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현대차그룹은 7명의 연구원과 디자이너를 뽑아 '인커스'라는 사내 벤처팀을 만들었다. 인커스는 '이노베이션 커스터마이제이션 시스템'(Innovative Customization System)의 약자로 현대·기아차의 전문 튜닝 부품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전문 튜닝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의 'AMG'(벤츠의 고성능 브랜드)가 되겠다며 출범한 인커스의 초기 반응은 좋았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의 신차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어 완성도 높은 튜닝 부품을 내놨다. 그러나 국내의 좁은 튜닝 시장, 회사 및 팀 내부의 문제들이 겹치며 2008년 해체됐다.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튜닝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자사의 전문 튜닝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고성능 모델 개발 및 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조사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튜닝브랜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 현대·기아차의 '인커스'가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까다로운 규제와 활성화되지 못한 모터스포츠는 국내 튜닝시장의 성장을 막았다. 여기에 튜닝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튜닝 시장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F1그랑프리를 개최하는 등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는 20여개로 늘어났고, 동호인은 100만명으로 늘었다. 또 현대자동차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나서며 고성능 브랜드 'N'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하고, 정부는 튜닝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자 튜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인커스 이후 현대차는 '튜익스', 기아차는 '튜온'이라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고객 주문에 따라 전문 튜닝업체가 모델을 개조해 이를 현대·기아차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아반떼 튜익스' 모델은 기존 '아반떼'에 전용 바디킷을 적용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17인치 휠과 빨간 색으로 도색된 브레이크 캘리퍼가 탑재된다. 판매 가격은 튜닝 부품당 40만~110만원이다. 현대차는 이미 '아반떼'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도 장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튜익스과 튜온을 통해 고객들이 더욱 차별화된 디자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대기아차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는 튜닝브랜드 적극 활용 중= 해외 주요 자동차 메이커는 자사의 전문 튜닝 업체를 두고 있다. 벤츠는 AMG와 브라부스를, BMW는 M과 AC-슈니쳐를, 폭스바겐그룹은 압트를 전문 튜닝 업체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크라이슬러-스타테크, 토요타-TRD, 닛산-니스모 등이 제조사와 전문 튜닝 업체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 메이커들은 튜닝 업체와 연계해 양산 차량과는 차별화 되는 고성능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튜닝 업체는 메이커들의 신차를 구입, 튜닝해 고급 완성차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AMG와 M은 각각 벤츠와 BMW가 인수해 완성차의 고성능 트림을 제작하는 자회사로 성장했다.
개조 및 판매뿐만 아니라 완성차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참여하는 튜닝 업체도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완성차 업체의 모터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운영에서 나온 기술을 튜닝기술에 접목 시키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다시 완성차 업체에 전달한다.
토요타를 예로 들자면 토요타는 완성차가 나오면 이를 튜닝 업체인 TRD에 제공한다. TRD는 신차를 튜닝해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한다. 만약 튜닝 차량이 우승하면 토요타가 이를 재구매, 엔진 및 브레이크 등의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배준형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서기관은 "글로벌 고급 브랜드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튜닝브랜드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신차 기획 및 개발단계부터 튜닝과의 호환성을 감안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튜닝 활성화를 위해 "인천 영종도 배수로 위에 아스팔트 도로를 깔아 드래그 경기장으로 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유로도 종종 개방하는 등 튜닝한 차량을 마음껏 탈 수 있는 공간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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