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출범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전례 없이 노골적으로 엔저(低) 정책을 몰아붙이고 있으나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으면서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올 들어 이미 9.8% 떨어져 26일에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환율이 85엔대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은 이날 "엔화(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이 엔 가치 하락을 계속 유도할 것임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엔ㆍ달러 환율이 내년 6월 말 91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시장 중론은 '엔저에 한계가 있다'는 쪽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그간의 엔 가치 관측이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한 5개 금융기관의 판단을 종합한 결과는 내년 6월 말까지 중간치 기준으로 82엔대, 내년 연말은 83엔대로 각각 전망했다.
지금보다 오히려 가치가 반등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 나서 지난주 모건 스탠리, 유니크레디트, 모넥스 유럽, 씨티그룹 및 웨스트팩 뱅킹 코프를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의 시드니 소재 수석 환 전략가 로버트 레니는 블룸버그에 "(일본이 엔 가치를 더 떨어뜨리려면) 환 투자자에게 엔화가 매력 없는 통화로 보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구조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의 제조 대기업들도 내년 3월 말까지의 6개월 기간에 엔ㆍ달러 환율을 평균 78.73 달러에 맞춰 경영 계획을 세운 것으로 지난 14일 공개된 일본은행의 단기경기관측(단칸) 보고서가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조사 때의 78.97보다 엔 가치가 더 뛴 수준이다.
그러나 엔화의 '안전 자산' 신화가 마냥 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호주 커먼웰스 뱅크의 시드니 소재 환 전략가 조지프 카푸소는 "엔화의 안전 자산 신화가 깨지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일본 수출업계도 이를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지난 9월 최소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경상 적자를 기록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도 엔화 안전 신화를 깨는 큰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운용하는 '채권 왕' 빌 그로스도 이번 주 자신의 트위터에 "아베가 (일본 재계에) '적극적으로 비즈니스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스는 "(일본은행이) 몇조 엔을 (더) 찍고 있다"면서 "이것이 엔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는 뛰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베가 고질적인 디플레 타개를 강조해온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아베가 처음 총리를 했던 지난 2007년 이후 일본 경제가 계속 디플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7%가량 위축됐다고 강조했다.
그 사이 6명의 총리가 교체됐지만, 이 추세를 뒤집지는 못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 코퍼레이트 뱅크의 도쿄 소재 시장 이코노미스트 가라카마 다이스케는 "아베가 공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한다고 해도 달러당 90엔 이상으로 치솟게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일부 공약이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따라서 "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재계는 엔 가치가 여전히 매우 높다는 생각이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경영을 전망하면서 "엔 가치가 약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지금 수준에서도 여전히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게임 전문업체 닌텐도 역시 내년 3월 말 종료되는 현 회계연도의 순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엔고(高)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샤프도 환율을 탓하면서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금융계 쪽에서 쓴소리도 나왔다.
닛폰 생명보험 산하 NLI 연구소의 야지마 야스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이 (한국 등에) 밀리는 배경에는 경쟁력 저하가 깔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사 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고 해도 일본 전자업계가 (삼성과 LG와의 경쟁에서) 더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엔저가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도요타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닛산 차에서 일하다 나와 자동차시장 전문분석기관 트루카닷컴의 분석가로 옮긴 도미니크 래리는 지난 10월 초 이후 엔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약 8%, 원화에 대해서는 10%가량 각각 하락했다면서 이 기간에 도요타 주가가 30%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도요타의 수출 증대를 기대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미니크는 "원화 가치가 뛰면서 도요타가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환율상의) 어려움을 이제는 현대ㆍ기아차가 일부 겪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과 관련해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외에 환율에 특히 민감한 전자와 조선 부문도 한일 간에 유사한 역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연구소(KARI)가 이달 낸 보고서도 상기시켰다.
즉, 엔 가치가 원화에 대해 1% 떨어질 때마다 한국 자동차 수출이 연율 기준 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아차 중역은 "원 가치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2일 일본은행도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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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바리만 혼자 잘나갈 수 있을까요?
우익의 선봉인 아베의 활약이 안봐도 훤하구나....
얼마나 개지랄 떨지.,.. 참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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