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내 모터스포츠 시즌이 마감됐다. 각 팀들은 2013년을 준비하며, 분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오토타임즈는 국내 정상급 레이싱팀을 돌며 국내 모터스포츠의 현실과 이들의 삶을 집중 조명해보기로 했다. 국내에서 레이싱팀을 운영한다는 것, 그리고 레이서로 살아간다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토타임즈가 만난 두번 째는 EXR 팀106 레이싱팀이다. 류시원 선수 겸 감독과 레이서 정연일이 활약하고 있다.<편집자주>
EXR 팀106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삼성동을 찾았다. 취재팀을 반갑게 맞아준 사람은 류주경 홍보부장을 비롯한 드라이버 정연일 등이었다. 류시원 감독은 바로 전날까지 있었던 일본 공연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조금 늦게 합류했다. 류 감독을 기다리며 인터뷰를 할 회의실 곳곳을 둘러봤다. 지금까지 팀에 소속된 선수들의 멋진 사진이 즐비하다. 그 중에는 올해 슈퍼레이스 엑스타 GT에서 챔피언에 오른 뒤 내년에는 아우디 R8 레이스에서 활약할 유경욱의 사진도 있다. 그 사이 류 감독이 인터뷰에 합류했다. 앉자마자 질문을 쏟아 부었는데, 역시나 언변의 달인답게 쉼 없는 답변이 쏟아졌다.
-올해를 평가한다면
"(류시원)우리 잘했잖아요(웃음). 무엇보다 3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고수한다는 게 가장 멋졌던 것 같아요. 물론 체급은 달랐지만 이렇게 꾸준한 성적을 내기가 어디 쉬운가요?"
"(정연일)올해 정말 많이 배웠다. 팀을 떠나게 된 유경욱 선수나 같이 경기를 뛰는 동료 선수들에게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성적이 더 좋았으면 했는데, 내년에 심기일전하겠다"
-정연일 선수는 언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었나
"(정연일)98년 데뷔했다. 벌써 10년 이상 레이스에 몸을 담았다. 운전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어린 시절 경험한 카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중간에 군대 공백은 있었지만 모터스포츠를 떠날 수가 없다. 일종의 마약 같다"
-류시원 감독이 팀을 만든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류시원)팀 운영이 4년차에 접어들었다. 모터스포츠에 들어온 시기는 1996년이다. 이후 5년의 공백이 있었고, 2003년 당시 이세창 감독의 권유로 R스타즈에 들어갔다. 그 팀에서 클릭부터 스톡카를 타다가 고질병인 허리 통증으로 잠시 입원을 했다. 병원에 누워있다 보면 시간이 남아 별별 생각 다하게 된다.
그 때 레이스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 치밀어 올랐고, 나 만의 팀을 갖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마침 EXR에서 제안이 들어 왔고, 주저없이 팀 결성을 확정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개인이 팀 하나 만들어 운영은 신경쓰지 않고, 주말에 서킷을 주행하는 멋진 모습만 상상했다. 하지만 성격은 못 바꾼다. 한 번 팀을 맡으니 꼼꼼하게 챙기는 성격이 드러났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팀 106은 그렇게 시작됐다"
-팀 이름을 '106'으로 만든 이유는
"본업이 연예인이다. 그래서 남들 다 생각하는 흔한 이름은 싫었다. '106'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의미가 있다. 내 생일이 10월6일이기 때문이다. 팬 분들도 이 숫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브랜드로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 그래서 팀106이 탄생했다. 106 레스토랑은 물론 레이싱 아카데미도 개설하려 한다. 모든 게 106 브랜드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역시 EXR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류시원)많은 후원을 도와주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병원에서 팀을 만들려 할 때 EXR에서 전화가 왔다. 류시원을 후원하고 싶다고. 그래서 대뜸 팀 하나 하려고 하는데 마침 잘됐다고 말했다. 초반에 팀 구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후원 규모는 밝힐 수 없다(웃음)"
-레이싱 외에 어떤 사업을 함께하고 있나.
