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2시리즈는 기존 1시리즈 쿠페와 컨버터블 등을 계승하는 라인업이다. 최근 BMW는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1, 3, 5, 7 등 홀수 시리즈에는 세단을 배치하고, 2, 4, 6 등에 가지치기 차종을 포진시켰다.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차종별 성격을 더욱 강화한 작명법이다. 2시리즈 역시 1시리즈 쿠페의 후속차로 분류되지만 역동적인 외형과 성능이 더욱 부각됐다.

 하위 차종이어도 BMW는 BMW다. 편의품목은 상위 라인업보다 뒤질지 몰라도 주행 성능만큼은 프리미엄 가치를 느끼기 충분하다. 멋지고 재미있는 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출격한 BMW 220d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 가파르게 뒤로 흐르는 루프 라인은 전형적인 쿠페의 실루엣을 자아낸다. 길이 4,432㎜, 너비 1,774㎜, 높이 1,418㎜, 휠베이스 2,690㎜의 컴팩트 쿠페로선 당당한 체구다. 비례감이 좋고 화려한 M스포츠패키지를 적용한 덕분에 제원표 숫자 이상으로 커 보인다.

 전면부 인상은 강렬하다. 두 개의 원으로 이뤄진 듀얼 헤드램프는 날렵하게 바뀌었다. 양 끝을 뾰족하게 디자인하고, 검은 테두리로 마감해 세련미를 더했다. 앞 범퍼 하단은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안개등으로 3분할됐다. 보닛의 라인들은 세단형보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을 향하고 있어 집중도를 높였다. 전체적으로 1시리즈보다 형제격인 4시리즈와 유사하다.

 뒷모습 역시 1시리즈와 차별화했다. 트렁크 라인을 길게 빼 전체적인 비례감을 개선했다. 리어램프는 최대한 바깥으로 향하도록 설계해 차폭이 넓어보이도록 했다. 리어스포일러는 역동성을 완성하는 요소다.

 3도어 4인승 쿠페는 실용성이라는 잣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래서 BMW도 이 차가 기존 1시리즈 쿠페보다 더 많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전 세대인 120d보다 길이 72㎜, 너비 26㎜, 휠베이스 30㎜, 레그룸은 21㎜ 길어졌다. 그래도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편안히 타기에 다소 부족하다.

 실내 공간이 협소한 쿠페지만 앞좌석만큼은 여유롭다. 시트는 스포츠 쿠페에 걸맞게 버킷 방식을 장착했다. 적당한 쿠션의 시트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다코타 가죽 촉감도 훌륭하다.

 센터페시어는 단촐하다. 6.6인치 멀티미디어 화면과 CD플레이어 및 라디오, 공조기 조작 버튼이 간결하게 배치됐다. 하지만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등 수입차에선 익숙한(?) 품목이 없다는 점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장착한 M스티어링 휠이 실내에선 가장 화려한 요소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쥐는 느낌이 좋다. 오디오 볼륨과 전화걸기 정도의 조작 버튼만 있어 번잡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수납공간은 생각보다 준수하다. 트렁크 용량은 390ℓ로 준중형 세단 320d보다 오히려 넓은 편이다. 뒷좌석에 분할폴딩 시트도 적용해 공간활용성도 높다. 도어 포켓과 글러브 박스도 여느 세단 못지 않다. 앞좌석 컵 홀더는 두 개, 도어 트림 하단에는 1ℓ 페트병이 충분히 들어가는 공간을 마련했다. 접이식 암레스트 아래쪽에는 스마트폰과 소지품을 간단히 보관할 수 있다.

 ▲성능

 220d는 4기통 2.0ℓ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184마력, 최대 38.8㎏·m의 힘을 발휘한다. 0→100㎞/h 7.1초, 안전 최고시속은 230㎞다. 3시리즈부터 5시리즈까지 두루 쓰이는 유명한 엔진이다. 형님들과 같은 동력원을 쓰면서 무게는 1,390㎏에 불과해 체감 성능은 수치 이상이다.

 특히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 덕분에 초반 가속력이 일품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간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할 때 주위를 의식하지 않아도 가장 앞서 달리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막히는 도심에서 차선을 바꿀 때도 스트레스가 없다.

 220d는 총 네 가지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컴포트, 연료효율을고려한 에코 프로, 역동적인 주행을 원하면 스포츠를 선택하면 된다.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면서 스포츠 플러스도 추가됐다.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하면 차체자세제어장치(DSC) 개입까지 막아 생생한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다.

 M 서스펜션은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다. 노면의 상태가 시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세밀하게 전달된다. 물론 스포츠 쿠페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편안한 승차감을 어느 정도 포기할 각오가 돼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튀어 탑승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요철이 많은 도로를 지날 때나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상쇄하는 실력이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비틀림 강성을 13% 향상했다는 차체와 단단한 하체는 급회전구간이나 고속주행 시 믿음직스럽다.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답력에 따라 생각한 만큼 정확히 속도를 줄여준다. 작동 초반부터 송곳같은 날카로움이 안정감을 준다. 고출력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든든한 요소다.

 하지만 진동소음이 완벽히 차단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참기 힘든 수준은 아니지만 가솔린차와 차이는 분명하다.

 역동성이 강조됐지만 효율도 좋은 차가 220d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6.7㎞(도심 14.8㎞/ℓ, 고속도로 20.1㎞/ℓ)로 1등급이다. 에코프로 모드를 선택하면 연료를 절약한 만큼 얼마나 주행거리에서 이득을 보는 지 계기반에 표시된다. 정속 주행으로 추가 주행거리 기록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6g/㎞에 불과해 저공해차 2등급으로 분류됐다.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은 반가운 혜택이다.

 ▲총평

 3도어 쿠페는 한국 시장 정서와 그렇게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좌석은 좁고, 뒷문이 없어 세 사람 이상 타려면 불편하다. 트렁크도 좁다. 그러면서 가격은 동급 세단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날렵한 실루엣의 쿠페로 멋지게 운전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상상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스포츠카보다 현실적이고 세단보다 즐거운 차가 쿠페인 셈이다. 

 220d는 3도어 쿠페의 매력을 즐기기에 충분한 차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그에 걸맞는 멋진 외형을 갖췄다. 재미있는 운전을 위해 쿠페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풍부한 편의품목은 오히려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구매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쿠페에 대한 열정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열정을 뒷받침할 5,190만원의 경제적 여유다. 쿠페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정 즐겨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