서 직접 중동으로 날아가 대리점 대표들에게 모하비의 상품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2월에는 설 연휴도 반납한 채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 현지 판매 현황을 점검했다.
정 사장은 유럽 현지 올해 판매 목표를 30만7000대로 잡고 달성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2년 연속 영업 적자
정의선 사장을 필두로 한 기아차 경영진이 해외 영업망 관리에 총대를 메고 나선 데에는 기아차의 실적 턴어라운드라는 당면 과제가 있다. 수출이 회사 실적을 결정짓는 가운데 경영진이 글로벌 영업 강화를 위해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정 사장은 올해 수출을 통해 지난해보다 24%가 늘어난 127만3000대 판매와 영업이익 5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3년 6.3%였던 영업이익률이 2004년부터 떨어지기 시작, 2006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김재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본사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 사업장들도 초기라 적자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현금흐름에 일부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 시화공장 부지를 670억원, 연말에는 서산 부지를 1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했다.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기아차의 실적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후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기아차 실적에 따라 정의선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지난 2005년 3월 사장에 선임됐지만, 그 이후로 기아차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기아차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대형차 분야 효자였던 ‘오피러스’가 수입차와 현대차 제네시스에 밀려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 노사가 전환배치 합의, 임원 연봉 20% 삭감 등 전사적인 노력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기아차 노사는 전환배치에 합의하지 못해 새 차를 내놓을 때 물량이 달려도 유휴노동력을 전환배치하지 못하고 신규 사원을 채용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임원 연봉 반납은 회사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원들도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뤄졌다.
원가절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가를 줄여 신차를 내놓을 때 원가절감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 기아차는 올해 5개 차종을 새로 선보이고 오는 2011년까지 모두 14종의 차량을 새로 내놓는다.
기아차 관계자는 “자구노력과 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올해 17조원의 매출과 3%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아차는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37시간이 걸린다. 도요타의 22시간에 비하면 생산성이 60% 수준에 머물러있다. 반면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객충성도는 떨어진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직비전에 따르면 2006년 고객충성도가 도요타는 40%에 이르지만, 기아차는 18% 수준이었다. 고객충성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차와 동일한 브랜드를 새로 구매한 가구 비율로 측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