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1987년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로 시작해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손실 절감, 자동차 산업 기술 정보 지원을 위해 나서고 있는 것. 더불어 국내 자동차 안전 정보를 확보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안전에 관한 다양한 시험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 자동차 안전성 평가의 산실로 통한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커넥티드카, 친환경차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면서 시험평가 시설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연구원 30주년 오픈하우스 행사를 통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연구원을 직접 찾았다.
- 세계 다양한 주행조건 모사한 시설 갖춰
- 자율주행 위한 K시티 준비중
연구원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능시험장은 약 215만㎡로 여의도의 3/4에 달한다. 과거 염전지대였던 곳으로, 1,400억원의 공사 비용 가운데 연약지반을 다지는 데에만 200억원이 소요됐다. 시속 25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속주행로를 비롯해 조향성능로, 저마찰로를 포함하는 13가지 시험로로 구성됐다. 성능 평가자가 사전에 허가한 차만 운행하도록 출입을 제한하며 자동차 제조사, 안전연구 수행 기관이 사용한다. 쌍용차, 르노삼성차, 만도 등이 고정적으로 시설을 이용하며 연간 약 80대가 시설을 거친다.
이 가운데 ITS 시험로는 과거 '유비쿼터스 시험로'로 불리며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다. 특히 오는 10월 완공될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로 탈바꿈하면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36만㎡ 규모로, 총 110억원을 투입해 건물, 터널,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행 환경과 평가 시스템을 구현해 기존에 구축해 놓은 도로와 신호, 교차로 등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연결성을 위해 5G LTE, 와이파이 등의 무선 통신이 가능하도록 조성해 자동차 제작사, 통신사도 평가 가능하도록 설정한다. 미국 M시티, 스웨덴 아스타제로, 일본 J타운 등의 자율주행차 평가 시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때 마침 한 대학에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평가를 수행하고 있었다. 일반 대학의 경우 평일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주말은 '자율주행의 날'로 지정해 무상 이용할 수 있다.
출시를 앞두고 주행시험을 진행하는 현대차 코나
- 안전, 환경 외에 커넥트카, 친환경차 테스트도 거뜬해
1996년 7개 실내시험동으로 시작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현재 16개 시험동으로 다변화했다. 매년 시험을 위해 1,000대를 충돌시키는 충돌시험동은 잘 알려진 정면 충돌, 부분 정면 충돌(스몰 오버랩), 측면 충돌 등의 평가를 맡으며, 암실로 이뤄진 광학시험실은 등화류의 기능과 안전도의 적합 여부를 분석한다.
엔진시험실은 차에 장착된 엔진을 분리해 제조사가 밝힌 성능, 제원 등이 실제 측정값과 일치하는 지를 시험한다. 엔진 냉각 방식은 측정 온도를 자유롭게 설정하기 위해 물을 이용한다. 또한, 배출가스 정화장치가 정상 작동하는 지 파악하기 위해 후처리장치 앞, 뒤, 테일 파이프 등에 센서를 삽입한다. 시험대엔 폭스바겐 티구안 디젤 엔진이 올라와 있었다. 시험 담당자는 엔진만 봤을 때엔 문제가 없지만 ECU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환경시험실은 자동차에 다양한 주변 환경을 연출함으로써 일정 온도 범위 내에서 시야 확보, 가속 제어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지를 시험한다. 150㎞/h까지 주행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윈드 시뮬레이터가 마련돼 있으며, 영하 4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혹서, 혹한 테스트를 실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미래를 먼저 준비한 시험실은 전자파 시험실이다. 2011년 주파수 대역이 늘어나면서 추가한 것으로, 1996년 세운 첫 전자파 시험실보다 현대적인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지, 50㎞/h로 시험대 위를 주행하는 차에 안테나를 통해 전자파를 가해 차가 정상을 유지하는 지를 테스트한다. 최근 전장 부품 확대, 연결성 강화, 탄소섬유·플라스틱 등 차체 경량화에 의한 전자파 유입량 증가 등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과 다른 동력계를 탑재한 친환경차를 위한 시설은 비교적 최근에 갖췄다. 2010년 가동한 미래차 시험동은 당시 첨단 차로 꼽히던 하이브리드카(HEV)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시설이다. 때문에 내부 시험실엔 'HEV'란 명칭을 자주 볼 수 있었다.
HEV 동력시험실은 각 바퀴 축에 시험 구동계를 맞물려 속도, 고도, 조향 등의 조건을 실제 주행과 흡사하게 구현해 동력성능을 테스트한다. 290㎾급 동력계와 자동제어시스템, 액츄에이터, 연료유량계, 배터리전원공급장치, 송풍기, 온도조절장치 등으로 주행 환경을 만들고 관성제동장치, 연료 소비율 등을 시험한다.
HEV의 배출가스를 분석하는 시험실도 같은 동에 위치한다. 4×4 차대동력계 시스템(48° Single Roller)과 운전 로봇, 리얼타임 하드웨어 시뮬레이션 시스템, 배출가스 분석 장비 등을 설치했다. 시험대에 차를 올리고 주행을 시킨 상태에서 전류 적산계를 통해 HEV의 고전압 배터리 사용·충전량을 측정, 보정 계수를 적용해 산출한다. 전기차는 주행 모드에 따라 배터리 사용량을 측정하며 수소연료전지차의 수소가스 소모량도 잴 수 있다.
전기모터 시험실은 하이브리드 동력 시험 외에 HEV, EV 등에 장착된 모터의 성능을 평가하는 시험한다. 모터를 성능 측정용 동력계에 결합해 회전수에 따라 출력, 토크값이 제원과 일치하는지,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측정 연구한다. 최고 173㎾, 최대토크 42.8㎏·m의 중형 동력계와 330㎾, 71.4㎏·m의 대형 동력계를 갖췄다. 감속기를 통해 토크를 제어하며 6,000rpm 이상 회전 시 유격이 발생하거나 부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배터리 시험실은 연소, 충격, 침수를 비롯한 일곱 가지 평가를 진행한다. 에너지 저장매체로써 여러 극한의 상황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시험실 지하에 배터리를 설치한 후 화재, 낙하, 염수침수 등을 연출한다. 최악의 경우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으며 실제 파편이 튄 흔적도 남아있었다. 출시된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은 이미 충분히 검증이 됐지만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배터리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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