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성능, 편의성 등 데일리카로 '합격점'
-장거리 주행 자신감은 '글쎄'
"1회 충전으로 383㎞까지 달릴 수 있다"
쉐보레 볼트EV가 한국 시장에 출시됐다. 1차로 국내에 배정된 물량 2,000여 대는 사전계약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동이 났다. 400㎞에 육박하는 주행 가능거리가 '주행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볼트 EV 이전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100㎞ 남짓한 거리밖에 달리지 못했다. 대부분의 전기차를 직접 시승하며 느낀 감정은 사실 많은 여론의 비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 위에 차가 서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스마트폰으로 충전기 위치를 검색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볼트 EV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주행 가능거리여서 장거리 도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착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대도시와 고속도로 휴게소엔 충전기가 어느 정도 보급이 된 상황도 도전을 부추겼다. 제원표 상 볼트 EV의 성능이면 장거리 주행에 나서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결국 볼트 EV와 함께 도심과 고속도로를 아우르는 1,000㎞ 구간을 주행했다.
▲스타일&상품성
크기는 길이 4,165㎜, 너비 1,765㎜, 높이 1,610㎜, 휠베이스 2,600㎜다. 아담한 크기의 크로스오버로 첫인상은 제원표상 숫자보다 작아보였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이다. 굳이 전기차란 티를 내진 않는다, 길 위에서도 풍경에 잘 스며든다.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극 반영한 디자인은 신차로서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전면부는 어쩔수 없이 전기차 만의 특색이 드러난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과 달리 많은 공기를 끌어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라디에이터 그릴엔 구멍이 없고 매끈하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브랜드 특유의 듀얼포트 그릴은 입체감을 더해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LED 주간주행등과 HID 헤드램프는 시선을 잡아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생각보다 차고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전체적인 실루엣은 매끈하다.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정면과 마찬가지로 입체감을 주기 위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 사이드미러에서 어깨선까지 크롬 라인으로 연결해 고급스러움도 강조했다. LED 테일램프 역시 입체감과 함께 전기차 특유의 인상을 전달한다.
실내는 깔끔하고 편안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공간이 꽤 넉넉하다. 공간활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 대표적으로 시트가 그렇다. 착시현상을 느꼈나 싶을 정도로 시트가 다른 차에 비해 작지만 실제 앉아보면 편안하다. 디자인의 힘이다. 차고가 높은데 윈드실드와 창문의 라인이 낮다.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가 탁 트인 시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평평한 2열 바닥과 6:4 폴딩 시트, 트레이가 적용된 트렁크 등도 반갑다. 마감 소재 역시 최고급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과하진 않지만 광택 소재의 플라스틱으로 전기차의 느낌을 잘 살렸다.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상품성 강화에 일조했다.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선명하고 터치 반응속도도 훌륭하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그렇듯 주행 중 에너지 흐름과 회생제동, 주행 가능거리와 충전상태 등을 표시한다. 비단 볼트 EV 뿐만 아니라 최근 쉐보레 라인업은 스마트폰 연계가 핵심이다. 기능을 100% 사용하려면 애플 카플레이와 연결해야 한다.
애플 카플레이는 편리하면서도 아쉽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별도의 어플레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차와 연결만 하면 지도, 메시지, 팟캐스트, 음악감상 등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 '시리'와의 연동은 강력하다. 지도를 불러오거나 메시지를 읽고, 앱 상 기능들을 말로 실행할 수 있다. 음성 인식률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몇 가지 사소한 오류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성지원이 되는 앱과 라디오의 궁합이 별로다. 라디오를 듣던 도중 구글맵에서 안내 멘트가 나오면 다시 처음 설정으로 돌아가 다시 라디오를 켜야 한다. 블루투스로 아이폰을 연결한 경우 시리나 앱의 반응이 느려지고, 음악파일의 볼륨이 갑자기 커지기도 한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채택은 수긍할 만하다.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압도적으로 조용하다.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이 없어서다. 전기차와 고품질 사운드 시스템의 궁합이 훌륭하단 걸 볼트 EV는 입증한 셈이다.
▲성능
탑재된 영구자석 전기모터는 최고 204마력, 최대 36.7㎏·m의 성능을 발휘한다. LG화학이 제공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은 60㎾h,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383㎞(도심 411㎞, 고속도로 349㎞)다. 내연기관과 달리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효율이 높아지는 점이 이채롭다. 저속주행 시 배터리에서 끌어내는 전력량이 적고 회생제동 등을 통해 부가적으로 얻는 전력이 발생해서다.
볼트 EV의 장점은 비단 넉넉한 주행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시판 중인 전기차 중 가장 거동이 자연스럽다. 속도를 붙이고, 제동을 걸고, 코너를 빠져나가고,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최상급 고급차와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달리기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장시간 주행을 했지만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자동차로서 볼트 EV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다.
