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이 지난 11일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서 SAV(스포츠액티비티차량) 'X5' 신모델 출시행사를 열었다. 99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X5'는 브랜드 전체 SUV 라인업을 대표하는 기함급 모델. 1세대부터 2세대 모델까지 모두 130만대 이상 팔리며 'SAV'라는 차급을 글로벌시장에 정착시킨 차량이기도 하다.
'SAV'는 실용성이 강조된 SUV에 주행의 즐거움과 연비성능까지 더한 '도심형 SUV'다. 자동차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와 SUV 판매만큼은 늘어나는 국내에도 어필할 만한 모델인 셈이다. 이 모델은 국내시장에 오는 10월 출시 예정이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3세대 X5'는 SAV 판매량이 많은 북미지역에서 디자인됐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턴버그공장에서 생산된다"며 "특히 이번 모델의 주요 시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과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외관은 2세대 모델보다 날씬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다. 차 높이가 30㎜ 낮아진 반면 길이는 30㎜ 늘어난 결과다. 측면 라인에는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에어커튼'이 BMW SAV 라인업 중 처음으로 채택됐다. 휠 베이스 주변으로 유입된 공기를 측면에서 후면으로 막힘없이 흘려보내기 위한 요소다. 측면 디자인을 더욱 날렵하게 해주는 양념 역할도 한다.
반면 전면과 후면 디자인은 기존보다 남성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BMW 패밀리룩인 키드니그릴은 양옆 헤드라인과 연결돼 전면에서 봤을 때 폭이 넓어보이는 인상을 준다. 범퍼 하단에 위치하던 안개등은 헤드라이트 방향으로 상향배치돼 시선을 키드니 그릴과 헤드라인쪽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후면에는 'L'자형 리어램프와 트윈머플러를 적용,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실내는 한층 럭셔리해졌다. 실내 윤곽을 따라 적용된 LED(발광다이오드)라인은 블루·오렌지·화이트색상을 분위기에 맞춰 바꿀 수 있다. 이 LED라인을 중심으로 배치된 고광택 블랙패널과 은색 알루미늄트림, 갈색 우드트림은 실내 질감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울리히 슈트뢰흘레 BMW그룹 'X5' 담당 디자이너는 "날씬하고 가볍고 럭셔리해야 한다는 데 디자인의 주안점을 뒀다"며 "디자인의 전반적 영감은 회전하는 제트기의 터빈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적재공간은 기존 모델보다 더욱 넓어졌다. 2열접이식 시트는 40대20대40으로 분할이 가능, 화물 적재용량이 최소 650리터에서 1870리터까지 늘어난다. 2세대 모델보다 각각 30리터, 120리터 늘어난 수치다. 앞좌석과 뒷좌석에 각각 1.5리터, 1리터 물병을 넣을 수 있는 도어포켓도 추가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부드러운 이탈리아산 다코타가죽의 시트 질감이 등을 감싼다. 기호에 따라 스페인산 양가죽으로 만든 나파가죽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공조시스템과 오디오 버튼이 모여있는 센터페시아는 기존 모델보다 운전석 쪽으로 더욱 기울어져 조작편의성도 높아졌다.
지난 12일 시승한 차량은 'X5' 최고사양인 '50i' 모델. 시승코스는 밴쿠버를 출발,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휘슬러 일대를 돌아오는 약 500㎞ 구간이었다. 고속화도로와 굽이굽이 흐르는 시에라산맥의 와인딩 구간, 오프로드 구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고성능 엔진이 탑재된 만큼 직진 성능은 폭발적이다. 시속 160㎞까지 거침없이 속도계가 기운다. 이 차에는 450마력의 힘을 내는 8기통 4.4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변속 타이밍도 빨라졌다. 8단변속기가 새롭게 추가된 덕분이다.
시속 80㎞로 코너를 돌아나가도 쏠림현상이 제한적이다. SAV지만 중형급 세단 '5시리즈'급의 코너링 감각이다. 다이내믹 어댑티브 서스팬션 패키지가 적용돼 코너에서도 차체의 자세를 잡아준다. 상시 지능형 4륜구동시스템은 코너에서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해 BMW의 전매특허인 칼 같은 코너링 감각을 유지해준다.
자갈과 바위로 구성된 오프로드도 거침없이 달렸다. 높낮이가 제멋대로인 지면에 각각 닿는 네 바퀴에 걸리는 힘은 지능형 4륜구동시스템의 제어로 상황에 맞게 바뀐다. 네 바퀴에 대한 힘의 배분 상황은 실시간으로 10.25인치(26㎝)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시승구간을 모두 주파한 뒤 트립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8.7㎞/ℓ. 4.4리터급 고성능 엔진이 장착된 대형 SAV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 연비도 나쁘지 않다. 제원상 연비는 유럽기준 9.6㎞/ℓ. 2세대 모델보다 16% 개선된 연료효율성이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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