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현대자동차가 볼륨 차급(판매량이 많은 차)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해 투입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현대차가 지난 3일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 '신(新) 고객 케어 미디어 설명회'에서 고성능 모델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현대차 고성능 모델의 '실전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파는' 대중차 브랜드 현대차가 고성능 모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 내부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가장 먼저 나온다. 한해 700만대가 넘는 차를 판매하는 글로벌 5위 규모 브랜드(현대, 기아차 합산 기준)로 발돋움했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그에 못 미친다는 인식에서다. '제값 받기' 전략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값싼 차를 만드는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카'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엔진, 변속기, 차체 기술력이 높다는 뜻"이라며 "생산 차종 중 고성능 모델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모델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양산차 설계의 토대가 되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킬 수도 있다. BMW가 대표적 사례다. 각종 모터스포츠 참여를 통해 습득한 엔진·섀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행성능, 효율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스포츠 세단을 제작한다. 르노는 F1 레이싱용 엔진 설계에 필요한 기술을 통합 관리해 양산차용 엔진 개발에도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고성능 모델이 실제로 '잘 팔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그렇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BMW M'과 '메르세데스-벤츠 AMG', '아우디 S', '미니 JCW' 등 고성능 서브브랜드 모델은 전년대비 판매가 130% 급증했다. 판매 증가폭만 보면 수입차 시장 전체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젤 모델(50% 대 증가)을 넘어선다.

현대차 WRC i20 랠리카

 현대차가 내년 1월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리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하기로 한 것도 고성능 모델 개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대차는 i20 월드 랠리카를 기반으로 추후 슈퍼카급의 고성능차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고성능 모델 개발을 위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셈이다.

 WRC에 출전할 현대차의 i20 랠리카는 기존 i20를 경주용차로 개조한 차다. 배기량을1400㏄에서 1600㏄로 키웠으며 99마력 수준이던 최고출력은 터보차저를 달고 300마력으로 올렸다. 전용 6단 시퀀셜 변속기,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했고 다양한 노면에서 최적의 주행성능이 가능하도록 차체와 서스펜션도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볼륨차급'에 고성능 라인업을 투입하는 전략도 이미 일부 가동이 됐다. '2.0 터보 GDI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터보'다. 현대차는 '쏘나타 터보'를 통해 이 같은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본 상태다. '쏘나타 터보'의 배기량은 2000cc지만 출력은 271마력으로 기존 3000cc급 가솔린 모델의 힘을 낸다. 연비도 10.3km/ℓ 수준이다. 전체 쏘나타 판매에서 이 모델의 판매비중은 아직 10% 수준이지만 '쏘나타'의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터보와 직분사 시스템은 볼륨차급에 고성능 모델을 투입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라며 "이와 관련된 기술 연구를 계속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쏘나타 터보

안정준 기자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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