전기차만의 강점도 그대로다. 전기모터는 가동 직후 최대 토크를 빠르게 뿜어낸다. 정차 후 출발 시 슈퍼카 수준의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허언이 아니란 얘기다. 굳이 급가속을 해볼 필요도 없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할 때나 고속화도로에 올라 속도를 붙여나갈 때 볼트 EV는 전기차만의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배터리는 차체 하부에 배치됐다. 공간활용성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감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상대적으로 껑충한 차체임에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 몸놀림이 상당하다. 전기차는 친환경성만큼이나 운전 재미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볼트 EV는 가속페달 하나만 가지고 주행할 수 있다. 변속기 노브를 'L'에 두면 회생제동 시 걸리는 제동력이 강해져 굳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의도한 곳에서 차를 세울 수 있다. L모드에선 가속페달 답력에 따라 가속, 정속주행, 감속 등의 영역이 명확히 설정된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 패들 스위치를 당기면 제동력이 극대화된다. 처음엔 놀이동산 범퍼카를 탄 것처럼 울컥거리는 느낌이 강했지만 조작이 익숙해지면 도심이든 고속도로든 이보다 편할 수 없다. 게임을 하는 듯한 조작의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구간별 체험
완속 충전 시 소요되는 시간은 9시간 45분, 급속 충전으로 80%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다. 공공장소에 비치된 급속 충전기는 1회 40분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완충된 상태에서 받은 시승차의 주행 가능거리는 340㎞ 남짓, 비가 오는 상황에서 각종 등화기와 에어컨 등을 사용하니 전력 소비 중 10% 정도는 전장 부분이 차지했다.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 출근 시간대 서울 도심에서 100㎞ 정도 주행했다. L모드의 원-페달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극심한 정체 속에 차간 거리가 무척 좁아진 상황이었지만 굳이 페들 스위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차를 세우는 데 불안감이 없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 감속이 이뤄지면 브레이크 등에 불이 들어온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개포동 공영주차장에서 소모된 전력을 충전한 뒤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에 올랐다. 코스는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부산까지 왕복으로 잡았다. 급속충전기로 40분 충전하면 22~24㎾ 정도 충전됐다.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120~150㎞ 수준이다. 충전량과 주행거리를 최대한 맞춰가며 주행에 나섰다. 충전소 위치 및 주행경로 탐색은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웹페이지(ev.or.kr)가 가장 편리했다. 타 기관 충전소 위치도 검색되는 데다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 티맵 등 앱과 연동됐다.
어느 정도 전력을 소비하고 급속충전기가 있는 충주 휴게소로 향했다. 누적 주행거리는 200㎞ 남짓. 남은 주행가능거리도 100㎞ 이상으로 넉넉했다. 그런데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충전 예상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한 번에 40분만 충전할 수 있었던 것.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한 번 더 충전하면 된다지만 상당히 번거로웠다.
충전비용 결제 방식도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설치한 충전기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후불제 교통카드로 결제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충전 시 설정한 충전량 만큼 사전에 결제하고, 충전이 끝난 뒤 실제 사용량과 차이가 나면 결제 취소 후 재결제가 진행된다. '결제-취소-재결제'를 매번 반복하다보니 생각보다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다. 터치식 결제 방식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카드 인식이 되지 않아 자리를 옮기거나 전화를 걸어 원격으로 충전기를 재부팅하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최근 환경부가 카드 삽입식 결제 방식으로 전환 중이라는 점이 새삼 떠올랐다. 빗속에서 노상에 비치된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충전 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자 조바심이 났다. 악천후 속에서도 실제 주행거리와 전력 소비량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급속충전기를 40분씩 두 번 사용했지만 주행가능거리는 270㎞를 넘지 못했다. 급속 충전기는 80%까지만 충전할 수 있어서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보다 100㎞ 가량 적은 주행가능거리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충전에 소요하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부산 광안리까지 실제 주행거리는 400㎞, 주행 시 소요 시간은 4시간 정도였다. 교통 흐름과 노면 상황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았지만 충전에 걸린 시간이 주행시간에 육박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부산 도착 직전엔 충전 횟수를 줄여야겠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주행가능거리가 50㎞ 미만인 상황에서 간신히 한국환경공단 부산본부를 찾아 급속 충전을 시작했다. 100분 가량 충전 끝에 간신히 270㎞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총평
전기차는 최소한 주행하는 동안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전력원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다면 현존하는 이동수단 중 가장 친환경적이다. 많은 비판을 받으며서도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전기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전파되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제품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장단거리 이동수단이다. 이용자가 언제 멈출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이용하는 차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볼트 EV의 '383㎞'라는 숫자는 그래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루에 300㎞ 이상 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 주행성능과 각종 편의품목 완성도도 끌어올렸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내연기관차와 당당히 겨룰만한 실력과 상품성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383㎞'란 숫자를 맹신해선 곤란하다. 총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해도 전기차는 전기차다. 주유와 충전은 엄연히 다르다. 내 차고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에서 외부의 급속 충전기로 옮겨가는 순간 실제 이용자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은 80%에 불과하다. 그것도 1회 4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최대한 전력을 끌어왔을 때 이야기다. 볼트 EV의 가격은 4,779만원, 세이프티 패키지 포함 4,884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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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아이오닉이 1회충전 이동거리 3백 못넘기면. . 볼트가 여전히 전기차의
왕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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