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유럽 판매량은 30만대에 달한다. 그 중 최고 인기 차종은 i30다. 유럽에선 폭스바겐 골프 대항마로 불리며 주목받은 결과다. 실제 i30는 독일에서만 3만500여대를 판매, 점유율을 늘리는 상황이다.
i30 외에 현대차가 유럽 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차종은 i40다. 판매가 아닌 현대차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즉, 현대차 제값받기 프로젝트는 i40의 존재로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i40의 지난해 유럽 판매는 2만3,700대 수준이다. 판매를 견인한 제품은 아니었어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i40를 유럽 현지에서 시승했다. 대표 트림인 왜건이 아닌 세단형 '살룬'이다. 국내에서 만들어 유럽으로 보내진다. 엔진은 1.7ℓ 디젤이 주력이다.
▲디자인
현대차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현대차 유럽형 제품 라인업 'i' 시리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다. 국내 안전 기준상 돌출형으로 제작된 내수용 범퍼와 달리 보기 싫을 정도로 튀어나온 부분이 정리됐다. 말끔한 인상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했다는 헤드램프가 도드라져 보인다.
측면은 길게 뻗은 인상이 강하다. 왜건형의 경우에도 루프가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세단형은 마치 탄환을 연상시킨다. 유럽에서는 인기가 없는 세단이지만 디자인 매력은 충분해 보인다.
후면은 왜건보다 심심하다. 그럼에도 역동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리어 램프는 날카롭게 조각됐고, 듀얼 배기 파이프가 채용됐다. 범퍼는 상당히 큰 편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린 느낌이다. 왜건에 들어갔던 수평 크롬바는 트렁크 도어 하단으로 내려갔다. 안정적인 느낌이다.
실내는 쏘나타와 많이 닮았다. 전반적으로 동급 경쟁차와 비교해 고급스러움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흔히 유럽 소비자는 실내 꾸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전통적으로 밋밋한 실내를 가진 폭스바겐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중차를 타는 소비자라도 '고급차'에 대한 욕구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현대차의 높은 실내 감성 품질은 유럽 소비자가 호평을 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센터페시어와 스티어링 휠 등에 장착된 버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서 넣은 버튼이 오히려 운전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성능
엔진은 1.7ℓ VGT가 올라갔다. 배기량 1,685㏄, 최고 140마력, 최대 33.0㎏·m를 내며,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조합됐다. 연료효율은 유럽 복합 기준으로 100㎞를 6.8ℓ로 주행할 수 있다. ℓ당 14.7㎞에 해당된다.
디젤차의 최대 단점은 진동과 소음이다. 때문에 디젤 대세라는 요즘도 고급차를 운행하는 주요 소비층은 여전히 가솔린을 선호한다. i40의 경우 기대할만한 수준의 진동과 소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경쟁 대중차들과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다. 물론 촉각과 청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 평가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밝혀 둔다. 사람에 따라선 i40의 진동, 소음이 상당히 거슬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엔진의 반응은 더디지 않다. 평균적인 수준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i40 성능을 경험해봤다. 당시 주행에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난한 성능을 체감한 바 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일부 구간에서는 제한 속도가 있다)에서 i40는 주변 차들과 적절하게 속도를 맞춰 나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속 150㎞ 이상부터 조금씩 균형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유럽 내 현대차 영향력 확대를 고려한다면 고속에서의 안정감을 확보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풍절음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시속 120㎞ 이상에서 끊임없이 귀를 괴롭힌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목소리를 조금 높여야 한다. 음악 소리도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모두 장거리 즐기는 운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승차감은 안락한 편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단단해졌다. 하체 강성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너무 단단한 차는 장거리 운전에 엉덩이가 쉽게 피로해질 때가 있는데, i40는 균형을 잘 맞춘 듯하다. 역시 개인적인 평가가 워낙 엇갈리는 부분이어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렵고, 개인적 선호도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곡선에서의 움직임도 만족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좌우의 흔들림이 적고, 도로에 밀착되는 느낌도 든다. 유럽 스타일이라는 특성이 알맞게 반영됐다. 반면 스티어링 휠의 무게는 다소 가벼운 편이다. 고속으로 달릴 때 약간 불안하다.
▲총평
유럽의 감성을 이식한 i40를 유럽 현지에서 경험해보니 현대차가 왜 유럽에서 관심을 모으는 지 짐작이 간다. 그만큼 대중 브랜드로는 좋은 제품을 개발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현대차를 한 발짝 뒤에서 살펴보면 제품 완성도가 매우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것도 최근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때문에 현재 글로벌 모든 자동차 회사가 경계하는 브랜드는 단연 '현대'다. 이번 독일 시승 역시 현대차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적지 않다. 그리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발단은 결국 기업이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줄 때다. 좋은 제품 개발 능력과 함께 소비자를 먼저 섬기는 기업으로 거듭나면 된다. 유럽에서의 호평처럼 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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