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만대와 6만대, 불균형 주장의 근거
-국내 생산성 높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자동차 부문의 불균형을 언급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긴장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문별로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FTA 문제 제기는 한국과 미국 내 공장의 생산 물량 배정과 연관돼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국내에서 완성차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차는 모두 96만4,000대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 땅을 밟은 수입차는 브랜드의 국적을 가리지 않아도 6만대에 머문다(관세청 기준).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TA, 특히 자동차 부문이 호혜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쏟아내 왔다.
이런 주장에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 FTA 체결 이후 국내에서 미국산 완성차 판매가 3배 이상 늘었다는 논리를 펼치지만 미국의 근본적인 주장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는 미국에서, 미국인을 고용해 생산하라는 의미다. 미국 수출 물량 96만대 가운데 절반을 미국으로 넘기라는 것. 이 경우 한국은 44만대 정도를 미국 생산으로 돌려야 하는데, 한국으로선 완성차 공장 한 두 곳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과 그 곳에 근무하는 4,000여명의 일자리를 미국에 넘기라는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곳은 바로 정부다. 일자리를 늘려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생산 이전 압박은 고용 불안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정치적 기반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내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가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어서 정치적 기반은 반대로 공고해진다.
정치를 떠나 해당 사안은 자동차기업 노사 문제로도 연결된다. 정치적 압박에 생산 물량을 이전해도 전체적인 글로벌 생산은 유지되는 것이어서 기업은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반면 노조는 일감을 미국 근로자에게 빼앗긴다는 생각 하에 반발이 거세다. 반대로 미국 근로자 또한 일자리 늘리라고 대통령을 선출했으니 물량 이전을 해오지 못하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지금의 한미 자동차 FTA 논란은 일감을 따내려는 미국과 이를 지키려는 한국의 정치적 논리일 뿐 경제적 측면은 고려되지 않는다.
일부에선 이런 정치적 기반과 직결된 싸움을 두고 미국 GM이 대주주인 한국지엠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지엠도 엄연한 국내 법인이고, 한국에 생산 시설을 둔 만큼 마찬가지로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한국지엠 생산이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든 것도 지난해까지 GM이 보유하다 PSA로 넘긴 오펠과의 물량 배정에서 비롯됐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제조업이다. 따라서 생산 시설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도시, 또는 국가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만 해도 누군가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혜택을 내놓는 게 대표적이다. 하물며 정치적 기반이 달린 국가 간 생산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전혀 없지는 않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각 나라의 지지 기반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 지역 눈치 작전과 경쟁을 펼치는 것과 무관하게 노사가 협업, 국내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 하지만 갈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어려울 경우 물량의 해외 배정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고, 한국으로 들어올 물량도 다른 곳에 배정될 수 있다. 그래서 제조업은 언제나 물량이 우선이고, 그에 따라 일자리를 지키는 게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FTA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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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들 빨리 자각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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