"(류시원)EXR과는 의류 협업 등을 진행한다. 내가 직접 참여하는데, 로고나 디자인 하나하나 모두 관여한다. 예전에 '왜 페라리와 푸마는 협업하는데 우리는 못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판매 수익을 떠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를 EXR로부터 배우고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다"
-경쟁 팀 또는 경쟁 드라이버는
"(류시원)슈퍼레이스에 많은 팀이 뛰지 않는 사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역시 라이벌은 쉐보레 팀이다. 이재우 감독이 워낙 잘하시는 분이라 늘 자극이 된다"
"(정연일)같은 생각이다. 쉐보레 팀과는 내년에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내년 시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류시원)역시 차가 어떻게 준비되는지 중요할 것 같다. 쉐보레 팀이 준비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우리도 분발할 것이다. 그리고 유경욱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일이 시급하다(팀106은 20일 장순호를 새 드라이버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편집자 주). 그리고 슈퍼루키 시즌3 준비도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슈퍼루키는 굉장히 신선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류시원)우리 역시 상당히 신경 쓰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현재 모터스포츠 구조는 선수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몸 값 또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물론 베테랑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터스포츠 기반을 견실하게 키우려면 신인 발굴이 전제돼야 한다. 그 일에 팀106이 기여하고 싶다. 이미 시즌1, 시즌2를 통해 발굴된 선수들이 팀106을 거쳐 챔피언에도 오르고, 다른 팀과 계약도 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유지할 생각이다. 돈이 적지 않게 들지만 판을 키우자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셈이다. 나중에 레이싱 아카데미도 만들 예정인데, 오토타임즈도 참여해 달라(웃음)"
-슈퍼루키는 꼭 드라이버만 선발하나
"(류시원)사실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여건이 된다면 드라이버 뿐 아니라 미케닉, 프로모터 등 모터스포츠 관련 아카데미를 만들려고 한다. 슈퍼루키는 그 초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슈퍼스타K 같은 느낌인데
"(류시원)우리가 목표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슈퍼스타K가 데뷔까지는 지원해주지만 이후는 참가자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처럼 우리 슈퍼루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년 1~2명을 선발하는데 시즌10 정도 가서는 소속 드라이버만 15명이 넘는다. 모두 수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보다 길을 열어주고 신인들이 와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우선이다. 어찌됐건 팀106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으면 선수 개인에게도 다음 계단을 밟아 나갈 수 있고, 다른 팀도 양질의 선수를 수급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금은 팀106이 주도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는 반드시 자동차경주협회가 앞장 서 조직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은 이미 전달했다"
-올해 아쉬웠던 일은 없나
"(정연일)우리나라는 경쟁심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양보하는 일이 적어 사고가 잦다. 동업자 정신에서 경기를 운영했으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류시원 감독은 경기 없으면 연예인 활동한다. 정 선수는 뭐하나
"(정연일)다른 활동으로 각종 드라이빙 행사 운영을 도와주는 인스트럭터로 참여하고 있다. 수익은 나쁘지 않다(웃음)"
-드라이버들은 평소 운전습관도 거칠 것 같은데
"(정연일)절대 시속 100㎞를 넘지 않으려고 한다. 안전이 제일이다. 그걸 본 우리 장인어른은 본인이 경기 더 잘할 거라는 농담도 하신다(웃음)"
-내년 목표는
"(류시원)역시 우승이지 않나. 팀106 꾸려오면서 늘 최고가 돼야 한다는 마음뿐이었고, 실제로도 그래왔다.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쉐보레의 도전은 방어할 것 같다(웃음)"
"(정연일)아직 시즌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도 엑스타GT에 참여할 것 같다. 어떤 차를 타든 챔피언이 목표다. 특히 내년 시즌 엑스타 GT 클래스는 수입차도 나온다. 더 재미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차종이 혼전하는 일만큼 박진감 넘치는 일도 없다. 그게 레이싱 재미를 위해서도 올바른 길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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